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가볍게 살아라 - 남들 덜 신경쓰고, 나를 더 사랑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마스노 슌묘 지음, 강정원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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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뻔하디 뻔한 소리를 하겠지' 하며 책의 첫 페이지를 읽었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사람은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뉴질랜드에서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다운 받기도 힘든 뉴질랜드 촌구석의 인터넷 환경 탓에 나는 유학 갈 때, 다운 받았던 음악 리스트를 수 백 번이나 돌려 들었다. 물론 그것을 뉴질랜드의 인터넷 환경만을 탓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변화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심리와 게으름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같은 음악을 여러 번 듣다보면 단순하게 멜로디가 좋아 듣기 시작한 음악이라고 할 지라도 '어? 이거 내 이야기잖아?'하고 가사에 신경이 멈춰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아무 생각없이 돌아가는 일상을 챗바퀴 돌리듯 돌리던 내게 '거북이-사계'라는 음악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빨간꽃 노란꽃 꽃 밭 가득 피어도~'로 시작하는 노래가사는 봄으로 부터 시작하여 신나는 여름을 지나 가을과 겨울이 오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놀러 가는 계절을 뒤로 하고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비교하는 노래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대략 뜻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일터로 나가는 일상, 하루종일 반복적인 일을 하다가 점심에는 피쉬엔칩스와 팹시콜라 하나를 들고 강가에 있는 벤치에 앉아 갈매기들이랑 점심을 나눠 먹는 일상. 다시 일이 끝나면 고된 몸을 이끌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뒤, 하염엾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던 그 일상에서 나는 좋은 계약 조건이라는 타이틀에 목이 매여 있었다.

인터넷에 있는 한국에서 젊음을 뽐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항상 부러워하고 나는 다시 다음 일상을 맞이 했다. 그냥 신나게 춤추면서 노래부르던 '거북이'의 '사계'는 그 때의 나를 대변하는 가사였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는 퇴사를 했고, 나는 챗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들을 하면서 '거북이'의 '사계'는 더 이상 나를 위로해 주지않았다. 삶의 색깔은 하루를 마다하고 각각의 시간과 분과 초마다 나의 감정에 따라 달라졌다. 그 적합한 노래가 항상 달라져왔고, 그 적합한 책과 시와 영화가 달라져왔다. 마치 하루에 두 번은 '정확하게 맞는다'는 죽은 시계와 같이 그 자리에 멈춰져 있던 노래와 책과 가사는 쉼 없이 돌아가는 나의 감정과 상황을 정확하게 일치해 주었다. 끊임없이 나를 쫒기 위해 달려오는 수많은 역동적인 '위로'들 보다 이런 책들이 더욱 나를 위로해준다.

이 책은 어떤 시기에 보냐에 따라, 뻔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다가와서 마치 죽어있는 시계처럼 정확하게 나의 마음을 살펴주었다. 책에 나오는 '끽다끽반(喫茶喫飯)이라는 말' 몇 번을 페이지를 앞으로 갔다가도 되돌리는 말이었다.' 선어'에 나오는 말로 '차를 마실 때는 차 마시는데 집중하고, 밥을 먹을 때는 밥 먹는데만 집중하라는 말' 나에 대해 엄청난 위로이자 조언을 하는 말이다. 마치 정확하게 이 타이밍에 나에게 이 말을 해주기 위해 저자가 일본에서 작가활동을 했던 듯, 모든 상황이 나에게 맞아 떨어졌다. 그냥 건강한 식사를 하고 따뜻한 햇살을 받아 배나 두드리면 되는 행복할 수 있는 순간에, 나는 오지않은 미래를 붙잡아두고 떠나가겠다는 과거를 끄집어 내며 현실의 나를 좀 먹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 했다.

