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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1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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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면과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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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를 분리한 후의 모습.
우리나라의 경우엔 영화 개봉 시기가 되면 ‘띠지’만 영화 장면이 들어간 걸로 덧씌워서 파는데, 미국에선 영화 포스터나 영화 장면를 표지로 해서 책(Movie tie-in 판)을 새로 찍어낸다. Movie tie-in 판은 책값도 더 싸다. 영화와 책의 마케팅을 함께 해서 win-win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협소한 우리나라 출판 시장으로서는 먼 나라 얘기다. 아무튼 뜻하지 않게 어떤 계기가 생겨서 한글판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주문할 때 세트를 주문했다. ‘특별구성, 전 2권’이란 타이틀이 있지만 예전에 시집 세트에 한번 데인 적이 있어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2권 따로 주문할 거 한 번에 주문할 수 있게 한 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격도 같고 그냥 낱권 2권이 배송되어 왔다. 이것에 어떻게 세트란 이름을 붙이는가? 소비자 기만 행위다. 앞으로는 ‘묶음 판매’란 용어를 사용해서 소비자가 혹 하는 마음을 갖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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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된 박스를 개봉한 직후. 특별구성 세트란 그냥 2권 따로 주문할 거 한 번에 2권 주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세트란 개념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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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부.
책의 내용은 단편 6편이 있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문체도 모두 달라서 6편의 다른 소설을 읽는 느낌이 난다. 단편처럼 구분된 글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9세기 태평양 항해
애덤 어윙의 항해 일지의 기록이다. 정확한 연도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1840년대(예고편에서는 1849년으로 나옴)로 추정된다. 호주에서 일을 마친 애덤 어윙은 귀국길에 오른다. 프로피티스 호를 타고 고향인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도중에 배 안의 음모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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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캡처: 태평양을 항해하는 프로피티스 호.
2. 1931년의 벨기에
음악적 재능이 있는 영국 청년, 로버트 프로비셔는 벨기에의 유명한 작곡가인 에어스를 찾아가서 그를 도와 공동으로 작곡을 한다. 이때 작곡한 곡 이름이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이다. 책 제목은 여기서 따온 것이다. 동시대의 유명한 작곡가들이 에어스 주변에 등장한다. 드뷔시와 엘가가 에어스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에어스와 불화를 겪는데 에어스 집의 침대 아래에서 애덤 어윙의 항해 일지를 찾게 되어 앞장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또한 그의 절친, 루퍼스 식스스미스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여기서의 생활을 알린다. 루퍼트 식스스미스는 다음 장에 등장한다.
곡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를 보니 작가가 클래식 음악 애호가, 특히 악기 하나쯤 잘 다룰 것으로 추측되었다. 음악 관련해서 번역 오류가 눈에 띄었는데 아마 번역자가 직역하지 않았나 싶다. 스크랴빈의 ‘백열의 시’(2권, p.374)라고 번역했지만 클래식 음악에선 ‘법열의 시’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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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캡처 : 에어스와 프로비셔.
3. 1975년 캘리포니아
앞장에서 로버트 프로비셔의 친구였던 루퍼스 식스스미스가 저명한 물리학자로 성장해서 등장한다. 그는 스와네크 섬 핵발전소의 큰 결함을 여기자인 루이자 레이에게 알리려다 위험에 노출된다. 위험은 루이자 레이에게도 닥치는데 한편의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루이자 레이가 음반 가게에서 ‘클라우스 아틀라스 6중주’ 음반을 구입하는 것으로 앞장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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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캡처 : 루이자 레이와 루퍼스 식스스미스.
4. 21세기 영국
2000년대 초반으로 추측된다. 출판업자 티머시 캐번디시는 하나의 베스트셀러가 탄생해서 돈 방석에 앉는다. 하지만 협박을 받고 피해서 숨어든 곳이 강제 요양소였고 그곳에서의 탈출기를 그렸다. 숨어들기 전에 우편으로 원고를 받았는데 그 원고의 제목이 ‘반감기’였고 부제가 ‘첫 번째 루이자 레이 미스터리’였다. 이로써 앞장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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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캡처 : 티머시 캐번디시.
