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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음란마귀 - 두 아재의 거시기하고 거시기한 썰
김봉석.현태준 지음 / 그책 / 2016년 6월
평점 :
7,80년대 사춘기를 보내며 남몰래 어덜트 문화를 즐겼던 두 저자의 야릇하고 스릴 넘치고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과감하게 담겨 있다. 현재처럼 인터넷이 없던 시절, 청계천, 종로 쪽의 으슥한 가게를 가야 겨우 어른들의 책, 영화를 구할 수 있었던 그 시절에, 발품팔기에 몸이 힘들어도 그만큼 보람도 있고 물건에 애착도 있고 마음만큼은 작은 행복을 소중히했던 아저씨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나는 8,90년대에 사춘기를 보냈기에, 저자들의 경험하고 완전히 겹치지는 않지만, 애니메이션, 영화, 테이프를 구하러 용산, 청계천, 소문으로 듣던 어느 동네의 불법복사가게 등을 전전하며 열심히 작품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기에, 상당히 이야기 하나하나가 공감이 간다.
저자들은 종로 세운상가, 청계천, 종로 등에서 성인 관련의 해적판 또는 수입판 잡지나 영화, 레코드판 등을 구하러 다니면서, 사춘기 시절 끓어오르는 욕구를 열심히 발산했던 경험담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여성잡지의 사진 하나에도 애간장을 태우는 순수하고 엉뚱한 사춘기 남자들의 좌충우돌기가 위트 넘치고 흥미롭게 담겨 있다.
하루하루 불끈불끈한 사춘기를 치열하게 보내서 그런지 성인물을 둘러싼 배경지식에도 정통하다. 한국의 성인물 문화의 역사, 더 나아가 일본, 미국의 포르노 역사까지도 경험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설명한다. 이 또한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대목이다.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며 필요한 정보는 그때그때 바로 구할 수 있는 지금 세대 학생들이 보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물질적으론 풍성해지고 편리해도 마음은 점점 공허해져가는 것이 또한 오늘날의 현실이기도 할 것이다. 70,80년, 90년대까지, 어린 나이에 문화생활을 즐길려면, 열심히 돈을 모아, 불법으로 복사해주는 가게를 찾아가야 겨우 뭐 하나라도 구할 수 있는 그런 시대지만, 그래도 마음은 모든걸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요즘보다 더 두근거리고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그 시절을 보내면서, 친구들과 비디오, 테이프, 만화 등을 돌려봤던 경험이 당연 있을 터인 어른들에게 보내는 저자들의 작은 추억의 앨범이 아닌가 싶다. 앨범까지는 좀 거창하더라도, 바쁜 일상에 치여 어린 시절 즐겼던 소소한 행복을 잊고 지내는 아저씨 세대들에게 다시금 격정의 사춘기를 회상할 수 있는 즐거운 읽을 거리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