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한사전 비판
이재호 지음 / 궁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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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58년 동안 한글을 무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7년동안 표준국어대사전을 위해 퍼부은 돈은 112억원이다. 1920년 3월 30일 조선어사전이 조선총독부의 지휘로 최초로 탄생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돈이 투여됐는지는 모르겠으나, 112억원.. 어느 축구선수 1년 몸값정도밖에 안되는 돈이다. 참으로, 거금을 투자해서, 잘도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일성 대학에서 발간한 조선어대사전을 본 사람이라면, 남조선의 국어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 가를 한눈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사정이 그리하니, 영한사전을 말해 무엇하나.북한의 영조사전이나, 남한의 영한사전은 아시다시피 일본문명의 노른자 번역어휘를 고대로 카피에서 걸어놓은 복사판이다. 성문기본종합영어가 그랬고, 정석수학이 그랬듯이, 사전은 일찍이 금속활자를 발명한 한국에서는 열심히 영한,불한,노한,,, 수많은 사전들을 양산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한강의 기적과 같은 것이었고, 그 이후에 대부분의 사전들은 별다른 환골탈태없이, 쇄를 거듭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도 한권을 뽑는다면, e4u가 그래도 가장 업그레이드가 가상히 이루어지는 사전이라는 것을 독자는 알길 바란다. 일례로 저자가 책을 쓸 당시, Butterfly Effect가 나와있는 사전은 e4u가 유일했다 한다.

 

여기서, 제일 영양가 있는 부분은  170쪽이였다. anarchism의 번역어는 '무정부주의'라고 나온다. 일본사전의 오류라고 지적하면서, 저자는 정부가 없는 상태가 최고의 정치라는 뜻의 '무정부지상주의'가 올바른 번역이라고 말한다. 무정부주의란 말이 불명확하다고 생각했던 차에, 후자의 뜻이 적확하다고 여겨진다.

 

152쪽에 나와 있듯이, 영어 표제어 2만단어인 경우, 본래어의 비율은 19%에 불과하고, 14만 단어범위에선 14%로 오히려 줄어든다. 2만단어일 때, 프랑스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36%였고, 14만 단어일때는 라틴어가 36%를 차지한다. 단어를 공부할때, 라틴어나 그리스어원에 의한 공부가 유용한 이유가 이런데 있는 것이고, 영어가 짬뽕어인 이유를 도표를 통해 분명히 보여준다. 한국어의 순수성을 오버해서 강조하다, 한자를 버리면서 언어적 다양성과 힘을 잃어가다, 이젠 영어를 차용만해서 쓰는 나라가 되버린 한국이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우리에게 있어, 한자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도량이 요구되어진다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뜻밖에 하나 커다란 무식을 하나 발견했는데, 206쪽에서 강세표시를 얘기하면서, [음절경계선 강세표시체제가 정확한 발음유도에 유리하다]란 대목이었다. 내가 가진 e4u사전은 해당 모음위에 하고 있는데, 또 내가 가진 Oxford사전에서는 음절경계선에 따라 강세표시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얼굴이 붉어졌다. 맨날 보면서도 대강 넘어왔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무튼, 이 책의 요점은 간단하다. 어서빨리 제대로 된 영한사전을 만들자는 것이고, 현재 영한사전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지당한 말씀이다. 영한사전은 그냥 참고일 뿐이다. 아는 사람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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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버릇 2009-06-26 06:16   좋아요 0 | URL
정말 영어를 제대로 알려면 어원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3~4 칸에 담긴 만화 하나 번역할래도 사전에 없는 말이 우수수 쏟아지지 않나, 영한사전(제게는 야후-미니,다음 온라인사전)에도 없고,
http://www.thefreedictionary.com/
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말들이 많다. 천상 영어 잘하는 고수분에게 물어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상상력과 추론능력으로 대충 맞출 때도 있지만, 만화란 것이 풍자의 목적이 있어 어휘로만 접근해서는 풀리지도 않고,놓치는 것이 많음을 깨닫습니다.^^
만화 제대로 번역할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번역에 발을 들일 베짱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관심만 가지고 기웃거리는 정도에..
Yes24에 리뷰를 먼저 올리시고,내용도 더 많네요. 이동해서 계속 읽을께요.^^

책실이 2009-06-26 09:47   좋아요 0 | URL
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