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원생 때 알게 된 50시리즈로 종종 그의 책이 나오면 한 번 펼쳐보게 된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철학 강의’라기보다 내비게이션에 가깝다. 2,500년에 걸친 사유를 압축해 놓았지만 문체는 어렵지 않고, 힘들 때 잠깐 펼쳐봐도 마음을 다독여 주는 차분한 위로의 톤이 강하다. 장자·에픽테토스에서 칼릴 지브란·에크하르트 톨레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지식을 쌓는 독서”보다 “살아 내기 위한 독서”라는 인상을 준다. 물론, 그렇다보니 깊이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진다.
2.
가장 큰 장점은 ‘요약집’이면서서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저자는는 각 고전의 줄거리만 정리하지 않고, 그 사상가가 어떤 삶과 위기를 거쳐 그 사유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를 오늘 우리의 불안·무력감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다. 또 6부(보이지 않는 세계·내면 여행·타인과의 관계 등)로 구조화해, 독자가 지금 자신의 상태에 맞는 파트를 골라 읽을 수 있게 한 점도 다른 고전 50선 책과의 차별점이다.
3.
보완점은 역시나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 50권을 한 권에 담다 보니 개별 고전에 대한 분량이 제한적이라, 이미 원전을 읽은 독자에게는 다소 얕고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서구 중심·영성 중심 고전 비중이 높아, 동양 고전이나 문학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큰 독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또한 ‘힘이 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논쟁적이거나 급진적인 해석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난다는 점도 있다.
4.
전체적인 소감은 “고전과 친해지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꺼내 들기 좋은, 실용 인문학 입문서”라는 느낌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힘들어할 때 이미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들이 여기에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묵직한 위로가 따라온다. 한 번에 통독하기보다는, 힘들 때 한 챕터씩 골라 읽는 ‘상비약 같은 책’으로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문을 꼭 한 번 살펴보길 바란다.
5.
종합하면, 이순간 나에게 힘이 되는 고전 필독서 50은 시대를 넘어 사랑받은 고전들의 핵심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연결해 주는 ‘생각의 지도’이자 ‘마음의 응급 처치 키트’ 같은 책이다. 깊이 있는 연구서라기보다는 방향을 잡아 주는 큐레이션 도구에 가까우므로, 이 책을 계기로 관심 가는 원전을 한두 권씩 직접 읽어 나간다면 활용도가 극대화될 것이다. 일상에 치여 생각이 메말랐다고 느낄 때, 짧은 시간에 큰 울림을 주는 고전의 문장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생각나는 구절
★질문 한 가지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로’인지, ‘각성’인지, ‘관계에 대한 통찰’인지, 이 책의 6개 파트 중 어디에서부터 읽어야 할까?
★독서 기간
2025. 12. 12. ~ 2025. 12. 17.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프리초프카프라 의 #물리학의도
★추천도(지극히 주관적인)
★★★★
고전을 ‘위로와 방향 찾기’의 도구로 쓰고 싶은 독자에게 훌륭한 출발점이 되는 책으로, 깊이보다는 폭과 적용 가능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