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당시 짝지이자 상당히 똑똑했던 친구가 과학고 입학 확정이 된 후 여유롭게 읽었던 책이었다.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친구가 읽는 것을 보고 고입 시험이 끝난 후 나도 읽어봐야지라고 다짐했던 책이었다.
이 소설의 무대는 프랑스 알제리 해안에 접해 있는 오링시이다. 어쩌면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지금 우리 시대의 코로나-19와 유사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의 이야기가 막 퍼질 당시 제주도로 출장을 하게 되었다. 아내의 걱정에도 협의회가 진행되기에 갈 수 밖에 없었기에 큰 탈 없겠지란 마음으로 비행기에 탔다. 함께 출장을 가는 분도 나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니 크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당시 호텔에서 조식 때 만난 교수님은 여름이 되면 사그라질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잘못된 예측이였음이 드러났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와의 투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끔찍한 일을 겪으며 시민들은 점점 무기력해져갔다. 그들은 추억도 희망도 없이 되는대로 현실에 적응해가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사랑을 대신하고 있었던 맹목적인 집념의 음울한 목소리는 자기 자신이 발버둥 치는 끝없는 소리(238)처럼 적어도 국내에서는 도시를 봉쇄하라(85)는 지시는 없었으니 지금의 시대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