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게 탐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 학창시절에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나도 명탐정 코난을 좋아했고, 소년탐정 김전일을 읽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를 싫어하던 때였기 때문에 여러 권의 책으로 구성된 셜록 홈즈 전집에 손을 뻗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책에는 어딘가 익숙한 헐록 숌즈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헐록 숌즈는 셜록 홈즈를 모델로 따서 지어진 이름이며, 일러두기에 의하면 모리스 르블랑이 아서 코난 도일에게 캐릭터 사용을 허락받고자 했지만 거절당해서 성과 이름의 머리글자를 바꿔서 썼다고 한다. 헐록 숌즈와 뤼팽이 만나는 장면에서는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리고 <뤼팽>의 오마르 시가 한 장면에 겹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현대식 셜록과 현대식 뤼팽이 재결합하게 되면 얼마나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까?
뤼팽은 사실 루팡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인지되고 있었다. 루팡이라는 이름이 무언가 더 귀여워보이고 방방 날아다닐 것 같은 이미지가 더오르지만, 찾아보니 뤼팽을 일본어를 거쳐 한국어로 번역하던 중 오역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뤼팽으로 쓰기로.
뤼팽과 홈즈가 유럽에서는 투톱으로 여겨질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 홈즈에 비해 뤼팽에 대해서는 들어본 것이 많이 없었다. 어쩌면 괴도라는 정체성때문에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며 선택적으로 배제되어왔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기는 했지만, ‘어라 이럼 안되는데’싶은 부분도 많았기에 나조차도 훗날 내 아이에게 홈즈보다 뤼팽을 먼저 쥐어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뤼팽이 인기를 끌어온 것은 그가 단순한 괴도가 아니라, ‘지성이 넘치나 타락했으며 비도덕적이나 또한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독특한 모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런 뤼팽을 다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넷플릭스의 <뤼팽>은 보다 교육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아무 부자집이나 터는 것이 아닌,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바꾼 것일테고.
넷플릭스 덕분에 다시 오름세가 되었을 법한 뤼팽 시리즈를 구입하고자 했으나, 역시나 여러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있는 전집에는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이 책은 뤼팽 에피소드에 나온 여러 장이 들어있는 1권인데, 재미있게도 벨벳양장본으로 1권만 출판시장에 나와있다. 동일 출판사에서 나온 전집은 20권 짜리인데, 후에 이 에디션으로 이후 에피소드가 출판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권만 가지고 있어서, 전집을 다시 구매하기도, 1권만 제외하고 전집을 구매하기도 애매한데… 넷플릭스 <뤼팽>의 아산이라면 분명 여러 출판사의 뤼팽 전집을 사들인 이후에, 이 1권짜리는 또 따로 소장용으로 간직할 테지만, 아직 뤼팽보다는 셜록에 마음이 가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울 뿐이다.
P.28 “어쨌든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 아쉽군….”
p.35 물론 이렇게 되면 이송품은 위에 명시된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으리라는 점, 양해하시리라 믿습니다.
p.52 “(전략) 너무 솔직하다고 욕하지는 마십시오. 형사님은 거의 헐록 숌즈 수준이란 말이지요.”
p.79 피고는 3년 전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아르센 뤼팽이라 칭하면서, 지성이 넘치나 타락했으며 비도덕적이나 또한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모순 넘치는 기인으로 행세했습니다.
p.96 “(전략) 다른 누구로 살아가고 셔츠 갈아입듯 성격을 바꿔보거나 외모, 목소리, 시선, 글씨체를 골라 쓰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만, 어느 순간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는데 그땐 몹시 서글퍼진답니다. 지금 내 느낌이 어떤지 아십니까? 마치 자기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이라고나 할까. 나를 찾으러 떠나서… 결국 되찾아야겠지요.”
p.183 “제발 나 좀 내버려 두게.”
p.250 “내일 오후 4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수수께끼 해결사며 해결하지 못할 사건이라곤 없는 그 위대한 영국 탐정, 소설가의 상상 속에서 튀어나온 듯 놀라운 인물인 헐록 숌즈께서 바로 우리 집에 오십니다.”
p.259 가느다란 빛줄기가 마치 불화살이 허공에 남긴 긴 꼬리마냥 방을 가로질렀다.
p.275 “고맙습니다, 선생.” / “별말씀을요.”
p.278 “좋습니다. 그럼 차를 좀 불러주십시오. 한 시간 후에 떠나겠습니다.” / “한 시간 후라니요!” / “선생이 낸 문제를 푸는 데 아르센 뤼팽도 그 정도 시간밖에 쓰지 않았으니까요.”
p.287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르센 뤼팽 같은 적수를 상대할 때 헐록 숌즈는 주어진 기회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기회를 만들어내지요….”
p.288 “그래요, 대단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지금 선생께 내미는 이 손을 그자의 어깨에 얹을 날이 반드시 오길 바랍니다. 드반 씨, 아르센 뤼팽과 헐록 숌즈가 조만간 다시 만나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요, 세상이 하도 좁아서 우리 두 사람이 만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