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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맨 브라운
너새니얼 호손 지음 / 내로라 / 2021년 6월
평점 :
세일럼의 해가 넘어갈 즈음 젊은 굿맨 브라운은 거리로 발을 내디뎠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자 그는 몸을 돌려 아내에게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그가 '신념'이라 부르는 여인이었다.
주인공 '굿맨'이 어둑어둑해지려는 저녁에 어디론가 가야하나 봅니다. 결혼한지 석달밖에 안된 사랑하는 아내 '신념'을 집에 두고 말이죠. '굿맨'과 '신념' 뭔가 이름 하나로 큰 의미를 내포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답니다. 왠지 안좋은 일이 있을 거 같다며 가지말라는 아내의 말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에 만나자며 떠나는 굿맨. 아내가 알면 안좋을 일이라면서 왜그리 고집스럽게 떠나야하는 걸까요?새카만 어둠의 길을 통해 숲속에서 만난 이는 굿맨과 분위기가 닮은 어떤 이였답니다. 그만 돌아가겠다는 굿맨을 유혹하고 설듯해서 깊은 곳까지 데리고 가는 이 남자는 악마? 도대체 무슨 일인거죠? 선하고 순결한 기독교인들이 모여살고 있는 이 곳에 악마라니요? 게다가 교회의 권사, 목사, 장로 모두 악마의 모임에 참석하려고 옵니다. 그에게는 신념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믿음을 굳건히 지켜줄 그녀와 함께 악마에 맞서서 싸우자며 외칩니다. 우리 함께 싸워보는거야!!!
무시무시한 밤을 지낸 후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절망에 빠진, 아니, 어딘가 우울하고 음침하며 의심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에, 약간의 의심만으로도 무너질 수 있어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의심은 의심을 낳고, 조금씩 조금씩 커지다가 펑!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씨앗이 심겨졌느냐가 중요한거랍니다. 무시무시한 밤은 다행히 지나갔고, 신념과 함께 악마와 맞서 싸우기로 했건만!! 그날 밤에 보았던.. 아니 보았다고 느끼는 것들은 이제 굿맨의 마음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하나 보네요. 아무리 아니라고 하지만 말이에요.. 이게 바로 악마의 계략이었을 겁니다.
실제 이 이야기는 작가인 "나다니엘 호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 아닐까 해요. 실존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항구 도시인 세일럼은 작가의 고향이었고, 천국과 악마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청교도 집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어릴적부터 청교도적 생활로 자연스럽게 생성된 '신념'은 세일럼에서 발생한 마녀사냥으로 인하여 '재구성'되었을 겁니다. 다들 뭐에 씌웠는지 무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녀로 고발되고, 그 중 25명은 사형을 당한 사건이라는 세일럼 마녀사냥!! 호손의 조상은 이 마녀 사냥의 특별 재판관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는 조상과의 인연을 끊어버리기 위해 자신의 성을 바꾸기까지 했다고 하니.. 얼마나 충격이었을까요. 믿어오던 것들에게 배신당하는 느낌이었을텐데요. 선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악을 행했다는 사실에 말이에요. 그 고통과 심정이 이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합니다.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항상 생각할거리를 주는 <월간 내로라>. 이번 6월호는 믿음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였답니다. 주변의 영향과 삶의 경험을 통해 생성되는 자신만의 고집인 신념! 그 신념은 새로운 것들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겠지만, 약간은 유연하고 융통성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떻게 내 생각, 내 의견, 내 판단.. 내 신념이 100% 옳다고 자신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너무 강대강인 세상인 듯 하여 모두가 힘들어 보입니다. 아시잖아요? 갈대는 바람에 꺾이지 않는다는 걸요. 우리 조금만.....
<이 글은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