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영광 열린책들 세계문학 146
그레이엄 그린 지음, 김연수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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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첫 단락을 보자.
원문 :
[He wrenched up a piece of road with splintering finger-nails and tossed it feebly toward them.]

역자번역:
[그는 쪼개진 손톱 끝으로 길바닥 한쪽을 비틀어 뜯어내 독수리들 쪽으로 살짝 던졌다.]

1. splintering은 부서져 가는 걸 말한다. 쪼개진으로 할려면 split으로 돼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ing으로 적혀 있는데 쪼개진으로 번역하고 있다. 이는 얼마나 원작을 무시하는 지를 보여준다. 쪼개져 가는으로 했어야지 않는가.

2. finger-nalis이라고 분명히 손톱이라고 적혀 있는데, 손톱 '끝'이라고 적고 있다. 물론 의역이 요구될 때가 있다. 그러나 이건 과도한 의역이다.

3. wreched up을 (길바닥 한쪽을) '비틀어 뜯어내'라는 번역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길바닥이 나무로 돼 있지 않은 이상 어떻게 뜯어낼 수 있는가. 더군다나 그 뜯어낸 길바닥을 던지기까지 하다니. 이건 상식의 문제고 앞뒤 맥락의 문제다. 이것을 놓치는 역자와 편집자는 일손을 놓길 부탁한다.

4. feebly를 살짝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해서는 안된다는 실력을 보여준다. '살짝'이라고 번역하면 힘이 있는데도 살살 던졌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여기 인물은 화가 나서 던진다는 것이 힘조차 없어서 미약한 행동으로 드러남을 보여주어야 한다. '힘 없이''미약하게'등으로 번역해야 한다.

고친 번역:
[그는 부서지는 손톱으로 길 한군데를 훔켜줘서는 독수리한테 힘 없이 던졌다.]

*첫 장에 나오는 문장이다.
원문:
He said 'Buenos dias' to a man with a gun who sat in a small patch of shade against a wall. 
 

역자번역:
{그는 총을 지닌 채 자그만 그늘을 찾아 들어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남자에게 <부에노스 디아스>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총을 지녔는가? 아니면 그 남자가 총을 지녔는가. 그 남자가 총을 가지고 응달 한쪽에 앉아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역자는 그가 총을 지녔다고 했고, 그가 자그만 그늘을 찾아 들어갔다고 쓰고 있다. 이제는 역서를 안내는가 싶어 안심했으나 그건 나의 기우였다. 이 책이 얼마나 어려운 책인데 동화책도 번역 못하는 이가 번역을 하는가. 첫문장의 bleaching dust를 ‘모든 것을 표백하는 먼지 속으로' 라고 번역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리오. 

대충 만들어본 새 번역은 이러하다.

[벽에 드리운 작은 응달 한 켠에 기대 앉아 총을 들고 있던 한 남자에게 텐츠는 ‘부에노스 디아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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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2010-12-22 23:33   좋아요 0 | URL
무슨 의미로 이 글을 쓰셨는지 알겠지만,
만약 그가 총을 지녔다면 '그는 총을 지닌 채,' 라고 쉼표를 넣지 않았을까요.
조금 헛갈릴 수 있지만, 저 번역문 만으로도 총을 지닌 건 남자라는 건 알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저는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번역을 꼼꼼히 하느라 2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