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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심리학 - 까칠하고 연약해 보여도 중심은 단단하게
정철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평점 :
나는 식욕이 많이 없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맛있다는 표현에 있어서도 인색해서 매일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아내가 많이 서운해 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보카도가 과일이라는 것은 안다. 멕시코 원산지로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다고 한다.
아보카도 심리학이라 무슨 의미인지 표지를 생각해보며 유추해보았다. 사람이 아보카도 안에 들어가 있는 걸로 봐선 요즘 트렌드인 자존감, 상처 받기 쉬운 마음 등을 지키는 하나의 방어기제가 아보카도 겉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까칠하고 연약해 보여도 중심은 단단하게 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아보카도가 겉은 거칠며, 과육은 물렁하고 연약하다고 한다. 그러나 씨앗은 단단하다고 한다. 예상했던 바가 맞아떨어지니 하나의 퀴즈를 맞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자신이 가진 역량은 무엇이며,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발휘해 나갈 것인지, 직업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직무와 직업이 있는지, 어떤 기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치열하게 고민했느냐 하지 않느냐다(p.32).
학사경고자들과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자퇴 전 왜 자퇴하는지에 대해 물을 적도 있다. 면담 종료 후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곳에서 학생들의 꿈을 펼쳐주길 돕는 사람인가 아니면 날개를 짓밟는 사람인가 등..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대학을 포기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시간적 자유와 다양한 경험(P.37)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여유롭고 내가 하고 싶은 바를 다양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다시 돌아올 경우 자퇴한 학생은 어떻게 될까?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했는데 그 경험 마저도 나의 길과 달라서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서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면? 혹은 둘 다 아니라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라는 걱정도 했었다.
미국의 교육학자 T.브라멜드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자아실현이라고 보았다(P.74). 그렇다면, 자아실현을 통해서 우리는 기본적인 밥벌이를 할 수 있는가? 라는 다소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하소연을 풀지만, 참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나 역시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아래 내용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을 소개함에 있어서 자주 인용되기도 하며, 나 역시 강의 때 종종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혹시 사범대학 학생이라면 아래 글을 꼭 기억하면 좋을 듯 하다. 흔히 성적순 줄세기의 위험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대학은 어떤 학생을 뽑아야 하는가?에 대해, 교사는 어떻게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계는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교육학자 R. H. 리브스의 동물학교 우화
동물들이 새로운 세계를 대비하기 위해 세운 학교가 있다. 수영, 달리기, 오르기, 날기를 필수 과목으로 정했다.
필수 과목이다보니 반드시 이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리는 수영은 1등이지만, 오르기와 달리기에서는 낙제했다.
졸업을 위해 오르기와 달리기에 몰두하다가 그만 물갈퀴가 닳아버려 수영마저도 제대로 못 했다.
토끼는 달리기가 1등이지만, 수영에서 낙제하여 물 속에서 오래 있다보니 다리가 퉁퉁 불어 달리기조차 할 수 없었다.
다람쥐는 오르기가 1등이지만, 날기 점수가 낮아 날기 연습을 하다가 다리를 크게 다쳤다.
독수리는 날기에서 1등이지만, 반항아 기질이 있어서 다른 수업에서는 열의를 보이지 않으며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만 고집하며 불성실한 모습에 퇴학 위기까지 몰렸다.
결국 최우수 졸업생은 뱀장어가 되었다.
뱀장어는 무엇 하나 잘 하는 것이 없지만, 낙제 과목이 없어서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은 가볍게 읽기 좋다. 가볍다고 하며 읽을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진로에 대해 고민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