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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여자 둘이 있다. 한 명은 일본 내 유명 백화점 외판원, 한 명은 평범한 가정주부. 그런 그녀들이 작당모의를 시작한다. 이유는 단 하나,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한 명은 가정폭력이 난무하는 집에서 자랐고 다른 한 명은 현재진행형이다. 난무하는 집에서 자란 여성은 의무감과 자신을 위해서 남편을 제거하는 일의 수장이 되려고 한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 이 일을 해내는 것일지도.
우리나라도 그리고 일본도 가정폭력은 여전히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고 잘 고쳐지질 않는다. 그런 커다란 문제를 작가는 여자 둘을 빗대어 이야기해주고 있다. 남에게 ‘나의 가정에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남들이 쉬쉬하는, 그저 남의 집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게 예의라 생각하는 북아시아인들에게 가정폭력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누군가는 이 책으로 자신의 목을 만져볼 것이고, 누군가는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또 누군가는 ‘그래,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라고 생각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어 다른 가공물이 나올 수도 있다.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아가면 잘잘못을 따질 것 같다. ‘여자가, 아니면 남자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거다’라며. 소설 속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이 소재는 너무나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점이 내가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던 것을 글이라는 소재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일본문학이 인기가 있는 건, 우리 곁의 소재를 활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뜬구름이 아닌, 근시안적이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는 소재를 풀어내기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도 잘 읽고 있다. 특히 오쿠다 히데오를 생각하면 돌+I끼같은 말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현실에서 해볼 수 없었던 걸 대신 해주는 그의 문체가 이번엔 치밀하게 가정폭력을 이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