'지금있는 행복에나 충실해라' 지금 주는 밥도 못먹는 놈이, 나중에 차려놓은 밥상은 어떻게 받으려고 하는가. 내가 어떤 목표를 이루는지와 상관없이, 지금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삶을 가져야한다. 만족한다는 것은 정체를 말하지 않는다. 현재를 만족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장기적인 비전은 그대로 둔 채, 일단 현실에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라는 말이다. 나의 두 발은 현실에 두고 이상을 바라보는 두 눈은 미래를 바라보라고 했던가. 지금 당장 기탱해야 할 두발을 무감각하게 두고서 미래로 빨리 나아가지지 않는 현실에만 불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하로동선' 여름의 난로와 겨울의 부채와 같이 단기적으로 보자면 도저히 불필요한 것들도 사실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부채는 가만히 두기만 하면 1년 중 어느 순간에서는 난로보다 훨씬 적합한 역할을 하는 물품이 되고 난로도 가만히 두다보면 어느 순간 세상 어느 것 보다 중요한 순간이 온다. 지금 내가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정말 불필요하기 때문일까. 내가 지금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또한 정말 무능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만물이 시기가 있는 것 처럼 나 또한 세상에 맞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가 오기 전에 사용해 달라고 세상에 떠드는 것은 자신의 바보 같은 무능을 홍보하는 격이지만, 언젠가 시기가 왔을 때는 '낭중지추'와 같이 스스로 들어내려 노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상은 그 능력을 가만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살다보면 내가 부단히 노력하는 것들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 '배수의 진'을 치고, 이루지 못할 바에는 '죽음' 밖에 없다고 소리치는 일들은 결국 '죽기 위한 발악'이다. 죽을 힘을 다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있다지만, 죽을 힘을 다해도 이루지 못하는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 투자에는 '손절'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존버'라는 말처럼 끝까지 버티면 언젠가 수익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상장 폐지 되는 경우도 있다. 상황과 현실에 맞는 이론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것들이 현명하다. 이루지 못할 것에 에너지를 쓰느니 내가 더욱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이 편할 때가 있다. 책의 소제목 자체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된 것이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내버려두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노력을 아끼지 말라'는 말이다.

이미 벌어진 일에 수습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내 미래와 현실을 갉아 먹어서는 안된다. 빠른 손절은 투자의 미래의 절대적 '선'이다. 워렌버핏은 '코로나19'사태가 벌어지고 자신이 갖고 있던 자산에 수 조원의 손해가 발생했지만 빠르게 '손절'을 하고 '애플'이라는 '플랫폼 기업(?)'에 투자했다. 그리고 그는 그 손해를 상회하고도 남을 정도의 수 십조를 벌었다. 아니다 싶은 일에는 더 이상 애를 쓰지마라. 밑 빠진 독이란 것을 확인해다면,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라는 불굴의 의지는 '바보같은 무지의 소치'라는 것을 방증한다. 내가 노력하던 일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어었다면, 지금까지 했던 노력을 보상 받을 생각을 저버리고, 얼른 다른 독에 물을 붓기 시작해야한다. 죽을 임을 다해도 안되는 일은 분명하게 있다.

'돈', '명예', '인맥', '기회'... 그런 성공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지금 당장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면 감사해야 할 일이다. 내가 빚은 항아리의 크기아 아직 크지 않고 구멍이 나 있는데, 아무리 명약을 갖다 퍼준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모두 소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 오지 않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아직 내가 그것들을 받아들일 그릇은 가지고 있는지 감사해야한다. 지금 당장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그릇이 깨진 바가지라면 얼마 후 다시 원래대로 돌아 갈 것이 뻔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또 1등 당첨자'의 미래처럼, 사실 지금의 모습이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그런 것들이 나에게 오느듯 싶더라도 그것들이 머물지 못한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 처럼 철썩 같이 그것들이 나에게 달라붙길 원한다면 나의 자성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식농부 '박영옥'님은 준비되지 않은 '상한가'를 경계하라고 했다. 10년을 기다려서 30%를 수익을 얻으나 오늘 매수하고 내일 30% 수익을 얻으나 모두가 똑같은 30%인데 그냥 얻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싶겠지만 그런 부와 기회는 결국 나에게 머물지 못하고 금방 달아나 버린다. 부가 잠시 머물러 주인의 그릇을 살펴본 결과 자신을 보호해 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부는 자신을 성장시켜주고 안전하게 보호해 줄 보호자를 찾는다. 꼭 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맥, 명예, 기회 모두가 마찮가지다. 그것들이 나를 성장시켜주길 바랄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들을 성장시킬 그릇은 되어 있는가. 오늘 하루도 좋은 책으로 위로 받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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