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70주년 특별 에디션 고급 벨벳 양장본)
루이스 캐럴 지음, 디즈니 그림, 공민희 옮김, 양윤정 해설 / 아르누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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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 소설을 읽고 난해함을 느꼈다면 당연할 것이다. 제정신으로 글을 읽고 있는지, 글을 쓴 사람은 과연 제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아리송한 책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덴마크의 동화가 생각난다. 욕심많은 임금님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만들어 오라'하고 명령을 하자, 거짓말쟁이 재봉사가 '어릭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옷'을 지어 올렸다는 동화 말이다. 모든 어른들이 입을 꾹 닫고, 마치 임금님이 입고 있는 옷을 찬양하였으나,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아이가 외쳤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 유명한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숨기고자, 우리는 자막없는 외화영화에서 옆사람의 웃음소리에 따라 웃는다. 그렇다. 그저 '뭔가 대단한게 있는가 보다'하고 넘어가면 '보통'은 된다. 나의 부족함이 최소한 들키진 않는다. 다만, 읽으면서 내내, 도통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 글을 읽으며 철썩같이 이해한 척을 하고 싶진 않다. 당신이 눈동자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의 글을 훑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공중에서 휘발되는 이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이 소설은 '언어유희'가 재미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다. 미국 시트콤 '프랜즈'를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나는 지금도 틈틈히 '프랜즈'를 보곤 한다. 이처럼 재밌는 시트콤 '프랜즈'를 주변인들에게 소개하면,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식 유머가 나랑 안맞는 것 같다.' 정말 미국식 유머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함께 같은 장면을 보면서 나는 웃고 상대가 웃지 않는 이유에는 '번역'이 한 몫을 하고 있기도 했다.

프랜즈의 한 대목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이별의 상심 중인 챈들러(Chandler)를 위로하는 친구들과의 대화 중 하나다. 챈들러는 말한다. "So, I'm not gonna lose her?(그럼, 그녀를 잃는 건 아닐까?)" 이런 질문에 레이첼(Rachel)은 대답한다. "Oh honey, you're not a total loser.(넌 완전 찌질이가 아니야.)" 이 대목에 영어권 사람들은 웃었고 비영어권 사람들은 '미국식 유머와 맞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이 대목의 웃음 포인트는 lose her(루스허: 그녀를 잃는다)와 loser(루저: 찌질이)의 발음이 비슷하면서다. 비슷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도 계속 나온다. 프랜즈 5화에는 모니카(Monica)에게 국자를 빌리러 방문한 대니(Danny)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국자를 빌리고 돌아가며 말한다. "See you later.(이따봐)". 여기에 옆에 있던 피비(Phoebe)가 웃는다. "See you ladle.(국자봐!)" 이 부분에서 자막을 읽는 왜 웃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이것 또한 언어유희다. later(이따)와 ladle(국자)의 발음이 비슷하면서 생겨난 유머다. 뿐만아니라, 프랜즈 곳곳에는 이런 유머가 숨어져 있다. 이런 유머코드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녀를 잃는 건 아닐까"하는 질문에 "넌 완전 찌질이가 아니야"라고 답하는 아리송함과 "이따봐"라고 했더니 "국자봐"라고 답하는 도통 난해한 유머코드에 머리만 아플 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저 단순히 '그래서 뭘 말하고자 하는데?'를 따지고 들면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고 난해하다. 도통 스토리가 제대로 흘러가는 것이 없다.

제대로 흘러가는게 하나도 없는 괴상망측한 스토리텔링과 번역이 의미를 상실한 유머코드는 이미 난해한 작품을 더 난해하게 만든다. 실제로 작가 '루이스 캐롤'은 희귀한 신경장애로 고통받았다. 그가 가졌던 신경 장애는 시각적인 물체의 크기가 훨씬 크게 보이기도 하고, 작게 보이기도하는 질병이다. 1955녕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토드'가 이 질병을 발견하고 여기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병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후 이 질병은 '토드 증후군'으로 알려졌다. 독특한 세계관은 실제 작가의 질환에 기반을 하고 있다. 토끼굴을 들어간다.(영어 표현의 Down the rabbit hole 표현으로 사용됨) 그리고 크기가 줄어들고 커지고를 반복한다. 난해한 설정은 사실 작가가 가진 질환에서 시작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여왕'이 등장한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시대였다. 빅토리아 여왕은 이 독특한 소설에 매력을 느낀다. 작가인 '캐롤'에게 집필한 다음 책을 바치라고 제안한다. 이에 캐롤이 가지고 왔던 다음 책의 제목은 "동시 선형 방정식과 대수 방정식의 적용에 대한 결정요인에 관한 기초 논문"이었다. '루이스 캐롤'은 '동화작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수학자다. 심지어 수학교수였음으로 그가 여왕의 제안에 응하며 받쳤던 다음 작품들은 온통 수학 논문들이었다. 해당 소설은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를 관통한다기 보다, 담고 보여주고자 하는 철학과 유머가 혼돈스럽게 뒤섞여 있다. 이상한 나라에 들어 가 있는 '앨리스'가 유일한 '정상'이라고 여길테지만, 실제 그 나라에서 유일하게 이상한 이는 바로 '앨리스'였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 이들이 '난해한' 문장 앞에서 '마치 모두 이해한 것 마냥'하는 그 난해함마저 사실 정상적인 듯 하며 이상하고, 이상한 듯하며 정상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유명한 영화나 게임 등에서 자주 소스로 사용된다. 심지어 '매트릭스'와 같은 명작의 영감이 되기도 한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일단 유명해져라, 똥을 싸도 박수 받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밈(meme)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유전자처럼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어 있다가 느닷없이 번식하여 타인에게 복제, 복제 된다. 15년 전에 개봉한 타짜의 대사가 느닷없이 유행하면서 대규모로 다시 퍼져나가거나, 당시 별 의미를 알 수 없던 상황과 대사가 재생산되면서 확산되기도 한다. 인간은 평범한 기억보다 '이상한' 기억이 더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꽤 감동적이었던 클리셰 가득한 짜임세 있는 영화보다, 도통 난해한 이해할 수 없는 사상의 '일본 고어물'이 더 기억에 잘 남는다. 인용하고 인용하고, 다시 누군가가 인용하고 권위자가 선정하고 인용하길 반복하다 보면, '이상한' 이야기는 다시 '명작'으로 거듭난다. 다들 좋다하니 좋은건가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왜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분명 난해하고 어렵고 이상하지만, 다시 읽어 볼 필요가 있으며, 이 책과 함께하는 시대, 문화, 인물을 함께 볼 때, 작품이 다시 보일 수 있는 굉장히 다변적인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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