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안보윤 지음 / 문예중앙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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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펴서 읽고, 끝 장을 닫을 때까지 느낀 건 음울, 무기력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 번 곱씹어 책을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 보면 음울한 책이라 생각한다. 인생에서 희열이나 즐거움은 없었다. 아마도 현실을 반영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인생의 반 이상은 언제나 음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아침나절부터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맑은 하늘과 반대되는 글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괜히 펴본 건 아닐까?’라는 생각과 ‘괜히 기분만 더 상하는 게 아닐까?’라는 게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가지고 있던 마음이다. 중간에 가면서 ‘책이 뭐 이래’라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였다. 언어능력의 미달로 줄거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지 등등. 무궁무진한 생각으로 머릿속은 번개가 우르르 쾅쾅이었다.

하지만 뒤의 글을 읽어나가면서 이런 생각을 바꿔주었다. 읽어나가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가장 동떨어진 소재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아마 음울함, 모르는 척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리라. 언제나 봐도 못 본 척, 보기 싫은 사람이 지나가면 모르는 척, 못 들은 척 하며 다른 이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마음이 아파도 내 상태를 모르는 척하며 지나가는 것들. 괜찮다며 힐링할 수 있는 이야기만으로 버티기엔 세상은 너무나 힘든 곳이라는 걸 모르는 척, ‘살다보면 좋은 일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티는 우리들에게 현실파악의 돌직구를 날려주는 책이 아닐까?

소설의 형식을 빌려왔지만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끌어내고 있는 이 책을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나처럼 현실적이라 느끼며 공감대를 받고 있을지 아니면 배척을 받고 있을지.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 정말로 그대는 모르는 척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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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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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티비에서 본 적이 있는 미스터리 소재였다. 어느 날, 유목민족이 모든 세간을 두고 증발해 버리는 사건이나, 바다 위에서 큰 배 한 척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었다. 그 안은 처참한 광경이었다.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SF가 우리 생활에서 멀지 않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작가도 이러한 사실을 접하고 나서 ‘팟!’하고 써낸 거라 생각한다. 우선은 작가도 인간이니까.

게다가 이 작가, (내가 느낄 때에는)참으로 음울한 글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목은 잘은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나 독후감을 쓰면서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 게 제목이다. 하지만 강렬한 인상은 잘 잊혀지지 않는 법, 그가 써내는 특유의 음침했던 문체는 기억에 잘도 남는 편이니까. 그러나 그의 글이 싫었던 적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새로움과 안전함, 이것이 나를 이 작가의 책에 손을 뻗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SF가 무서운 건 ‘아마도’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로 일어날 수도, 아니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반반의 의심은 사람을 ‘아마도’의 함정에 빠뜨리게 된다. 잠시 동안 ‘이런 재앙이 일어나면 어쩌지?’라는 물음이 생기도 ‘아마도’라는 대답을 시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무섭고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책을 한 권 풀어낸 것 같다.

야근 때문에, 또는 송년회에서 등등.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연말은 정말 바쁘고, 흐지부지하게 지나간 거 같아 아쉽다. 신년에 걸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한동안 책에 손을 대지 못했던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힐링이었다. SF장르에 힐링을 얻는다는 말에 아이러니를 느끼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혼자만의 즐거운 힐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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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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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강연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그는 작가라는 부수적인 직업 중 하나를 가지고 있으며 독자라는 취미활동을 해내가고 있는 한 외국인이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어떠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지, 그리고 작가의 종류를 분류하며 그의 강연록을 책으로 옮겨 담았다. 나는 대부분, 아니 전적으로 독자의 입장에 서 있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지도 않았으며 그들에 대한 동경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하루가 지나면 팝콘 터지듯 나오는 신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좋아하는 책이지만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갯벌에서 진주를 찾는 것만큼 좋은 책, 내 구미에 맞는 책을 찾아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때는 작가의 노고를 잊고 책을 읽을 때가 많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세계를 펜을 통해, 글자를 통해 전개해 나가거나 설득, 제시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의 노고를 잊는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한 번 박힌 안 좋은 선입견으로 더욱 비판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달라질 때는 있다. 내가 좋아하고, 구미에 맞는 책을 골랐을 때이다. 그게 바로 이 책인 것 같아 많이 반가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그가 참으로 대단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독자는 책을 읽을 때 상상을 많이 한다. 책의 내용을 상상함으로써 그 책에 흠뻑 빠져들고 너무나 좋았다는 생각이 들면 내 책들 중 베스트로 선정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그도 이런 즐거움을 알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러한 독자의 생각과 패턴을 분석하는 책을 내놓았지 않겠는가.

