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좋은 여성들 - 용기와 극복에 관한 가슴 떨리는 이야기들
힐러리 로댐 클린턴.첼시 클린턴 지음, 최인하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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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북을 수령하고 바로 읽어보았다.
알고 있던, 모르고 있던 여성들의 삶과 그들의 업적을 읽어내려가면서 다시금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소저너 트루스
"여인이 되는 것과 늙은 여자가 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소녀로 태어나고 자라서 살 만큼 살면 늙은 여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인이 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여인은 사용한 시간과 차지한 공간에 책임을 진다." -마야 안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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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탐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 학창시절에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나도 명탐정 코난을 좋아했고, 소년탐정 김전일을 읽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를 싫어하던 때였기 때문에 여러 권의 책으로 구성된 셜록 홈즈 전집에 손을 뻗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책에는 어딘가 익숙한 헐록 숌즈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헐록 숌즈는 셜록 홈즈를 모델로 따서 지어진 이름이며, 일러두기에 의하면 모리스 르블랑이 아서 코난 도일에게 캐릭터 사용을 허락받고자 했지만 거절당해서 성과 이름의 머리글자를 바꿔서 썼다고 한다. 헐록 숌즈와 뤼팽이 만나는 장면에서는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리고 <뤼팽>의 오마르 시가 한 장면에 겹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현대식 셜록과 현대식 뤼팽이 재결합하게 되면 얼마나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까?

뤼팽은 사실 루팡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인지되고 있었다. 루팡이라는 이름이 무언가 더 귀여워보이고 방방 날아다닐 것 같은 이미지가 더오르지만, 찾아보니 뤼팽을 일본어를 거쳐 한국어로 번역하던 중 오역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뤼팽으로 쓰기로.

뤼팽과 홈즈가 유럽에서는 투톱으로 여겨질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 홈즈에 비해 뤼팽에 대해서는 들어본 것이 많이 없었다. 어쩌면 괴도라는 정체성때문에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며 선택적으로 배제되어왔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기는 했지만, ‘어라 이럼 안되는데’싶은 부분도 많았기에 나조차도 훗날 내 아이에게 홈즈보다 뤼팽을 먼저 쥐어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뤼팽이 인기를 끌어온 것은 그가 단순한 괴도가 아니라, ‘지성이 넘치나 타락했으며 비도덕적이나 또한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독특한 모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런 뤼팽을 다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넷플릭스의 <뤼팽>은 보다 교육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아무 부자집이나 터는 것이 아닌,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바꾼 것일테고.

넷플릭스 덕분에 다시 오름세가 되었을 법한 뤼팽 시리즈를 구입하고자 했으나, 역시나 여러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있는 전집에는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이 책은 뤼팽 에피소드에 나온 여러 장이 들어있는 1권인데, 재미있게도 벨벳양장본으로 1권만 출판시장에 나와있다. 동일 출판사에서 나온 전집은 20권 짜리인데, 후에 이 에디션으로 이후 에피소드가 출판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권만 가지고 있어서, 전집을 다시 구매하기도, 1권만 제외하고 전집을 구매하기도 애매한데… 넷플릭스 <뤼팽>의 아산이라면 분명 여러 출판사의 뤼팽 전집을 사들인 이후에, 이 1권짜리는 또 따로 소장용으로 간직할 테지만, 아직 뤼팽보다는 셜록에 마음이 가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울 뿐이다.

P.28 “어쨌든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 아쉽군….”

p.35 물론 이렇게 되면 이송품은 위에 명시된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으리라는 점, 양해하시리라 믿습니다.

p.52 “(전략) 너무 솔직하다고 욕하지는 마십시오. 형사님은 거의 헐록 숌즈 수준이란 말이지요.”

p.79 피고는 3년 전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아르센 뤼팽이라 칭하면서, 지성이 넘치나 타락했으며 비도덕적이나 또한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모순 넘치는 기인으로 행세했습니다.

p.96 “(전략) 다른 누구로 살아가고 셔츠 갈아입듯 성격을 바꿔보거나 외모, 목소리, 시선, 글씨체를 골라 쓰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만, 어느 순간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는데 그땐 몹시 서글퍼진답니다. 지금 내 느낌이 어떤지 아십니까? 마치 자기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이라고나 할까. 나를 찾으러 떠나서… 결국 되찾아야겠지요.”

p.183 “제발 나 좀 내버려 두게.”

p.250 “내일 오후 4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수수께끼 해결사며 해결하지 못할 사건이라곤 없는 그 위대한 영국 탐정, 소설가의 상상 속에서 튀어나온 듯 놀라운 인물인 헐록 숌즈께서 바로 우리 집에 오십니다.”

