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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평점 :

새하얀 무광의 바탕에 바다의 잔잔한 파도 사진이 유광으로 덧대어져 있다. 유광 표지라. 예전에 나온 책들 외에는 잡지에서 보고 간만에 보는 책표지인데. 요즘에도 유광으로 책 표지를 하기는 하는 구나 하며 책을 펼쳤다.
책에서 흔히 보였던 명조체가 아니라 약간 둥근체였다. 인터넷 잡지에서 보일 것만 같은 글씨체랄까. 책의 내면 뿐 아니라 표지나 글씨체, 두께에도 책에 대한 호감도가 좌우되는 간사한 인간에 속하기에 책의 새로운 외면이 꽤 인상깊었다.


책의 저자는 2000년생. 16살에 신인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면서 데뷔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라는 책띠가 책을 둘러싸고 있다. 나이를 어림잡아 보면서 살짝 놀랐다가, 천재, 신동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또 다른 신동 타이틀을 단 사람이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노래를 부르는 어린 나이의 가수들을 보고, 사람들은 저 나이에 한을 어찌 아느냐며 감탄하고는 한다. 내가 노래를 잘 감상하지 못하는 것일까? 잘 부르면 잘 부르는 거지, 한이 담겨있는 것은 또 어떻게 파악을 해야하는 걸까? 하고 생각을 했다. 아이유의 노래도, 임영웅의 노래도 그저 좋기만 했지, 다른 아이돌 그룹 가수 노래와의 차이는 그 노래의 장르 뿐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 잘만 부르는걸.
위에도 말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2000년생이다. 책을 덮고난 뒤에, 사람들이 어린 가수들을 보면서 ‘한을 어찌 아느냐’고 감탄하는 것처럼 나는 이 저자를 보면서 ‘한을 어찌 아느냐’며 감탄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사실 어린 나이의 저자라는 것이 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처럼 보였다. 연배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요즘 흔히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예를 들어 라인이나 유튜브 등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이 유명하지만, 외국에서는 라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라인과 유튜브를 애용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잠시 후 끝이 나고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옴니버스 구조인 것일까, 단편집일까,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야기는 2019년에서 2006년으로 돌아간 뒤 여러 인물들의 입을 통해 다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그 인물들을 둘러싼 중심에는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줏타가 있다. 크리스마스를 둘러싸고 여러 인물들의 상황이 그려지는 <러브 액츄얼리>처럼,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노래와 줏타를 둘러싸고 이어지듯 이어지지 않듯 내용이 전개된다. 이런 구조는 그렇게 선호하는 구조는 아닌데. 하면서도 잔잔한 파도에 나도 빠지게 되었다.
대학교 친구 중 한 명은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 친구의 공연을 찾아다니면서, 그 친구의 글을 읽으면서, 너는 취업생활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너는 직장에 묶이지 않는 이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면 좋겠다고, 어찌 들으면 잔인한 부탁을 했다. 줏타에게 그만두지 말라고 하는 마사히로에게서 나의 20대 중반 모습이 겹쳐졌다. 친구와 음악을 함께 했던 것도 아니면서, 친구의 글을 어딘가에 퍼뜨려준 것도 아니면서, 나는 친구가 꿈을 포기하는 모습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마치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의 꿈이 그 친구에게 달린 것만 같은, 그런 부담감을 주는 것만 같아 미안하면서도 간절했다.
섬나라인 일본에서 바다를 이렇게 아련하게 그린다는 것이 꽤 놀라웠다. 섬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면적은 넓어서 바다를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달까. 강원도에 살 때는 산을 넘어야 바다를 볼 수 있는 지역에 살았어도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수도권에서는 지하철만 타면 바다를 보러 갈 수 있음에도 바다가 그리워지는 때가 있었다. 바다는 물리적인 거리와는 무관한 고독과 상실감에 비례한 그리움을 상징하고 있었다.
바다의 마력은 책에도 가감없이 담겨서, 줏타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마다 그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책에 묘사되는 멜로디의 흐름과 악기의 사용으로 그 음악을 상상해보면서 책을 읽었다. 나도, 나도 그렇게 애타는 그리움의 음악을 듣고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된 이상 내게는 그 음악이 이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친구에게 의지해버린,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의 꿈은 어떤 것이었길래. 내가 지금 잊고 있는 그때 나의 꿈은 무엇이었길래.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