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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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막한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설명.

다자이 오사무, 그는 1909년 일본 아오모리 현에서 태어난다. 집안은 부유했으며, 그는 그 사실을 부끄러워 한다.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이루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는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도교제국대학에 입학한 후 좌익활동을 시작한다. 날 때부터 정해진 자신의 정체성과 내면의 신념의 충돌은 그의 삶 전반에 존재한다. 이런 내면과 갈등은 그의 삶을 내면과 외면으로 분리했다. 물론 어떤 사건이 기폭제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겪는 다양한 사건은 모두 서로 그러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다자이 오사무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 끊임없는 자기비하와 비난을 하던 그는 1930년에 다나베 아쓰미라는 연인과 투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이 사건으로 연인인 아쓰미는 사망했으나 그는 살아 남았는다. 이후 연인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를 받던 그는 이후로도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한다. 이런 비극은 다른 비극을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불러 일으킨다. 결국 그는 약물 중독에 시달린다. 중독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그가 가게 된 병원은 '정신병원'이다. 몇 번의 비운과 고통이 그들 찾으며 그는 생애 동안 총 다섯번의 자살을 시도한다. 끊임없이 자기자신과 인간에 대한 고뇌를 멈추지 않던 그는 마침내 1948년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던 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는 '인간실격'이 발표된다. 다자이 오사무의 삶은 극적이고 복잡한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은 '소설'이지만 작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내면의 고뇌와 인간의 약점을 탐구한다.

우울하고 침울하고, 고통스러운 그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는 마음이 '오염되는 감정'을 느낀다. 다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가 느끼는 일부 감정에 있어서 철저한 공감을 갖는다.

그가 가진 고민들, 사회적 부적응과 자아 상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괴리감, 외로움, 자신의 본성에 대한 불안과 혐오, 끊임없는 자기와 세상에 대한 비판, 의심, 좌절. 그것은 소설을 읽기 전에도 내 안 어딘가 존재하는 감정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장난기 많고 농담 좋아하는 밝은 사람이지만 그 속은 정반대이다. 겉으로 가면을 쓰고 솎으로 그 빛에 준하는 그림자를 가지는 것을 보면 페르소나와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페르소나와 그림자는 '구스타프 칼 융'의 심리학 이론 중 하나다. 사회적 상황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선택적으로 가짜 자아를 만들어 나간다. 그것을 가면, 즉 페르소나라 부른다. 반면, 우리의 의식적 자아가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성, 부정적인 사고와 욕망, 감정 등 무의식의 일부, 타인에게 숨기고 싶어하는 내면. 그것은 그림자이다.

인간실격에서 주인공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여러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는 진짜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페르소나를 연출한다. 모두를 철저하게 속이며 이러한 개념은 융의 페르소나 개념와 매우 일치한다. 융의 심리학에서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개인의 성장과 자아 실현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에서의 갈등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조금 더 직관적으로 그려진다. 다만 '인간실격'에서 주인공은 이 균형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그림자에 짓눌려 고뇌한다. 자신의 그림자를 직면하고 이를 수용하여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 있던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의 여정을 완성하지 못하고 결국 '인간으로써 자격의 실격'을 선언한다. '소설 데미안'과 대비적으로 그는 결국 열리지 않은 결말로 끝을 낸다.

이 소설은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불안과 외로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이 고뇌가 우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페르소나와 그림자, 선과 악 사이의 고뇌를 열린 결말로 이야기 했던 '헤세'의 '데미안'과는 다르게, '인간실격'은 종결된 결말로 끝을 낸다. 결국 우리 모두는 '페르소나'를 집어 삼키는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고뇌가 멈추기 위해 결국은 그 간격을 줄여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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