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
귀도 토넬리 지음, 김정훈 옮김, 남순건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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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당신을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했을까.

신은 당신을 만들기 위해 '진공' 상태를 먼저 만들어야 했다. '진공' 상태'란 가득찬 상태다. 그게 무슨 말일까. '진공상태'는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다. 흔히 '비어있는 상태' 혹은 '무'의 상태로 알기 쉽지만 진공은 가상의 입자가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상태다. 쉽게 말해 양전자와 음전자가 끊임없이 생기고 상쇄하는 상태다. 이를 '양자요동'이라 한다.

수 많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생겨나고 서로를 소멸시키며 0으로 반환하는 상태다. 평온하고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만들어지고 서로 소멸하며 요동치는 역동의 상태다. 0은 그런 의미에서 굉장한 에너지가 있다.

0이 최초에 발견될 때, 인도 수학자들은 그것에 '없다'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0이 무한한 양수와 음수의 집합이며 모든 것이 중첩되고 상쇄하는 완전한 상태로 봤다. 다시말해 0은 '없음'이 아니라 오히려 없음의 반대다.

아무튼 이렇게 진공의 상태가 만들어지면 그 안은 에너지가 '거의 무한'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무한히 생성하고 소멸한다. 그 과정은 끊임없이 지속된다. 그러다 어떤 이유에서든 물질이 반물질보다 더 많이 남는 상태가 되는데, 이 미세한 비대칭 때문에, 우주에 물질로 가득차게 된다. 그리고 이 비대칭이 꾸준하게 팽창한 결과가 현재의 우주다.

우주 초기의 환경은 고온과 고압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는 서로 강력히 잡아당기는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그것을 핵력이라 한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핵력으로 결합되면 중수소핵이 된다. 다시 중수소핵 두 개는 결합하여 헬륨핵이 된다. 이렇게 최초의 원자가 만들어지는데는 3분의 시간만이 걸렸다. 다만 이는 '무한'에 가까운 확률이 중복적으로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만에하나 이 과정이 10분 간만 지속됐더라도, 거의 모든 수소는 자유양성자를 소비해 무거운 원자가 되버린다. 그러면 우주상의 모든 수소는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수소가 사라지면 '헬륨'이 생성되지 않는다. 헬륨과 수소가 없으면 우주를 밝히는 '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 몇 분, 그 몇 분의 차이로 우리는 기적인 세상을 보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자는 공간을 부유하고 다닌다. 부유하는 원자는 어떻게 될까.

만유인력의 법칙, '모든 물질은 서로 끌어 당긴다. 단, 질량이 작은 물질은 질량이 큰 물질에 끌려간다.'

이 원칙에 따라 떠다니는 원자는 서로 달라붙고 다른 원자를 끌어당긴다.

이렇게 덩어리 된 원자는 다시 공간을 부유하고 다른 원자를 더 끌어 당기며 몸집을 더 키운다. 질량이 커지면 더 큰 중력을 갖게 된다. 더 큰 중력은 더 많은 원자를 끌어 당긴다. 이렇게 뭉쳐진 원자 덩어리가 모여 압력과 열이 생기면 핵융합의 새로운 조건이 탄생한다.

원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조건 아래서 '수소'가 '헬륨'으로, 헬륨이 '탄소'로 바뀌고, 여기에 추가적인 핵융합이 일어나며 산소, 질소, 마그네슘 등으로 점점 더 무거운 원소로 결합된다.

융합이 끊임없이 일어나며 점점 무거운 원자가 되던 덩어리는 결국 더이상 결합할 수 없는 최대치까지 몸집이 커진다. 그 덩어리가 바로 원자 '철'이다. '철'은 합성을 멈추고 안으로만 수축만한다. 그러다 결국 압력을 이기지 못하면 폭발해 버리는데, 이것이 '초신성 폭발'이다. '초신성 폭발'은 우주 사방으로 원자를 다시 흩뿌려 버린다. 이렇게 뿌려진 원자가 다시 서로 끌어당기며 질량을 키우고, 다시 철이 되면 폭발하고 사방으로 원자를 뿌린다. 이런 과정은 무한히 반복한다.

최초의 핵이 만들어지는데는 고작해봐야 3분이다. 다만 광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까지는 38년의 시간이 걸린다. 다시 첫번째 별이 만들어 지는데는 2억년이 걸린다.

'성서'에서 말하는 '빛이 있으라하여 빛이 있었다.'

처럼 간결하고 쉬운 과정은 아니었으나, 분명 엄청난 과정을 통해 우주는 빛을 만들었고 이제 그 빛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조건이 된다.

