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여자를 먹는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길래 이런 제목이 붙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마거릿 애트우드였기에 뭔가 비유적인 표현일 것일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다 읽고나니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어의 오묘한 표현에 당한 것이었다. "먹을 수 있는"이라는 형용사가 "여자"라는 명사를 꾸며주고 있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 아니 먹을 수 없었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스 매컬핀.. 시모어 서베이스라는 시장조사 기관에 근무하는 그녀는 2층의 여성 위주의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남성 위주의 3층에서 나오는 심리기반 설문지들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수정하고 현장 인력들을 관리하는.. 3층의 남성들 사이로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었고, 1층의 기계들 사이로 내려가는 건 강등과도 같은 것이었다. 회사에서 그녀의 미래는 없었다. 그녀는 단지 회사라는 기계의 부품같은 존재로 있을 뿐이었다. 임신은 회사에 대한 배반행위로 간주하는 상사.. 눈폭풍이 몰아치는 겨울날 인스턴트 토마토 주스 시음을 강행하는 윗선.. 이런 곳에서 괜찮은 걸까?

 

미스 매컬핀.. 남자친구 피터와 함께 그녀의 친구 렌과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술집을 나오면서 갑자기 그들을 두고 도망치듯 뛰어가버리고, 2차로 몰려간 렌의 집에서는 침대와 벽 사이 공간에 숨어버린다. 그녀는 피터에게 자신이 그저 들러리 또는 장식품 같은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분노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냥 하룻밤의 일탈이었나? 피터의 갑작스런 결혼이야기에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듯 했다. 처음부터 피터와 결혼할 마음이 있었던 거였다며 자기 스스로를 설득하는 듯한 그녀! 괜찮은 걸까? 피터는 아마도 카메라 렌즈 사용 설명서처럼 약혼하면서 결혼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있을 거라 상상하면서도.. 이런 관계가 괜찮은걸까?

 

그녀는 먹을 수가 없었다. 풀을 먹으며 걸어다니던 소의 한부위라는 생각에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렌의 어릴 적 추억을 듣고는 계란을 먹지 못하게 되었고, 다양한 벌레와 병에 대한 이야기로 돼지고기와 양고기가 목록에 추가되었고.. 미래가 없는 회사! 도피처로 선택한 결혼도 믿음직스럽지 않고!  미래가 없는 직장생활을 계속하거나 결혼을 탈출구로 삼을 지에 대한 선택뿐이었던 1960년대 초반의 캐나다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여성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쓰여진 아직은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이 부족한 작품이기에 작가 스스로가 <프로토 페미니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그 당시가 아닌 현재에 더 어울리는 내용일 수도 있을 듯 하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이기에...

 

<이 글은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