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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축제가 된다면 ㅣ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0년 10월
평점 :
나의 생각이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다. 피렌체에 도착하든, 로마로 가든, 아니면 베네치아를 여행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이 베네치아를 이해하고, 경험하고, 또 그 도시에 대해서 말하게 되는 것이다(13).
아직도 생각나는 곳은 베네치아(베니스)이다. 여행 일정상 하루 채 머물지 못 했던 곳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포했지만,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오버투어리즘의 대표 도시로 지정될 정도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물에 잠길 예상을 하며, 없어질 도시 중 하나로 베네치아를 뽑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이다.
베네치아를 사랑한 인물은 무척 많다. 그 중 마의 산으로 유명한 독일의 문학가 토마스 만(베네치아에서 죽음을)을 시작으로 책은 첫 장을 마무리한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돌아본다. 진짜 모습을 본 것이다. 예술가로서 살아왔지만 삶에는 아름다움이 없었고, 사람들은 그에게 존경을 표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했던 지난 삶이 후회로 다가왔다(52). 과연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카사노바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바람둥이이자 흔히 이야기하는 뇌섹남이라고만 알고 있던 그가 법학 박사, 로마의 성직자, 군인, 바이올린 연주자 등을 거쳤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귀족을 살리곤 상류사회에 진입하게 된 열쇠를 쥐게 된 것이다. 여튼 돌고 돌아 베네치아로 돌아왔을 때 스스로 탕자의 귀환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여성을 울리기만 했을 거라 생각한 그는 여성의 유혹에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자서전에는 CC라고 칭해졌다(72). 사랑하는 여성의 동료와의 사랑도 나누게 된다. 지금으로 치면 그 여성은 시대를 앞서간 여성주의 사상가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MM이란 여성이 등장하며, 변태적인 관음증과 부도덕한 광란(81)을 자서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반전의 결말은 존재하기 때문에 궁금한 분은 책을 직접 접해보길 바란다.
여튼 사자의 입이란 제도를 통해 탄식의 다리를 걷너게 된 것은 가이드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다만, 그가 작업을 걸었던 도 모리란 식당, 산 치프리아노 수도원(지금의 안젤리 성당) 등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 모든 여성을 사랑한 카사노바는 자유를 갈망한 것이 아닐까(93). 그와 같은 삶을 살기 위한 카사노비스트가 베네치아의 도 모리 식당에 모여든다고 하니, 궁금한 이들은 코로나가 떠난 후에 방문해보면 어떨까.
읽는 내내 가슴이 쿵쾅 쿵쾅 뛰며, 저자를 가이드로 모셔 다시 한 번 베네치아를 찾고 싶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내가 가이드가 되어도 좋으리.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오는 재판 장면이 보여질 거 같고, 카사노바가 내 곁을 재빠르게 도망가며 한 마디 할 거 같다.
"왜 이리 답답하게 사냐.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마."라며.
아름다운 관광의 도시. 베네치아가 코로나로 인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한 번 들려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일 년간 안식년을 가지며 아내와 세계를 돌고 싶은 마음도 실행해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마지막은 베네치아 사람들이 들려주는 환송곡으로 글을 마치겠다.
우리 인생은 짧기만 합니다.
곧 모든 것이 끝날 것입니다.
(중략)
그러므로, 인생을 신나게 즐깁시다!
우리가 아직 젊은 이 순간에!
p.s 50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같은 책이지만, 김상근 교수의 입담과 김도근 사진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p.s2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