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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구 - 4.19혁명 ㅣ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윤태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평점 :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윤태호 작가이다. 오래 전부터 굉장히 기대되는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기대했다. 왜냐하면 만화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값 못 한다고 이야기 들을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만화를 좋아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적 사건들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작업하였다. 4.19 혁명 60주년,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 제주 4.3, 6.10 민주항쟁의 세트로 구성되어 진다. 창비 출판사에서는 의미 있는 책을 많이 내어주는 듯 하다. 그리고 4월이면 잊어서는 안 될 세월호에 대해서도 창비에서 출간했음을 어제 알았다. 사일구의 사(4)가 생각나면서 세월호가 떠올랐기에 집의 책장을 살펴보니 창비 출판사였다. 예전에는 출판사를 잘 살펴보지 않았는데, 근래 출판사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으면서 책을 구매하게 된다.
커다란 포스터가 민주화 운동을 정리해준다. 이런 자그마한 선물이 독자들에겐 기쁨이다. 하하.
특히 이번 사일구의 작품의 저자인 윤태호 작가는 미생으로도 유명하고, 그의 작품은 개인적으로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직장인의 삶을 그린 미생, 인천상륙작전 등 그의 작품은 생생하다. 이번 사일구는 1936년생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사일구 혁명은 1960년 학생과 시민이 부정선거와 독재에 반대하여 일으킨 민주주의 혁명이다. 2월 28일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의 선고유세에 학생이 참여하지 않도록 일요일 등교를 시키자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전개된 것이다. 그 와중에 마산상고 김주열군이 시신으로 발견되고, 고려대학생의 정치깡패 습격으로 인해 이승만 정권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성한 건물 하나, 제자리에 멀쩡히 붙어 있는 것 하나를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었고
천지가 거지와 팔 없는 사람, 다리 없는 사람, 눈 없는 사람, 정신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찼어.
여전히 소란스럽고 어수선하고 살풍경하기 그지없는 곳이었지만 내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뭔 줄 아는가?
나를 학교에 다시 넣어준 거야. 공부 계속하라고(p.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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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속에서도 교육에 대해 아끼지 않았던 어머니는 무슨 마음이였을까. 개천에서 용 나기를 바라는 유일한 마음이 아니였을까. 나는 이렇게 힘들지만, 내 자녀들만큼은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였을까. 그래서인지 우리 나라의 교육열은 어마어마하다. 헬리콥터 맘 등의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이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인근에 대구의 수성구가 있다. 동료들 중 수성구에 사는 분들도 제법 있다. 아파트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까지 미칠 정도이니 여전히 교육이 가지고 있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다만, 특정 집단을 위한 특수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하는 바람이 크다.
형, 뭐 하고 있어. 세상이 바뀌고 있어. 세상은 형의 책상 위에서 바뀌는 게 아냐(p.122)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자그마한 힘이 모여 조금씩 바뀌는 것이 아닐까? 떄로는 상처와 아픔도 생길 것이다. 주인공은 젊은 시절 동생에게 겁쟁이라는 비판을 듣게 된다. 그럼에도 4.19 혁명을 외면하고 노년엔 극우단체에 가입하게 된다. 주인공의 시점에서는 주인공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기에 어쨌든 살아야 한다는 명목이다.
민주주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입니다(p.5)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기획의 말은 우리는 끝까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계속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다. 교육에서도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매 순간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루소는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타인의 것이 아니라 자기의것으로 받아들이는 교육을 제안한다. 작품해설을 맡은 임유경 교수님께서도 자기에 대해 말하는 일이 곧 자기에 대한 앎을 갖는 일이기도 하다고..
귀를 막는다고 안 들리거나 눈을 가린다고 안 보이는 게 아니더라고,
세상이란 게(p.91)
각자가 같은 문제에 접하더라도 각자가 다른 생각을 가진다. 혹은 동일한 감정을 가지기도 한다. 그 동일한 감정들이 모였을 때 우리는 각자가 아닌 하나이다. 한 개인에게만 영혼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사회에도 살아숨쉬는 영혼이 있을 것이다. 평범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할 때 좀 더 나은 민주주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민주화 운동을 이끈 현재 기성 세대들을 생각하며 으로의 이끌 세대를 위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득 어른이 된 지금 그런 생각을 해본다. 당시 민주화 운동의 주체자였기도 한 기성세대들이 왜 꼰대라는 이야기를 들어가며 변화없는 옛날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역시도(후대 역시도) 변화하지 않고 고이게 되면 썩을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p.s 어쨌든 이 프로젝트는 2년 만에 완성이 되었다는 점 또한 눈 여겨 볼 만하다. 이 책의 탄생 과정이 담긴 유튜브나 기사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를 줄 것이다. 아래가 그 기사이다.
역사 전문가의 감수를 거쳤기에 청소년들도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예산 문제로 4권에 그쳤지만, 추후 더 다양한 내용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설레이는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