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의 신 - 충주시 홍보맨의 시켜서 한 마케팅
김선태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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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주무관은 충주시 6급 공무원으로 나와 나이가 같은 87생이다. 아무런 연관성은 없지만 단지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괜히 관심이 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아주대를 중퇴하고 6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이후에는 지방직 공무원에 합격하여 면사무소에 출근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65만 구독자를 운영하는 '유튜버'가 됐다. 면밀히 말하면 그의 채널은 아니다. 채널은 '충주시' 채널이지만 모든 운영은 그가 한다.

유튜브 채널에서 그를 처음 보게 된 것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카레밥을 먹는 영상이다.

'이게 왜?'

그랬다. 워낙 자극적인 컨텐츠가 많은 탓에 그 정도면 유튜브 세계에서 꽤 준수한 편이 아니던가. 그러다가 다시 썸네일을 들여다 봤다.

'뭐지? 충주시?'

충주시 공식 채널이었다. 그러다 다시 놀랐다.

'뭐지? 공무원이야?'

아슬아슬 선을 넘을락 말락, 대한민국 사회가 임의로 설정한 선을 지키며 운영됐다.

그를 잊고 지내다가 쇼츠에서 'Sam smith'의 'holy'패러디 영상을 다시 보게 됐다.당시 'Sam Smith'의 'I'm not the only one'이라는 노래에 심취해 반복 재상으로 듣던 시기였다.

'어디서 많이 보던 사림'이었다.

'누구였지?'

채널을 눌러보니 '충주시 공식 채널'이다.

'뭐지? 그 공무원이야?'

그 이후부터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영상과 채널이 올라 갈 수 있는가.'

'또한 그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하는가'

이후, 잊혀질 때 쯤 해서 '긴급체포' 시리즈를 봤고, 다시 잊혀질 때 쯤해서 '세금 먹방'을 보게 됐다. 몇 번의 선택을 받던 그 채널은 '충주시 공식 채널'이라는 구독할 이유가 전혀 없고 해서도 안 될 것 같은 채널을 구독하게 했다.

사실 마케팅이란 그렇다. 마케팅은 이미 필요한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이들에게 구매 가능성을 올리는 일이다. 즉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충주시'는 완벽한 성공을 이뤘다.

나의 호기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반드시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단순 '애향심'만 가지고는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나또한 적잖은 기회를 가졌으나,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경우가 많았다. 마치 무르 익지 않은 과일을 수확하여 시장에 내다 팔아보겠다고 설친 경우다. 그러나 어떻게 그는 그 수많은 유혹을 견뎌 낼 수 있나. 그 부분에서 인간적인 존경심도 들었다.

그의 노하우는 매우 간결하게 책에 담겨 있다. 꽤 가볍고 쉽다. 때로 사람들은 '가볍고 쉽다'는 것에 불쾌감을 가질지 모른다. 다만 '가볍고 쉽다'는 것은 본질에 가깝다는 의미다. 그는 정보전달의 본질인 '쉽고 재밌다'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유튜브 채널처럼 도서는 쉽고 재밌게 내용을 설명한다.

누구를 타겟해야 하느지,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지, 그것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사실 조직이 규모화 되면 보수적으로 변한다. 그 어떤 조직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조직에서는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악습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효율'보다는 '명분'이 훨씬 중요해 지는 경우가 많다.

매너리즘에 빠진 조직원은 모든 것을 '관례화'한다. '최초의 의미'는 사라지고 그저 행위만 남는 것이다.

'군 조직'이 그렇다. 군조직에서는 '본질'은 사라지고 '행위'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저 '행위를 위한 행위'만 남는 것이다. 이런 관례에 불만을 가지면 조직은 그저 '시키면 시키는대로'하라는 수동적인 자세를 강요한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의미는 이미 사라지고 모두 관례만 남는다. 그러나 규모가 큰 조직 중 가장 큰 조직은 어디인가. 바로 국가 행정 조직이다.

이 행정 조직은 답답함 투성이다. 최근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느끼는 바가 있다. 초등학교 입학 후, 학교에서는 꽤 많은 서류를 보내온다. 거기에 서명하고 이름을 쓰고 다시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참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바뀌지 않은 몇몇 관행이 보였다. 바로 불필요한 반복되는 서명이다. 세부내용에 대해 동의 하는지 묻고 서명을 요구한다. 그리고 문서 하단에는 '위 내용에 동의한다'는 서명이 다시 있다.

'동의 한 내용에 대해 동의한다는 서명'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아마 그 최초의 문서 원문은 수십년 전 어떤 행정직 공무원이 작성한 글일 것이다. 그것을 수정하지 않고 아무도 불평하지 않으니, 사용하던 방식대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관행은 점차 비효율을 낫는다. 변화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비교적 책임을 피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해서 대체로 공무원 조직은 '비효율적'이고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김선태 주무관'과 '그 조직'은 참 독특한 모양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하여도 그가 속한 집단의 모든 관행이 다른 부서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비효율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오래된 관례를 이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신선한 도전이 하나 둘 생긴다는 것은 국민 한 사람으로서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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