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관계에 정리가 필요할 때 - 모두에게 잘하려 노력했는데 진짜 내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윌리엄 쩡 지음, 남명은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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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애플리케이션에 제목을 ‘당신의 인생에서 관계를 정리해야할 때’라고 써버렸다. 나도 모르게 인생에서 관계를 정리해야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큰일이다. 이제 정리할 관계도 별로 없는데.. 


초등학교 이후로 한번 번호를 바꾸고 쭉 같은 번호를 쓰면서, 알고 있던 번호는 계속 누적으로 저장만 해왔다. 휴대폰을 바꾸면 그대로 전화번호부를 이동시키고, 또 이동시키고, 또 이동시키고. 그러다보니 나의 휴대폰 전화번호부에는 832개의 연락처가 있다고 찍혀있다. 개중에는 아는 사람의 구 전화번호를 소유한 모르는 사람도 있고, 부동산 사장님 등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도 있다. 직장에서 잠깐 방문하는 회사의 사람들은 이제는 명함 관리만 하고 번호를 저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저장되어 있는줄도 몰랐던 사람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것을 보고 흠칫흠칫 놀라기도 하며, 별명으로 저장해둔 연락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이게 누구더라’하고 머리를 감싸쥐기도 한다. 


싸이월드가 고등학교부터 유행했지만, 연락처보다 일촌이라는 개념으로 묶여있던터라 이미 알고 있는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파도타기를 하며 지인의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날개돋친 듯이 유행을 타면서 뻗어나간 페이스북 그리고 페이스북을 따라잡았던 또 하나의 SNS 인스타그램은 (선택형이었지만) 연락처를 기반으로 잊고있던 사람들을 follow하게 함으로써, 잊고있던 그들의 일상이나 그들의 가족, 그들의 취향까지 확인하게 해주었다. 개중에는 한때 사이가 가까웠지만 시나브로 관계가 멀어진 선후배도, 원래부터 가깝지는 않았지만 연락처가 저장되어있어 친구로 추가된 지인도 있었다. 클럽하우스도 연락처를 기반으로 아는 사람이 추가되는 것이 선택형으로 주어져있어, 나도 모르게 연락처와 동기화를 눌러버린후 흠칫 놀라서 머리를 쥐어박으며 follow를 끊어버린 사람도 있다. 


나이를 탓하기는 싫지만, 내 인생의 시간이 추가되는만큼 이 세상에서 알아가는 사람도 많은 법이니까 나이 탓을 할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만큼 그들 모두에게 관심을 무한대로 나누어줄 수 없다. 게다가 어느덧 나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나누어주기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으니까. 휴대폰의 800여개의 연락처를 보고 있을 때마다 확 초기화를 해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지만, ‘혹시 모르지’라는 생각에 가느다란 점선으로 이어진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연은 과감하게 가위로 잘라버리라는 것이다. 


관계에 대한 에세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당연히 한국 작가의 에세이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대만 저자의 에세이를 번역한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한국 작품에서는 그렇게 관대해지는 마음이 ‘번역’이라는 필터를 하나 거치는 순간, 내 눈에는 ‘오타와 맞춤법 오류 거르기’라는 렌즈가 씌워진다. 그렇다고 내가 맞춤법을 완벽하게 오류없이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도 아니고, 이 글 역시 오타와 오류 투성이겠지만 책으로 출판되는 순간은 맞춤법 테스트를 여러번 거쳤을 거란 전제를 가지고 나도 모르게 냉정해진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출판 번역을 하는 당신과 영상 번역에 발끝을 대고 있는 나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니, 어서 그 렌즈를 벗어던져버리자고 스스로를 진정하게 해보려 했다. 그러다 ‘일부로’에서 내 마음은 거인이 발을 구르고 있는 출렁다리가 되어버렸지만. 


하지만 관계가 우리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고, 그 관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책인만큼, 책의 말 표현새보다 말에 담긴 의미에 집중해보도록하면 이 책은 생각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처음부터 아주 강력 펀치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절교를 두려워하지 말 것.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초장부터 세게 나가는 것은 아닌지 흠칫 놀라면서 책을 넘겼다.


저자는 친구들에게 꽤 많이 둘러싸여있었다. 말을 전하는 것, 또 누구의 지인으로 소개를 하는 것 등 중국문화권에서는 관시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고등학교 중국어 수업 시간에 듣기는 했는데, 그런 문화 때문이었을까? 관계를 정리해야한다고 외치는 저자는 지나치게 복잡한 관계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어떤 경우인가하면, 코로나19로 모임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하지만 전에도 친구들을 그렇게 많이 만나지 않던 나로서는 사실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종종 내가 사회성이 부족한 것인지 고민하고는 있지만, 글쎄. 저자처럼 관계에서 나오는 스트레스에 고통받으면서 살기엔 내가 너무 쿠크다스인 것 같다. 그렇다고 상처받기 싫어서 껍데기 속에 폭 박혀 살고 있는 타입은 아니라고 변명하긴 할 테지만.

단체창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는, 저자가 지나치게 맺고 끊음에 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울타리 안에 들어오는 내 사람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울타리 외부의 사람과는 완벽한 철조망을 쳐버리는 식이었다. 사람에 따라 인간 관계를 맺는 방법은 각자 다르겠지만, 어쩐지 나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는 생각이었다. 나에게는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인간 관계를 맺는 사람도 있고, 그들 또한 고민을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겠다. 그런 점에서 나보다는 조금 더 사회성이 있는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이 책이 더 어울릴 것이다. 지나치게 내향적인 부분이 있어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나보다 더 사회성이 있겠지만. 


나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것은 단체 채팅방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저자와 달리 단체 채팅을 읽는 것을 숙제로 여기지 않는다. 단체창에 들어가 있는 것은 그냥 하나의 동호회 구성원처럼 들어가있는 것이고, 동호회 회장이나 임원진 등이 아니라면 모든 대화를 내가 알아야할 필요도 내가 참여해야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고해서 내가 24시간 채팅을 할 수 있는 상태인 것도, 24시간 모두와 채팅을 하고싶은 상태인 것도 아니니까. 다른 일을 하다가, 혹은 마음의 문이 아직 열리지 않아 대화에 참여하지 못해 어느 사이에 쌓은 대화가 300+개가 되었을 때, 나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아무 긴장이 드러나지 않는 검지를 내밀어 그냥 쑥 최신 메시지로 내려버린다. 무언가 필요한 대화가 있었던 것 같으면 검색을 하면 될 것이고, 누군가 내 참여를 원했던 것이라면 나를 태그했거나 따로 톡을 보내지 않았겠는가. 설마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사회성이 부족합니다.)


관계에 대한 책은 항상 흥미진진하다. 아무리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나라고 할지라도, 우리의 인생에서 관계는 떼어놓을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이겠다. 얼마전에도 나는 괜히 미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서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뿐일 거다’며 생각했지만, 결국 나는 쓴 커피를 마시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관계가 뭐길래 이렇게 저자도 나도 힘들게 하나.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계 문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평생 숙제’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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