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간 - 불신과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
김기헌.장근영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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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사회학의 지식이 합쳐졌다. 이 책은 나의 관심사와 아주 맞아떨어지는 책이라서 더 기대가 크다. 특히 두 저자 모두 나의 관점과는 다른 이야기(혹은 접근)를 들려줄 거 같아서 더더욱 설레인다. 한 저자는 정책과 관련된 일을 오래 했기에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이 이루어질 거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끔 책을 읽다가 체하는 경우가 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너무 읽고 싶은 책의 경우 급하게 읽는 경우가 나의 경우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면 내용은 알겠는데,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더 더욱 신중하게 읽을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근래 사회학 전공 책을 자주 접한다. 전공 서적이다보니 천 페이지가 가까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사회학 책을 살펴보는 이유는 그동안 나의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협소한 나의 생각을 확장시켜주기도 한다. 이 책이 나에게 그런 의미가 되지 않을까란 기대를 가지며 체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책을 펼친다.



출판사에서 메모지를 넣어주었다. 그러고보니 유명한 이지성 작가의 책이 종종 나오는 출판사가 이곳임을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책을 펼친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유네스코의 시험문화에 대한 연구 진행에 대한 내용(p.16)을 화두로 던지며, 우리나라가 고부담 시험문화를 가진 나라(p.17)임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시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생애 최초의 시험(p.94)은 언제였는가? 대부분 받아쓰기 시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중학교 입시 제도의 폐지(1969), 고등학교 평준화정책(1974)-당시 내가 속한 지역은 2000년대 초반에서야 제대로 된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본고사 폐지(1981)-이후 본고사 부활(1994)했으나 다시 폐지(1997),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2015)-이제 학년제까지 도입되었다.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현재 큰 이슈는 정시 확대일 것이다. 대학에 몸 담고 있는 나로서는 사실 안타까움도 크다. 정시모집이 공정하다라는 프레임은 결국 몇몇 수시모집에서 생기는 고액 컨설팅과 사교육의 문제가 확대 해석이 된 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시모집을 확대했을 때 흔히 말하는 누가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을 것 이다. 그러나 역시 정답은 없는 주제이다. 수시모집의 문제로 부각되었던 것은 공정성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육부와 대학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 또한 많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하면서 교육은 참 뜨거운 감자라는 것을 항상 느낀다. 그러면서 문득 대학 졸업 후 교원 임용 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에 힘썼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업에서 그들의 기준에 맞게끔 인재를 선발함에 있어 부당하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같은 논리로 바라보기는 어렵겠지만, 나의 관점에서는 유독 대입에 대해서만큼은 민감하다라는 것이다.

한 학생이 이번에 대기업에 합격을 했다며 찾아왔다. 여러 기업에 지원을 했지만, 떨어진 곳도 많았다고 한다. 떨어진 곳에 대한 의문에 대해 물었더니, 인재상과 맞지 않았겠죠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논란이 되었던(지금도 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도 결국엔 각 대학의 인재상에 맞춰서 평가 지표에 따라 선발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책의 내용에서도 시험의 공정성은 신화라는 표현을 쓴다(p.161).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고 절차의 공정성에만 집중하는 것은 사실상 진짜 공정성을 추구할 기회를 포기하고, 허울뿐인 공정성으로 현실의 불평등을 감추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은 여러 곳에서 제기되어 왔다. (중략) 수능 점수는 순수한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반영한 것이고, 이 점수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사회체계를 정당한 것이라 여기는 믿음음 그저 미신일 뿐이다라는 주장과 함께..

어쨌든 서평 속에서 '뜨거운 감자'를 다루고자는 바는 아니기 때문에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보면, 시험인간이라는 것은 한국의 한 문화라고 생각된다.

시험이 우리 사회에서 유용하고 강력한 도구로 제 역할을 해왔기 때문(p.35)

한 시대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그 시대가 채택한 시험으로 드러난다(p.36)

시험은 일종의 재판이고, 시험의 결과는 판결과 같다(p.46)

시험은 누구나 쉽고 명쾌하게 납득할 수 있어서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기에(p,50)

고려시대 광종의 과거시험(958)은 당시 획기전일 발상이다. 신분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강한 집념이 담겨있다. 조선이 갑오개혁을 통해 과거제도를 폐지한 이유는 신분제도의 철폐를 위해서였다. 역사는 반복되는지 현 시대에도 주무 부처 과장의 자녀가 공단에 부정하게 입사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공정함을 위해 우리는 시험을 선호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신분이 있는 것일까? 공부만이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어쩌면 신분 상승의 사다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뒤의 이야기지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교육평론가 이범은 경제적인 공정성 덕분이였다고 지적한다)

신분 상승을 위한 하나의 수단은 사교육일 것이다. 공교육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채우겠다는 것이다. 사교육에 대한 혼란도 많았고, 한때는 사교육을 없애자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결국 그림자 교육이라는 명칭으로 공존을 취하는 구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래의 표현은 나 역시 동의하는 바이다.

공교육 시스템을 갉아먹는 가장 큰 원흉은 사교육이 아니다. 사교육을 키워주는 불신, 배신의 게임이 반복되어 생긴 결과다(p.65)

우리의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시험사회를 해체를 논하지 않는다. 탈시험사회를 위해 다른 접근을 이야기하고 있다. 언젠가 대학의 교육개발센터(교수 수업 컨설팅 및 학생 학습 컨설팅)의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위원이 '시험에서 한 문제 더 맞추는 것이 학습 역량이 뛰어난 학생인가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뭐라고 대답은 한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엉뚱한 대답을 했을지도..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경쟁률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선방했다고 한다. 시험인간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시대는 변해가는데 그 변해가는 흐름 속에서 무엇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평가를 해야하는가? 교육과정의 변화와 함께 다른 나라의 사례를 우리 나라에 맞게끔 고민해야 한다. 한 명의 교육자로서는 힘든 일이다. 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

한 개그맨이 이야기한 공부 못하면 추울 떄 찬 데서 일하고,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한다는 표현 속에 직업의 귀천이 생기는 인지 구조보다는 결과의 공정성 이전 과정의 공정성.. 또 그 이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 역시 고민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범대학(교육 관련)을 꿈꾸는 후학들과 사회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학부모들이 읽어도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의 책들도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듯 하다. 시험국민의 탄생은 시험인간에서도 참고를 많이 하였으나 교양서로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입시는 우리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는가는 시험인간 정도로 읽으면 좋을 듯 하다(가독성이 좋은 편).

교육을 위한 사회가 되는 그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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