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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회가 끝난 뒤 - 러시아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박종소.박현섭 엮어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창비세계문학이 출간되었다. 9개국, 아홉권의 책이 나왔다.
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라틴 아메리카, 프랑스, 중국, 일본, 폴란드, 러시아 9개국의 114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그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만한 작가부터 조금은 낯선 이름의 작가까지 102명의 작품이 실려있다.
그리고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하나.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러시아편인 '무도회가 끝난 뒤'였는데,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요즘 세계문학전집은 참 예쁘게 나온다고 생각했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은 얇은 표지에 겉장 그림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별다른 특색이 없었었는데.
러시아편 말고 다른 나라 편의 표지도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봤는데, 한 권씩 모아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낌이 괜찮다.
세계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소설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거의 읽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이런저런 책을 많이 찾아 읽었었던 것 같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세계문학, 철학, 인문, 자연과학 등등 방대한 분야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읽어야한다는 목표로 활자를 읽어내렸다.
허영심이었을 것이다. 이 정도는 읽어줘야지 하는...
지금은 허영심이 사라진 그 자리에 게으름만 자리잡고 앉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만 찾고 있다.
가끔은 한참을 책 한 권 읽지 않고 지내기도 한다. 책의 자리를 대신할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는 책 속에서 찾고 싶은 걸 잊어버린 것일까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독서생활을 그다지 충실하게 하지 않다보니 세계문학을 읽은지도 꽤 오랜만인 것 같다.
'무도회가 끝난 뒤'에는 11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물론 똘스또이의 작품도 실려있다.
이 책의 제목으로도 차용된 똘스또이의 '무도회가 끝난 뒤'를 읽을 수 있다.
그 밖에도 뿌슈낀, 고골, 체호프, 고리끼같이 익숙한 이름의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작품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예전에 읽었던 모양인지 희미하게 기억이 되살아난다.
'외투'는 그때도 인상적이게 읽었던 모양인지 제법 또렷하게 이런저런 내용을 제법 세밀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또 새롭다. 감상의 농도가 짙어졌다고 해야할까. 같은 겨울에 읽다보니 더 서글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미하일 불가꼬프와 이반 부닌, 예브게니 자먀찐 이 세 작가는 이름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들의 소설은 이상하게 어디에선가 본 것 같다. 확실하지도 않고, 다른 작품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책에는 작품마다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해설이 실려있어서, 소설을 읽고나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워낙 뛰어난 솜씨로 줄거리 정리를 해두고 있으니까. 소설을 읽고나서 정리하는 마음으로 한번 쭉 훑어보면 괜찮을 것 같다.
러시아 소설을 즐겁게 읽었노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동안 읽었던 러시아 소설들은 제법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러시아 소설은 현대소설을 거의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러시아 소설을 읽고나면 왠지 모르지만 묵직한 습기가 가득한 겨울 부엌을 그린 그림이 떠오를 때가 많다.
그동안 읽었던 러시아 문학이 만들어 준 이미지였다.
오로지 그동안 읽어왔던 러시아 문학에만 한정된 이미지인 것 같다. 다른 폴더이름으로 따로 저장되어 있다고 해야할까.
지금 이 시대에서는 적용될 수 없는 그 시대의 러시아 소설만의 분위기를 떠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읽었던 러시아 소설들이 대부분 그 시대의 소설이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니 지금의 러시아에는 어떤 소설들이 쓰여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소설도 시간이 나면 때때로 펼쳐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와 지금의 내가 다르듯이 지금 읽은 그 소설과 예전의 그 소설은 분명 같지만은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