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한국사 1 근현대 - 주경식 선생님, 근대 사회의 전개 생강 시리즈
주경식 지음, 해뜰날 그림 / 스터디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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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스펙타클한 시기를 꼽으라면 '근현대' 시기다. 이 시기는 드라마틱하고 다이나믹하다. 현대를 과녁으로 삼고 과거를 화살로 그려내는 것이 '역사'의 특징이니, 결과를 알고 보는 우리로써는 모든 상황이 숨겨진 복선처럼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근현대사'는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듯 보인다. 그럼 그 목적지는 어디인가.

'조선 멸망'이다. 한반도 '근현대사'는 '조선 멸망'이라는 갈등최고조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장편소설처럼 느껴진다. 딱! 떨어지는 아귀가 희열감을 줄 정도다. 선조들의 무능, 세계 정세의 역동적 변화가 동시대에 공존하며 주인공들은 모르고 독자들만 아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얼마 전에는 국가 부도 사태를 그렸던 영화가 흥행을 거두었다. 표면적으로 잘 나아가던 국가가 곪아진 내부 문제로 빠르게 부도사태를 맞이한. 그 과정은 '근현대사'와 오버랩된다. '국권 피탈'과 '국가 부도'. 두 타이틀은 100년이라는 짧은 시기에 벌어진 두 개의 평행 이론 같다. 이 사건들은 현대 대한민국에 정체성을 남겼다. '피해의식'과 '열등감'이다. 그 단어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단어 자체에 발끈하는 이도 많지만, 피해의식과 열등감이 없다면 이만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는 19세기 말, 이미 내부적으로는 부패했었다. 갑오개혁과 동학농민운동 등의 개혁 시도에도 불구하고 정세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그리고 대응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은 내부의 무능을 외력으로 덮기를 시도했다. 자국 군인들에게 지급할 배급미도 부족한 국가가 외세로 군란을 막는 것은 다시 살펴도 무능 그 자체다. 그 과정에서 '청'과 '일본'은 한반도에서 전쟁도 벌인다. '청일전쟁'이 '청'도 '일본'도 아닌 한반도에서 일어난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다. 외세에 국토를 전쟁터로 빌려주는 무기력함은 반세기 후, 한국전쟁에서 다시 재연된다. 가만 보면 역사는 역시 반복한다. 다만,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역사는 그 주기는 꽤 짧은 편이다. 이런 '외부'에 대한 상처는 '피해의식'으로 국민에게 고스란히 남았다.

우리 역사는 내부적 무능을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았다. 다만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국가와 문화에서 비슷한 현상은 나타난다. 역사라는 것은 대체로 '정치', '외교'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정치는 역사를 이용하고, 역사는 정치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우리의 현대사도 살펴보면 독재 시기가 분명 존재한다. 내부적 무능을 덮기 위해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는 언제나 있어 왔다. 때로 그것은 '북한'이기도 하고, '일본'이기도 하며, 미국이기도 했다. 저마다 분명한 역사적 논리는 있지만, 그만큼의 오류도 분명하게 있다. 모쪼록 우리의 역사가 가진 역사성을 보면, 역사에 대한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없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재밌는 부분이 있다. 조선 말기, 내부적 쇠퇴와 무능이 '서구 열강'의 침략과 일본의 '대륙 침탈에 대한 야욕'으로 가려졌다는 것이다. 외부적 요인을 거짓이라고 포장할 수는 없다. 다만 내부의 무능이라는 본질을 흐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역사적 무능의 근본은 현실인식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현실 인식을 실패한 이들은 역사에서 보건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지나치게 정치적이면 이것은 위기의 새로운 신호다.

조선을 비롯한 한반도 역사는 외부 세력에 의한 수차례 침탈을 경험했다. 이에 따른 굴욕의 역사도 상당하다. 이 기간 우리는 국가적 자주성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현대 정책과 외교 행동에서도 뚜렷하게 영향을 미쳤다. 국가마다 역사를 인식하는 방식은 다르다. 다만 아직까지 역사를 인식하는 방식에서 우리는 '역사적 열등감'을 살펴 볼 수 있다. '일제강제점령시기'나 '몽골 간섭기'와 같은 용어도 이를 보여준다. '일제 강제 점령시기'라는 용어는 일본의 식민 지배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강제적이고 부당한 점령이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식민시기는 대체적으로 강제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 명칭을 보자면 분명 교육적 가치와 역사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알 수 없는 조급함이 보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1858년부터 1947년까지 인도가 영국의 직접적인 식민지배를 받았던 시기, 인도는 'British Raj'이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미국이 영국 식민지 시대였던 시대 또한 'Colonial America' 혹은 'American Colonial'다. 다만 우리는 그 시기를 무능으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 분투한 흔적이 뚜력하게 보여진다.

우리가 몽골에 느끼지 않는 적대적 감정을, 단순히 일본에만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더 가까운 과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제력이 일본의 경제력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기술적으로 패배했지만, 그 피해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대체로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나 피해의식은 앞으로 한일 간 경제 격차가 줄어 들수록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단순히 국가의 '흥망성쇠'라는 거시적 관점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배울 부분이 충분하게 있다. 우리는 과연 외부의 탓을 찾고 내부의 무능을 감추려고 하고 있진 않은가. 스스로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미움'이라는 감정을 이용하고 있진 않은가. 역사를 인류의 오답노트라고 한단다.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오답을 반석으로 삼아, 개인을 더욱 견고하게 하고 이어 그것이 모여 국가를 더 단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싶다.

*개인적으로 생강 시리즈에서 가장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은 '역사 파트'가 개중 최고인 것 같다. 아직 나머지 다른 부분도 더 봐야 하겠지만, 그림과 설명이 적절하다. 해당 시리즈를 통해 성적 향상이 많다는 평이 많으니, 수험생들이 참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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