결국 초신성 폭발이 만들어낸 원자 덩어리는 이렇게 조합되고, 저렇게 조합되며 다양한 물질이 된다. 결국 우리가 '별'에서 왔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우주 탄생 138억 년 동안 이런 무한한 반복은 꾸준해 왔다. 개중 은하와 별, 행성이 만들어진다. 우리 은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우리 은하에는 대략 1천억에서 4천억개의 별이 있는 걸로 추정된다. 게다가 은하의 갯수는 대략 2조 개 쯤 있다. 다시 말해서, 우주에 있는 별의 갯수는 최소 10의 24제곱 정도 된다. 거의 1경 개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엄청난 숫자가 모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운좋게도 이렇게 수많은 환경 중 한 곳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대략 10억 년 쯤 전에, '우리은하'의 변두리에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백열 플라즈마의 완전 구체가 형성된다. 이 구체는 자기장을 가지고 있고 25일마다 자전을 하며 표면온도는 6000도에 가깝다. 그 내부 온도는 100만도도 넘는다. 이 엄청난 가스 덩어리는 거대한 중력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원시행성계 성운이 질서정연해지고 투명해진다. 태양과 가까운 쪽은 점점 더 무거운 원소들이 풍부해진다. 태양 주변을 공전하던 먼지 알갱이들은 질량 때문에 방사선과 태양푸에 쓸려나가지 않고 서로 충돌하며 점점 더 큰 물체로 뭉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뭉쳐진 덩어리가 1km정도가 주변을 끌어 당길 수 있는 질량이 된다. 이는 다시 주변을 끌어 당기고 주변이 끌려오면 더 큰 질량이 되어 더 큰 중력을 갖는다. 이렇게 태양 주변에는 무수한 암석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구형 행성'이 된다.

이 행성은 태양에서 세번째로 가까운 궤도에 위치했다. 그리고 1억 년이 흘렀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현재 화성의 질량과 같은 행성이 이 행성과 충돌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행성이 충돌하면서 아주 오랜시간 동안 두 천체는 융합된다. 그러나 일부는 튕겨져 나갔고 행성의 중력장에 갇혀 궤도를 돌다가 하나의 구체로 뭉쳐진다. 그것이 원시 지구와 달의 탄생이다.

이 중 네 번째 행성의 위치는 기가 막히다. 이 위치는 우주의 추위를 피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받을 만큼 태양에 가깝게 공전한다. 열 에너지는 너무 가열되면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물'은 생성된다. 기가막힌 위치 덕분에 생성된 물은 이 행성의 대부분을 덮고 수십억 년동안 유지했.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덕분에 이곳에서는 꽤 다양한 화학반응이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분자를 통합하고 변형하며 더 복잡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조건이 형성된다.

이산화탄소와 햇빛은 당을 합성하고 산소가 배출되는 이 생화학 반응은 환경을 더 드라마틱하게 바꾸었다. 다시 튕겨져 나간 그 파편의 위치 또한 기가 막히게 좋았다. 달의 위치 덕분에 조류가 생기고, 계절이 생겼다. 달이 지구를 때리는 속도와 각도 또한 엄청난 운이 따랐다. 엄청난 충격은 지구의 회전 속도를 바꾸었다. 지구의 회전은 내부의 대류운동을 시킨다. 고로 철과 니켈로 구성된 액체 금속이 지구 내부에서 열에 의해 대류운동을 하고 그로인해 행성을 감싸는 얇은 자기장이 발생한다.

이는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한다. 이제 원시 지구에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 등의 유기 분자가 풍부하게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일산화탄소와 암모니아, 포름알데히드를 아미노산, 지질, 다당류, 핵산으로 변형시키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이 단백질은 정보를 조직화하여 최초의 DNA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 우연은 또다른 우연과 겹치며 엄청난 행운을 만든다. 바로 태양계에서 다섯 번째 암석행성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지구를 구성할 수 있는 재료는 더욱 풍부해졌다. 또한 그 지구 밖으로 '목성'이라는 '실패한 별'이 만들어진다. 이 목성은 워낙 거대해서 그 중력이 엄청나다. 이 거대 가스 덩어리는 자신의 질량으로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소행성과 혜성의 곡률을 변화시킨다. 실제로 목성은 그 거대한 몸체 때문에 소행성들을 우주 공간으로 밀어냈다.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 35억 년 전, 바닷물의 보호아래, 자외선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최초의 생물학적 구조가 안전하게 진화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조류인 단세포 원핵생물에서 다세포로 분화해 간다. 대략 3억년 전에는 지구가 거대한 온실효과로인해 온난화를 겪었다. 이때, 엄청나게 많은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등장한다. 이를 '캄브리아기'라고 한다. 다시 6500만년 전에는 커다란 운석이 주구를 충돌하며 먼지 구름이 형성된다. 이는 지구 기온을 변화시키고 갑작스러운 기온 하락에 공룡 등 다양한 종들이 멸종한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크기가 작은 포유류가 살아남으며 뜻 밖의 기회를 얻는다.

다시 수백 만년 전에는 아프리카에 급격한 기온 차이로 숲을 잃어버린 원숭이가 먹을 것을 찾아 다니기 위해 나무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넓어진 들판을 이동하기 시작한다. 넓은 지역을 오랫동안 걷기에는 털이 없는 편이 훨씬 더 유리했다. 털 없는 원숭이는 열을 배출하기 쉬워 더 많이 걸을 수 있었다. 털이 없어진 원숭이가 직립 보행을 시작한 것도 그쯤이다. 직립보행으로 자유로워진 두 손은 '도구'를 사용하기 편했다. 또한 소모하는 열량이 높아진 탓에 '육식'을 시작한다. '초식'을 하던 털 없는 원숭이가 '육식'과 '사냥'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면서 그리고 우연히 '불'을 발견하여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그 뇌구조는 파격적으로 성장한다.

우연은 우연을 불러 일으키고, 다시 그 우연이 우연을 불러 일으킬 때, 모든 확률은 제곱으로 커진다. 과연 우리가 '이글'을 볼 수 있었던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것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 기적이 될 수 있을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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