p.259 가느다란 빛줄기가 마치 불화살이 허공에 남긴 긴 꼬리마냥 방을 가로질렀다.

p.275 “고맙습니다, 선생.” / “별말씀을요.”

p.278 “좋습니다. 그럼 차를 좀 불러주십시오. 한 시간 후에 떠나겠습니다.” / “한 시간 후라니요!” / “선생이 낸 문제를 푸는 데 아르센 뤼팽도 그 정도 시간밖에 쓰지 않았으니까요.”

p.287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르센 뤼팽 같은 적수를 상대할 때 헐록 숌즈는 주어진 기회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기회를 만들어내지요….”

p.288 “그래요, 대단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지금 선생께 내미는 이 손을 그자의 어깨에 얹을 날이 반드시 오길 바랍니다. 드반 씨, 아르센 뤼팽과 헐록 숌즈가 조만간 다시 만나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요, 세상이 하도 좁아서 우리 두 사람이 만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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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관계에 정리가 필요할 때 - 모두에게 잘하려 노력했는데 진짜 내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윌리엄 쩡 지음, 남명은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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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애플리케이션에 제목을 ‘당신의 인생에서 관계를 정리해야할 때’라고 써버렸다. 나도 모르게 인생에서 관계를 정리해야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큰일이다. 이제 정리할 관계도 별로 없는데.. 


초등학교 이후로 한번 번호를 바꾸고 쭉 같은 번호를 쓰면서, 알고 있던 번호는 계속 누적으로 저장만 해왔다. 휴대폰을 바꾸면 그대로 전화번호부를 이동시키고, 또 이동시키고, 또 이동시키고. 그러다보니 나의 휴대폰 전화번호부에는 832개의 연락처가 있다고 찍혀있다. 개중에는 아는 사람의 구 전화번호를 소유한 모르는 사람도 있고, 부동산 사장님 등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도 있다. 직장에서 잠깐 방문하는 회사의 사람들은 이제는 명함 관리만 하고 번호를 저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저장되어 있는줄도 몰랐던 사람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것을 보고 흠칫흠칫 놀라기도 하며, 별명으로 저장해둔 연락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이게 누구더라’하고 머리를 감싸쥐기도 한다. 


싸이월드가 고등학교부터 유행했지만, 연락처보다 일촌이라는 개념으로 묶여있던터라 이미 알고 있는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파도타기를 하며 지인의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날개돋친 듯이 유행을 타면서 뻗어나간 페이스북 그리고 페이스북을 따라잡았던 또 하나의 SNS 인스타그램은 (선택형이었지만) 연락처를 기반으로 잊고있던 사람들을 follow하게 함으로써, 잊고있던 그들의 일상이나 그들의 가족, 그들의 취향까지 확인하게 해주었다. 개중에는 한때 사이가 가까웠지만 시나브로 관계가 멀어진 선후배도, 원래부터 가깝지는 않았지만 연락처가 저장되어있어 친구로 추가된 지인도 있었다. 클럽하우스도 연락처를 기반으로 아는 사람이 추가되는 것이 선택형으로 주어져있어, 나도 모르게 연락처와 동기화를 눌러버린후 흠칫 놀라서 머리를 쥐어박으며 follow를 끊어버린 사람도 있다. 


나이를 탓하기는 싫지만, 내 인생의 시간이 추가되는만큼 이 세상에서 알아가는 사람도 많은 법이니까 나이 탓을 할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만큼 그들 모두에게 관심을 무한대로 나누어줄 수 없다. 게다가 어느덧 나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나누어주기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으니까. 휴대폰의 800여개의 연락처를 보고 있을 때마다 확 초기화를 해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지만, ‘혹시 모르지’라는 생각에 가느다란 점선으로 이어진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연은 과감하게 가위로 잘라버리라는 것이다. 


관계에 대한 에세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당연히 한국 작가의 에세이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대만 저자의 에세이를 번역한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한국 작품에서는 그렇게 관대해지는 마음이 ‘번역’이라는 필터를 하나 거치는 순간, 내 눈에는 ‘오타와 맞춤법 오류 거르기’라는 렌즈가 씌워진다. 그렇다고 내가 맞춤법을 완벽하게 오류없이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도 아니고, 이 글 역시 오타와 오류 투성이겠지만 책으로 출판되는 순간은 맞춤법 테스트를 여러번 거쳤을 거란 전제를 가지고 나도 모르게 냉정해진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출판 번역을 하는 당신과 영상 번역에 발끝을 대고 있는 나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니, 어서 그 렌즈를 벗어던져버리자고 스스로를 진정하게 해보려 했다. 그러다 ‘일부로’에서 내 마음은 거인이 발을 구르고 있는 출렁다리가 되어버렸지만. 