독자의 입장에서 내놓은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내가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나의 머릿속은 어떤 상태였는지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을 한 번에 정리해주고 ‘내가 이렇게 책을 읽었구나’하는 생각에 놀라기도, 웃음이 나기도, 아니면 전혀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패턴이 틀리다고 해서 민망해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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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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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강연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그는 작가라는 부수적인 직업 중 하나를 가지고 있으며 독자라는 취미활동을 해내가고 있는 한 외국인이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어떠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지, 그리고 작가의 종류를 분류하며 그의 강연록을 책으로 옮겨 담았다. 나는 대부분, 아니 전적으로 독자의 입장에 서 있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지도 않았으며 그들에 대한 동경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하루가 지나면 팝콘 터지듯 나오는 신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좋아하는 책이지만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갯벌에서 진주를 찾는 것만큼 좋은 책, 내 구미에 맞는 책을 찾아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때는 작가의 노고를 잊고 책을 읽을 때가 많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세계를 펜을 통해, 글자를 통해 전개해 나가거나 설득, 제시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의 노고를 잊는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한 번 박힌 안 좋은 선입견으로 더욱 비판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달라질 때는 있다. 내가 좋아하고, 구미에 맞는 책을 골랐을 때이다. 그게 바로 이 책인 것 같아 많이 반가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그가 참으로 대단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독자는 책을 읽을 때 상상을 많이 한다. 책의 내용을 상상함으로써 그 책에 흠뻑 빠져들고 너무나 좋았다는 생각이 들면 내 책들 중 베스트로 선정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그도 이런 즐거움을 알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러한 독자의 생각과 패턴을 분석하는 책을 내놓았지 않겠는가.

독자의 입장에서 내놓은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내가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나의 머릿속은 어떤 상태였는지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을 한 번에 정리해주고 ‘내가 이렇게 책을 읽었구나’하는 생각에 놀라기도, 웃음이 나기도, 아니면 전혀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패턴이 틀리다고 해서 민망해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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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엔젤 1 블랙 로맨스 클럽
주예은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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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모든 일에 있어서 자비를 베푼다고 한다. 또한 신의 메신저이기도 하고, 신을 수발하기도 하고, 간혹 착한 인간에게 복을 준다는 참으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천사는 너무 많은 자비를 한 여인에게 베풀었다. 이걸 차별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과연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가?’하는 생각에다가 ‘이러다가 신한테 혼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랑이라는 게 원래 중독성이 강하고,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고, 한 번 빠지면 ‘미친’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이른바 ‘콩깍지’라는 게 쓰이면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는가? 이제는 천사까지 미치게 만들 수 있는지 나로서는 당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인간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버린다는 가장 큰 스토리의 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이 책은 과연 판타지일까? 판타지라고 해야 할 지 아니면, 그저 로맨스 소설로 봐야할지 아리송하다. 분명 듣기로는, 책의 소개는 판타지 소설로 듣고 보았지만 읽다보면 결국 판타지를 가장한 로맨스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개를 절로 갸웃거리게 만든다.

천사라는 단어와 캐릭터의 설정으로 이 책을 판타지라고 생각해야 할 지, 아니면 그저 로맨스 소설이라 생각해야 할지 아직 하나의 정의가 서진 않는다. 아마 내가 생각했던 판타지는 정통 판타지물을 기대하였던 것 같다. 정통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영 아니올시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고지순한 천사의 사랑에 감명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판타지에서 사랑과 희생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는 걸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희소성은 있을 수 있으나 이 책이 의미 있는 건지 모른다. 누군가 시도하려 하였으나 엎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결과물은 있으나 빛은 보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과연 이 책은 빛을 볼 수 있을까?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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