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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정원
존 베런트 지음, 정영문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번역가 3인방 내지 5인방에 들 정도로 일손이 밀리는 작가의 첫 문장이다.
[쉰 살쯤 된 그는 키가 컸고, 거무스름하고 잘생긴 얼굴은 사악해 보이기까지 했다.]
[He was tall, about fifty, with darkly handsome, almost sinister features]
darkly를 거무스름하게 봤다면, 거무스름하게 잘생긴이란 말이 된다. 그런데 그게 말이 안되니까, 거무스름하고 잘생긴, 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럼 whitely라고 했으면, 새하얗고 잘생긴이나 새하얗게 잘생긴으로 번역하려 했을 것인가. 더군다나, 이 책의 표지를 보라. 또,책 제목은 어떠한가. Garden of good and evil이다. 음산하게 빼어난 용모에, 정도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뒤의 사악해 보이기까지가 연결이 되지 않는가.
내가 파악한 결과 전체 번역책 중에서 첫단락을 제대로 번역한 책은 70%도 채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난이도가 조금 올라가니까, 이 정도의 레벨의 책들의 90%는 첫 단락도 번역을 못하고 있는게 한국의 실정이다. 놀랍지 않은가.
다음 단락을 보자.
[그곳은 실제로 천장의 높이가 15피트에 이르며, 넓고 균형 잡힌 방들이 있는 저택이었다.]
[It was a mansion, really, with fifteen-foot celings and large, well-proportioned rooms]
실제로, 는 있는 그대로란 말이다. 여기서 really는 놀라움을 표시하는 감탄적인 의미로 쓰였다.
놀랄만치, 정도로 바꿔야 한다. 내가 이해못하는 것은 이런거다. 실제로라고 쓰면 의미가 일단 연결이 안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번역하면서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걸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 셀러가 한국에 오면 안 팔린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정서가 안 맞아서? 다른 나라는 다 되는데, 한국인 정서만 특별해서? 정영문같은 역자들이 한국엔 99%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 내가 말한 것중에서, 어려운 단어가 있었나? darkly, really도 모르면서 수백권의 번역을 해대면서 명번역가란 타이틀까지 얻는게 한국의 현실인 것이다. 세상은 요지경인 것이다.
한국이 후진국인 까닭은 자기가 후진줄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