완전한 이름 -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권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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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완벽하지 못한 이름.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워진 그 이름.

언제쯤 완전해질 수 있을까?

 

 

어쩌다 보니 요즘 읽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이 방"과 일맥상통한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똑같은 길을 가야만 하는데, 왜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장애물들을 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답니다. 언젠가부터 권력의 중심에 있는 남성 중심 사회의 편견과 출산과 육아라는 짐을 혼자만이 짊어져야만 하는 여성의 삶. 이런 삶은 단지 역사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이야기라는 것이 슬프네요.

 

우리는 과거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준비한다고들 합니다.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반성을 통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더 진보하고 더 나아지기 위함이겠죠. 단순히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그녀들의 작품들에 대한 소개가 아닌 세상에 대한 시선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네요. 지워진 이름을 대신해 ‘먼저 온 미래’라고 불린다는 책 뒷면의 글처럼 이들이 보여준 미래가 좀 더 빨리, 그리고 조금 더 완전한 이름으로 왔으면 합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 문화에 대한 글을 쓰며 지은이는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여성의 삶이라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찾아보았다고 합니다. 그녀들의 작품과 재능이 아닌, 여성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시선들은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들이었답니다. 사망진단서 직업란에 ‘무직’으로 기대되었던 인상파 화가 벨르트 모리조, 주부 취미생활정도로 취급받던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 베네사 벨, 아버지의 그림으로 알려져서 잊혀졌던 유딧 레이스터르 등등. 그냥 지나치듯 이야기할 수 있는 예술사의 에피소드는 절대 아니었답니다.

 

외국의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들은 다른 미술책이나 인문학 도서에서 간간이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우리나라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무척이나 반갑고 새로웠습니다. 노은님, 정직성, 천경자, 박영숙, 나혜석까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다양한 여성 예술가들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었네요.

 

특히, 우리나라도 1999년까지는 미대 정원을 남녀로 나누어 정했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답니다. 일제 치하를 거치고 독재 군사 정권을 지나면서 더하면 더했을 대한민국이겠지만.. 남아선호 사상에 유독 심한 시월드를 가진 나라이건만.. 왜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요? 아마.. 남자였기에? 당해보지 못했기에? 나름 남녀평등주의자라 자부하지만, 역시나 사회적인 분위기에 물들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단순히 미술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기존 책들과는 색다른 느낌이 있는 책이었답니다. 여성 예술가라는 주제와 그 시절에 그녀들이 여성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루어낸 역사에 대한 이야기였답니다. 지워진 이름에서 이제는 완전한 이름이 되어버린 그녀들. 아마 더 많은 이름들이 지워져있을 듯하네요. 이들의 이름을 들춰내고 새롭게 완결성을 부여해 주는 것은 이제 우리들의 몫일듯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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