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초병이 있는 겨울별장
박초이 지음 / 문이당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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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이 나오는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단절 된 것 같았고 연속적이지 않았다.'

'코로나' 세상을 살고 있는 요즘 공감 할 수 있는 스릴러 소설들이 꽤 나오는 듯 하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부터 비슷한 류의 영화들와 책들이 존재했다. 요즘 현상들을 보고있노라면 나는 '암을 정복했다. 백신을 개발했다'라는 뉴스 기사로 시작하는 영화인 '나는 전설이다'의 도입 부분이 생각이 난다. 인간이 드디어 암을 정복했다는 뉴스 과학자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인류는 모두 죽거나 '좀비'가 되었다. 극단적인 영화, 소설적 해석이지만 우리는 초인류적인 이번 프로젝트에서 너무나 급하게 백신과 감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영화의 설정을 보자면 내가 재밌게 봤던 두 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하나는 'GP506'이라는 영화고 다른 하나는 '알포인트'라는 영화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란 '군대'라는 배경과 '전염병'이라는 설정과 전개다. 어째서 전염병이라는 설정과 전개가 '군대'라는 배경을 만나고 그렇게 극대화 될까. 이 책 또한, 겨울 별장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고립된 군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다. 고립된 배경에서 탈줄 구 없이 퍼져나가는 전염병은 사람은 극의 몰입을 극대화시킨다. 소설은 '직접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말을 차용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시작한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이 소설에서 전염병이 가장 큰 소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개방식에서 전염병은 조연의 역할도 하지 못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기억. 그것이 거의 전부다. 사실 전염성이 강하다는 전염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신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불신을 넘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 간의 의심이 되기도 한다. 소설은 비인간적인 모습을 하게 되는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갇혀 있다는 답답함과 조금씩 나의 주변을 옥죄어 오는 불안감은 현재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이다. 매일 아침에 우리 주변에 전염병이 조금씩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의심하다가 결국은 일상을 잃었다.

'보호'의 명분에 우리는 '사육'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지우지 못한다. 책에서 겨울별장에 갇혀진 사람들은 점점 더 바깥세상 보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되지만 결국은 나가고 싶어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은 일반적인 자유를 이야기 하는 듯하다. 책에서 '대위'는 '보호'를 명분으로 '민간인'들에게 '명령'을 하고 '복종'을 강조한다. 그것이 그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말하며 그들의 자유를 박탈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간인들은 그의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다.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위험에서 최선을 택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들의 선택에는 최악과 차악의 선택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들은 계속되는 차악을 선택함으로써 안전을 보장받고 그들의 명령에 따른다.

하지만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지속되면서 그들은 보호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깨닫고 필요 이상으로 그 힘을 과용한다. 어쩐지 우리 사회와 비슷하다. 전염병이라는 무서운 적과 싸우고 있는 우리지만 우리는 여러가지 자유를 박탈달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곧 정부의 잘못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진퇴양란 속에서 우리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해 가고 있다. 아마 이 책은 정치적인 색깔을 의도하고 쓴 책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극을 풀어가는 과정이 지금의 우리와 닮아 있다보니 독자로 드는 감정적 교차감이 일어날 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국 2020년 올해가 마무리 되도록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다음해로 넘어갔다.

2021년에는 '운동'이나 '새로운 취미'와 같은 흥분되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다짐으로 가득차야 할텐데,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우리는 위축되고 우울하게 연말과 연초를 맞이 하고 있다. 책은 인간성을 상실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스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내용을 이야기하진 않고 있지만 극의 마무리 부분에 들어있는 반전적인 설정도 꽤나 재밌다. 이야기다 담고 있는 폐쇄성이 현재 지금과 너무 닮아있지만, 이 책의 마지막에 소설 주인공들이 지금의 우리와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혹은 풀지 못하고 마무리 되어질지는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말을 아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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