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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 - 건축을 시로 만든 예술가 ㅣ 클래식 클라우드 23
신승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르코르뷔지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건축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건축을 독학했다는 것에 평생 자랑스러워 했던 그는 여행을 통해 배움을 얻었다. 그에게 여행은 '자기 창조'와 '자기 수련'의 상징이자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그의 건축여행은 다른 이와 다른 방식이었다. 건축에 대해 공부한 적이 없는 무지랭이에게 피렌체의 그리스/로마 양식이나 빈 중심가를 둘러싼 링슈트라세의 새로운 유행은 그의 관심을 끄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그만의 '순수한 눈'으로 피렌체의 파사드 성당 광장에서 빛의 변화를 따라가고, 에마 수도원의 간결하지만 효과적인 구조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의 기나긴 세월에도 유지되는 예술적인 위용을 보고 느낀다. 이것이 바로 단순한 배움이 아닌 몸소 느끼고 체험하고 판단하면서 얻게된 지식이었고 지혜였다.
그의 다양한 예술적 활동들은 그가 추구한 건축에서 지혜롭게 반영되어 나타난다. 세계 대전을 거치며 폐허가 된 도심은 건축가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르코르뷔지에는 준비된 건축가로써 그의 새로운 시도를 적용하기 시작한다. 물론 많은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을 받았으나, 그가 제시한 근대 건축의 다섯가지 원칙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고 있었다. 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수평창, 옥상정원이라는 근대 건축의 현대 건축의 다섯가지 원칙으로 사보이 별장과 부모님의 집을 시작으로 프랑스, 낭트, 브리에, 베를린에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축한다. '모뒬로르'라 이름 붙인 비례와 균제의 원리를 현대화하여 그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흉칙한 하얀색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공장건물이라 비판받았던 그의 건축물들은 이제 많은 이들이 찾는 순례코스가 되고 있다. '건축가의 집'이 아니라 건축가가 지은 집을 모두에게 선사하고 싶었던 그의 꿈이 이루었고, 순수하면서 진실의 건축이라 칭하였던 언덕 위의 신전을 르코르뷔지에는 프랑스 시골 마을 언덕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현하였다.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인간다운 삶을 살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르코르뷔지에는 지중해 해안가의 4평 남짓한 오두막인 '해안가 작은 궁전'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마지막 여생을 마감한다. 그리고는 지중해를 바라보는 언덕 위 공동묘지에 자신이 설계한 무덤 아래서 잠든다. 건축가로써 도전과 열정의 삶을 영위하고 건축가다운 삶의 마무리였던 것이다.
미술작품을 보러 미술관에 가지만, 작품에 관심이 있지 그 작품이 전시된 건물에는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건물은 작품 전시를 위해 관람객들을 위해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담긴 공간일 것이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현대적인 구조물 안에 지내기에 그 편리함을 감사히 느끼지 못할 뿐, 많은 건축가들의 도전과 고민들에 고마움을 느껴야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건축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공존했던 르코르뷔지에의 건축과는 다르게, 내용은 없고 형식만 남은 현대의 비인간적인 도시환경과 천편일률적인 주거공간이 문제지만...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