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달 - 나기라 유, 정수윤, 은행나무(2020)
유랑의 달
줄거리
아홉 살의 가나이 사라사는 자유로운 부모님 밑에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나날을 보낸다. 낮에도 술을 마시고 가끔 저녁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가족을 향해 이웃들은 수군거리지만, 사라사는 그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믿는다. 아빠와 엄마가 자신의 곁을 떠나버리기 전까지는. 부모님을 잃고 이모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된 사라사는 너무도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겉돌며 매일 저녁 늦게까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사라사는 더 이상 이모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늘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대학생 후미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리운 부모님의 온기와 다시금 마주친다.
페이지
p.62
˝뭘 위한 건배야?˝
˝게으른 휴일을 위하여.˝
pp.69-70
˝로리콘은 괴로워?˝
˝로리콘이 아니더라도 산다는 건 괴로운 일투성이야.˝
˝어른이 돼도 괴로워?˝
˝슬프지만.˝
그렇구나. 어른이 되면 자유롭게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 괴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도 괴롭다면 어른 같은 거 되고 싶지 않다.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도 어른이 되면 후미한테 버림받겠네.
p.84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혐오의 눈빛은 피해자에게도 해당되는 것임을 알고 아연했다. 위로나 배려라는 선의의 형태로 ‘상처 입은 불쌍한 여자아이‘라는 도장을, 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쾅쾅 찍어댄다. 다들 자기가 상냥하다고 생각한다.
p.100
요즘 시대에 특별히 귀한 것은 별로 없다. 사람이 살해당하는 장면도 검색하면 쉬이 볼 수가 있다. 미성년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선량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비극도 뼛속까지 발라내진다.
p.145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싶어서 화가 치미는 한편 불안하기도 했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의 마음을 마음대로 분석하고 추정한다. 당사자인 내가 나를 의심하게 만든다. 나는 조금씩 내가 누구인지 잊어갔다. 오랜 시간 내가 하는 말이 아무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그걸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후미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p.163-164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인공 포도 향이 방 안 가득 넘친다. 나도 어쩐지 과일 냄새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포도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그러나 포도는 아닌 모조품 냄새. 애정도 그런 것일지 모른다. 세상에 ‘진짜 사랑‘ 따위 얼마나 있을까?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것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진짜가 아니란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다들 내버리진 않는다. 진짜는 세상에 그리 자주 굴러다니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기가 손에 든 것을 사랑이라고 정의 내리고, 거기에 순응하자고 마음먹는다. 그런 것이 결혼인지도 모른다.
pp.236-237
아무런 힘도 없는 무책임한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아픔이라도 언젠가는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내 손에도, 모두의 손에도 하나의 가방이 있다. 아무도 대신 들어줄 수 없다. 평생 자기가 안고 가야 할 가방안에 후미의 그것이 들어 있다. 내 가방에도 들어 있다. 내용물은 다 다르지만 버릴 수는 없다.
pp.319-320
여성 경찰관이 리카의 손을 잡았다. 나는 서둘러 반대쪽 손을 쥐었다. 아무리 강하게 잡아도 이 손은 떨어진다. 알고 있지만 잡았다. 어린 나의 손을, 후미는 꽉 잡아주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꼭 잡고 놓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 힘이 15년 동안 나를 버티게 해주었다.
p.353
그날 다니 씨를 혼란스럽게 만든 연약함이 내게도, 후미에게도, 이 리뷰를 쓴 모든 사람에게도 있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며, 다들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면죄부를 받고 싶다고 바라는 듯하다. 대체 누구에게, 무엇을 용서받아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기록
2024.12.27(金) (1판 1쇄)
민
유.
한 줄
일단 잘생기고 볼 일이다
오탈자 (1판 1쇄)
못 찾음
확장
행복색 원룸 - 하쿠리(2017)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을 당하던 여자아이와 이를 납치한 유괴범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타이틀은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이야기‘다.
그 날, 소녀는 유괴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녀에게 한 줄기
희망을 품게 하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소녀는 유괴범에게 결혼을 맹세하고
유괴범은 소녀에게 많은 행복을 바친다.
유괴범과 피해자의 관계인데 어째서 이렇게 따뜻한 거야?
작중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 사건인 사이타마 여중생 납치 사건을 모델로 삼았다는 논란 때문에 급전개를 했다는 썰이 있다.
유랑의 달 - 이상일(2022)
2022년 개봉한 이상일 감독 연출, 히로세 스즈, 마츠자카 토리 주연의 일본 영화. 이상일 감독은 영화화를 결심했을 시점부터 히로세 스즈를 떠올렸다.
1974년 니가타현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조선인 3세다. 이름과 관련된 행보가 굉장히 특이한데,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인이면서 개명을 하지 않고 통명도 쓰지 않으며 하다못해 국적색이 옅은 예명 또한 만들지 않고 오로지 본명인 한국식 이름으로 줄곧 활동하고 있다. 한국식 이름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선 ˝편안하게 일본 이름으로 개명하는 경우들도 많은데, 일단 그건 뭔가를 숨기는 거잖아요. 한국 이름으로 사는 것보다 뭔가를 숨기면서 살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클 것 같아서 이대로 쓰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2025년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국보가 100억엔을 돌파하는 흥행수입을 올리며 일본에서 큰 흥행을 기록했다. 2003년에 개봉한 춤추는 대수사선 THE MOVIE2 이후로 무려 22년 만에 나온 100억엔 돌파 일본 실사영화라는 점에서 일본 영화사에 기록을 남겼다. 관객수도 천만관객을 넘겼다.
저자 - 凪良ゆう(1973-)
원서 - 流浪の月(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