5. 미래의 한국
미래 한국에서의 인간 복제 산업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유튜브 댓글에서는 2144년이라고 하는데 책 속에선 정확한 연대가 나와 있지 않다. 복제인간들은 자기의 주어진 일만 하는 것으로 기억이 심어져 있다. 하지만 복제인간 ‘손미~451’은 그 기억을 뛰어넘어 지적 상승을 겪게 되고 일반 인간과 같은 자유 의지를 추구하게 된다. 그 와중에서 이를 막으려는 집단이 나타나고 위기를 겪게 된다. 소설에서는 한국 지명이 많이 나오며(한국이니 당연 ㅋ) 죄다 한국 이름을 갖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예고편을 보니 한국인 대신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모양이다. 미래의 사회는 혼혈이 많을 테니 영화가 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예고편에서 미래의 바이크에 손미~451(배두나)을 태우고 가는 이가 임혜주(남자)라는 인물인데 역시 외국인이다.
손미~451이 ‘티머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이란 영화를 언급하면서 앞장과 연결된다. 복제인간은 수명이 정해져 있고 안락사 된다. 손미~451은 그 영화를 보고 인간은 수명이 정해져 있지 않는 것과 안락사도 없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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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캡처 : 미래의 서울.
6. 핵전쟁으로 모든 문명이 파괴된 후의 미래
모든 문명이 파괴되고 살아남은 인류는 원시 시대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자크리’의 집에 다른 종족에서 파견 나온 ‘메로님’이 머물게 된다. 그녀와 함께 파괴되기 이전의 문명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여기선 이 종족들이 섬기는 신이 앞장의 복제인간 ‘손미’로 나온다. 핵전쟁 이전에 ‘손미~451’이 역사적으로 중요 인물이 되는 것 같다. 소설에선 이 부분에 대한 얘기가 없으므로 막연히 추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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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캡처 : 메로님과 자크리.
이 6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이며 상징성을 갖는다. 각 장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몸에 반점이 있는 것으로 해서 윤회설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로버트 프로비셔의 다음 말은 작가의 생각을 뒷받침해 준다.
시간은 이 안식 속으로 침투하지 못해. 우리는 오래도록 죽은 채로 있지는 않는다네. 일단 루거가 나를 보내주면, 눈 깜짝할 새에 다음 차례의 삶이 나에게로 올 걸세. 지금부터 십삼 년 후 우리는 다시 그리샴에서 만날 것이고, 십년 후면 바로 이 방에서 똑같은 총을 잡고 똑같은 편지를 쓰게 될 것이고, 나의 결심은 내 머리 여럿 달린 육중주처럼 완벽할 것일세. 이런 우아한 필연성이 나를 위로해주네. (2권, p.375)
작가의 약력에 영국 켄트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8년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영어를 가르친 것으로 나온다. 그때 한국에도 놀러와 보았을 테고 잘 알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미래의 복제 인간 배경으로 한국을 등장시킨 것은 그 당시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성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되었다. 비록 나중에 허위 논문으로 몰락하긴 했지만 당시에 줄기세포 연구의 중심지는 한국으로 여겨졌었다.
내 생각이 맞는지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의 첫 출판이 2004년 8월이었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이 발표된 시기도 2004년이었다. 논문이 발표되기 전, 몇 년 전부터 학계에 점진적인 연구 성과가 발표되기도 했을 테니 작가가 복제 관련 기사에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았으면 자연스레 한국을 떠올렸을 것이다. ^^
예고편을 보니 각 장의 연관성이 소설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년도 또한 확실하게 나온다. 게다가 소설에서는 각 장의 인물들 얼굴이 닮았다는 말은 없고 단지 반점 표시만 있는 것으로 나와서 인물간의 동일성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예고편에서는 다른 시대에 동일한 배우를 등장시키니 윤회한다는 것을 더욱 알기 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