하지만 관계가 우리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고, 그 관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책인만큼, 책의 말 표현새보다 말에 담긴 의미에 집중해보도록하면 이 책은 생각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처음부터 아주 강력 펀치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절교를 두려워하지 말 것.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초장부터 세게 나가는 것은 아닌지 흠칫 놀라면서 책을 넘겼다.


저자는 친구들에게 꽤 많이 둘러싸여있었다. 말을 전하는 것, 또 누구의 지인으로 소개를 하는 것 등 중국문화권에서는 관시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고등학교 중국어 수업 시간에 듣기는 했는데, 그런 문화 때문이었을까? 관계를 정리해야한다고 외치는 저자는 지나치게 복잡한 관계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어떤 경우인가하면, 코로나19로 모임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하지만 전에도 친구들을 그렇게 많이 만나지 않던 나로서는 사실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종종 내가 사회성이 부족한 것인지 고민하고는 있지만, 글쎄. 저자처럼 관계에서 나오는 스트레스에 고통받으면서 살기엔 내가 너무 쿠크다스인 것 같다. 그렇다고 상처받기 싫어서 껍데기 속에 폭 박혀 살고 있는 타입은 아니라고 변명하긴 할 테지만.

단체창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는, 저자가 지나치게 맺고 끊음에 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울타리 안에 들어오는 내 사람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울타리 외부의 사람과는 완벽한 철조망을 쳐버리는 식이었다. 사람에 따라 인간 관계를 맺는 방법은 각자 다르겠지만, 어쩐지 나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는 생각이었다. 나에게는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인간 관계를 맺는 사람도 있고, 그들 또한 고민을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겠다. 그런 점에서 나보다는 조금 더 사회성이 있는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이 책이 더 어울릴 것이다. 지나치게 내향적인 부분이 있어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나보다 더 사회성이 있겠지만. 


나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것은 단체 채팅방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저자와 달리 단체 채팅을 읽는 것을 숙제로 여기지 않는다. 단체창에 들어가 있는 것은 그냥 하나의 동호회 구성원처럼 들어가있는 것이고, 동호회 회장이나 임원진 등이 아니라면 모든 대화를 내가 알아야할 필요도 내가 참여해야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고해서 내가 24시간 채팅을 할 수 있는 상태인 것도, 24시간 모두와 채팅을 하고싶은 상태인 것도 아니니까. 다른 일을 하다가, 혹은 마음의 문이 아직 열리지 않아 대화에 참여하지 못해 어느 사이에 쌓은 대화가 300+개가 되었을 때, 나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아무 긴장이 드러나지 않는 검지를 내밀어 그냥 쑥 최신 메시지로 내려버린다. 무언가 필요한 대화가 있었던 것 같으면 검색을 하면 될 것이고, 누군가 내 참여를 원했던 것이라면 나를 태그했거나 따로 톡을 보내지 않았겠는가. 설마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사회성이 부족합니다.)


관계에 대한 책은 항상 흥미진진하다. 아무리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나라고 할지라도, 우리의 인생에서 관계는 떼어놓을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이겠다. 얼마전에도 나는 괜히 미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서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뿐일 거다’며 생각했지만, 결국 나는 쓴 커피를 마시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관계가 뭐길래 이렇게 저자도 나도 힘들게 하나.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계 문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평생 숙제’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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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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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무광의 바탕에 바다의 잔잔한 파도 사진이 유광으로 덧대어져 있다. 유광 표지라. 예전에 나온 책들 외에는 잡지에서 보고 간만에 보는 책표지인데. 요즘에도 유광으로 책 표지를 하기는 하는 구나 하며 책을 펼쳤다. 

책에서 흔히 보였던 명조체가 아니라 약간 둥근체였다. 인터넷 잡지에서 보일 것만 같은 글씨체랄까. 책의 내면 뿐 아니라 표지나 글씨체, 두께에도 책에 대한 호감도가 좌우되는 간사한 인간에 속하기에 책의 새로운 외면이 꽤 인상깊었다.


책의 저자는 2000년생. 16살에 신인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면서 데뷔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라는 책띠가 책을 둘러싸고 있다. 나이를 어림잡아 보면서 살짝 놀랐다가, 천재, 신동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또 다른 신동 타이틀을 단 사람이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노래를 부르는 어린 나이의 가수들을 보고, 사람들은 저 나이에 한을 어찌 아느냐며 감탄하고는 한다. 내가 노래를 잘 감상하지 못하는 것일까? 잘 부르면 잘 부르는 거지, 한이 담겨있는 것은 또 어떻게 파악을 해야하는 걸까? 하고 생각을 했다. 아이유의 노래도, 임영웅의 노래도 그저 좋기만 했지, 다른 아이돌 그룹 가수 노래와의 차이는 그 노래의 장르 뿐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 잘만 부르는걸.

