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움직이는 축제 중 <덧없는 봄> 편은 내가 읽어본 헤밍웨이 글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의 글은 종종 내게 단순무식하다거나 마초적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덧없는 봄>을 읽으니 그에게도 일견 무른 영혼이란 게 있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즐거웠던 것은 역시 헤밍웨이 눈으로 당대 지식인/문화인들의 시시콜콜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특히 거트루드 스타인과 얽힌 에피소드랑 피츠제럴드 소개하는 부분들이 잼있었다.
젤다에게 지적받고 헤밍웨이에게 가서 자신의 성기 크기를 검사받는 피츠제럴드 모습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성기 크기에 대한 남성들의 집착은 너무 과도해 멍청해 보일 지경이다. 근데 이걸 또 그대로 자기 원고로 써먹는 헤밍웨이 이 양반도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