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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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렇게 말하면 너무 극적인 두 소설을 비교하는 것일까?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의 표현을 빌려본다. 사랑의 방식은 '길들이는 것'이다. 책의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을 길들인다. 하지만 조금씩 남자 주인공도 여자 주인공에 의해 길들여진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핫하다는 '365일'이라는 소설이다. 넷플릭스를 보고 있지 않아서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책 인증사진을 올렸던 것을 봤다. 게중에는 카페나 외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나 또한 몇 일을 읽기 전에 가지고 다녔던 책이다. 그러다 3일 전 책의 첫 페이지를 폈다. 흠짓하고 주변을 돌아본다. 책 뚜껑을 덮고 다른 분들의 리뷰를 살펴본다. '19금가 아니라 29금' 이라는 농담이 적혀있다. 적당한 로맨스와 액션물일 거라고 생각했던 장르였으나 분명하게 달랐다. 에로스적인 표현이 사랑의 팔 할은 차지한다. 한 마디로 무지하게 아하다. 다른 분들의 말처럼 19금이 아니라 29금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이탈리아 마피아 남자와 평범한 폴란드 여자의 사랑 이야기. 마피아 남자는 엄청난 부자다. 자신이 환상 속에 존재하던 여자를 실제 세상에서 만나고 그녀의 마음을 얻는데 365일이라는 시간을 달라고 여자에게 제안한다. 그리고 거친 그의 삶의 방식대로 여자를 대한다. 책에서는 마약, 살인, 범죄의 이야기가 여과없이 나온다. 또한 성적인 묘사도 아주 디테일하다. 음... 아주 디테일하다. 책을 읽다가 자꾸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평범한 한 여성이 마피아 남자에게 길들여진다는 설정은 어찌보면 왕자 님을 만나 인생이 달라지는 신데렐라와 어딘가 닮으면서도 다르다. 남들은 평생 가져보지 못할 별장과 드레스, 자동차 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언제든지 보호해주는 경비요원들을 보면서 예전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던 신데렐라 신드롬이 생각이 났다. 엄청난 부자가 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신드롬과는 다르게 여자의 상대는 마피아다. 완벽한 겉모습을 하고 성적 매력까지 충분한 남자에게 여자는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하나 둘 씩 일어나면서 여자는 조금씩 남자에게 길들여진다. 굉장히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묘사들이 아주 디테일하게 이어진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어 내려갔던 소설에 적잖은 당황을 했다. 자극적인 부분이 많아 '매우 야하고 선정적이다.'라는 꼬리표가 붙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이 소설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소설의 전개는 몹시 빠르다. 책은 대략 480쪽이 넘어간다. 도툼한 책의 두께는 얼핏 시작하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펴드는 순간 결코 멈춰지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3일에 걸쳐 읽었다. 원래 책을 읽다가 외출을 해야 할 때, 보통 북스탠드에 책을 펴서 고정 시켜 놓고 다녀오곤 하는데, 이 책은 꼭 책갈피로 닫아서 외출해야 했다. 스쳐지나가면서 보이는 단어 하나 하나가 너무 자극적이느라 정확한 배경 지식이 없고 무엇을 읽는지 관심이 없다면 오해를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여자 주인공의 오묘한 감정에 동화되었다. 흔히 말하는 '대리만족'의 감정과 몰입이 된다. 책의 시점은 여자 주인공이다. 또한 책의 소재나 흐름 상, 조금 야한 면이 많이 나오지만 남자보다 여자가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나 책에서 나오는 무제한적으로 가능한 쇼핑 혹은 완벽하게 이상적인 남성, 커다란 공동체의 리더이자 부자이며 자신에게 매우 강한 '나쁜남자'.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어찌보면 존재 하지 않을 듯한 남자는 판타지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또한 주인공에 대한 감정의 디테일을 이야기 함에 있어서 나는 이름을 모르던 '블란카 리핀스카' 라는 작가가 여자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과연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한참을 흥미있게 보다가 마지막 페이지인 482페이지를 펴고 나는 경악했다.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 책은 마무리 지어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책은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책에서 나오는 반전에 반전을 비롯해 고전소설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오버랩되는 어떤 부분에 공감을 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용인 사람이 점차 서로를 알아가고 각자가 각자에게 물들어가는 과정이 이 책의 매력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물들어가는 과정이다. 또는 길들어가는 과정이다. 책에서 한결 같을 것 같은 남자 주인공은 점차 다른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사실 책은 500쪽이나 가까이 이야기를 진행했지만 앞에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다. 도입 부분에서 왜 남자는 그 여자를 어떻게 알아보게 됐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아마 이는 두 번째, 내지 세번째 책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상당히 재밌고 추천할만 하다.

사실 우리가 야하다고 말하는 것. 남사스럽다고 말하는 성적인 내용도 따지고 보자면 우리 인간 삶의 일상 중 하나다. 물론 읽으면서는 너무 다 성적으로만 표현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긴 했다. 여자와 남자가 만날때는 육체적 관계가 물론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 것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지 않는가. 이 책은 너무 그런 부분만 부각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성적인 표현들'을 모두 제거한 오히려 비현실적인 소설들에 비하면 어쩌면 인간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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