위에도 말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2000년생이다. 책을 덮고난 뒤에, 사람들이 어린 가수들을 보면서 ‘한을 어찌 아느냐’고 감탄하는 것처럼 나는 이 저자를 보면서 ‘한을 어찌 아느냐’며 감탄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사실 어린 나이의 저자라는 것이 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처럼 보였다. 연배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요즘 흔히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예를 들어 라인이나 유튜브 등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이 유명하지만, 외국에서는 라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라인과 유튜브를 애용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잠시 후 끝이 나고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옴니버스 구조인 것일까, 단편집일까,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야기는 2019년에서 2006년으로 돌아간 뒤 여러 인물들의 입을 통해 다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그 인물들을 둘러싼 중심에는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줏타가 있다. 크리스마스를 둘러싸고 여러 인물들의 상황이 그려지는 <러브 액츄얼리>처럼,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노래와 줏타를 둘러싸고 이어지듯 이어지지 않듯 내용이 전개된다. 이런 구조는 그렇게 선호하는 구조는 아닌데. 하면서도 잔잔한 파도에 나도 빠지게 되었다.


대학교 친구 중 한 명은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 친구의 공연을 찾아다니면서, 그 친구의 글을 읽으면서, 너는 취업생활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너는 직장에 묶이지 않는 이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면 좋겠다고, 어찌 들으면 잔인한 부탁을 했다. 줏타에게 그만두지 말라고 하는 마사히로에게서 나의 20대 중반 모습이 겹쳐졌다. 친구와 음악을 함께 했던 것도 아니면서, 친구의 글을 어딘가에 퍼뜨려준 것도 아니면서, 나는 친구가 꿈을 포기하는 모습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마치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의 꿈이 그 친구에게 달린 것만 같은, 그런 부담감을 주는 것만 같아 미안하면서도 간절했다.


섬나라인 일본에서 바다를 이렇게 아련하게 그린다는 것이 꽤 놀라웠다. 섬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면적은 넓어서 바다를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달까. 강원도에 살 때는 산을 넘어야 바다를 볼 수 있는 지역에 살았어도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수도권에서는 지하철만 타면 바다를 보러 갈 수 있음에도 바다가 그리워지는 때가 있었다. 바다는 물리적인 거리와는 무관한 고독과 상실감에 비례한 그리움을 상징하고 있었다.

바다의 마력은 책에도 가감없이 담겨서, 줏타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마다 그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책에 묘사되는 멜로디의 흐름과 악기의 사용으로 그 음악을 상상해보면서 책을 읽었다. 나도, 나도 그렇게 애타는 그리움의 음악을 듣고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된 이상 내게는 그 음악이 이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친구에게 의지해버린,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의 꿈은 어떤 것이었길래. 내가 지금 잊고 있는 그때 나의 꿈은 무엇이었길래.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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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부끄럽긴 하지만, 들어보기만 했을 뿐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이 그 후에 쓴 책이다. 이전 작품만큼 많이 논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책이 쓰여진 2009년의 20대들부터 현 20대들에게까지 잔잔한 깨달음을 전해주기에는 충분한 책 같다.

2012년에 나온 최진기 강사의 『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과 비슷한 류의 내용이다. 물론 그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20대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둘이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우석훈 박사와 최진기 강사는 20대들에게 혁명을 일으킬 것을 권한다. 체 게바라가 했던 혁명처럼 대단한 혁명은 아니더라도,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며 20대를 일으켜 세워주고 있다. 그들의 메시지를 우리들은 몰랐기에 지금 가만히 있는 것일까? 그들이 알고 있듯이, 현재 20대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용기를 가진 몇몇을 앞으로 하고, 그 뒤에서 그들을 조용히 응원하는 것과, 그들과 나란히 옆에 서서 물리적으로 혹은 암시적으로 소리를 외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어른도 많은 줄 안다. 하지만 20대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스펙 쌓기에만 열심이고, 더 이상의 열정과 꿈도 없이 물질적인 것만 좇는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어른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우리들은 왜 개인주의,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가 되었을까.

`나 자신만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겠다, 벗어나고 말 테다.`하며 그렇게만 보여지는 20대들을 손가락질하고 비난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미 짜여져 있는 그 틀은,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20대들을 끝끝내 붙잡으며 20대들을 자책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나 역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 거리다 25세를 지나쳤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틀을 바꾸어주길 바라지만 정작 나는 나설 수 없는 두려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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