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출판 - 북페뎀 09
강주헌 외 21명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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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회의란 잡지를 알고 몇권 사보았었다. 3개정도 읽고 느낀 소감은 그냥 잡문이구나 하는 거였다. 통찰력도 없고, 글을 쓴 이들의 내공도 부족하고, 사상적으로 좌파쪽으로 상당히 치우쳐져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거야 잡지 마음이니까 그렇고.

 

번역출판이란 책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혹시나 해서 없는 돈을 쪼게 사보는 용단을 내린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나 雜文이구나. 이 바닥을 전혀 모르거는 일반인이 아닌 이상, 맥아리 없는 글들이 8할을 차지하는 형국이다.

 

다른게 아니고, 번역출판을 위한 책에 심각한 오류가 있어서, 혹시나 독자들이 유념해 주기를 바라며 몇자 적는다.

 

P.158를 보면 강주헌씨가 번역한 내용이 나온다.

Oceania comprises the Americas, the Atlantic islands including the British Isles, Australasia, and the southern portion of Africa.

 

[오세아니아는 아메리카 대륙, 영국 섬을 포함하는 대서양제도, 오스트랄라시아, 아프리카의 남부로 구성되어 있다]로 번역했다.

 

여기서, southern portion이 남부가 아니라 남부일부라는 디테일을 간과했다는 것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the British Isles을 보자.

영국 섬이라고 했다. 일단 영국 섬이라고 하면, 영국에 있는 섬을 가리킨다. 고유명사가 아니다. 영국에 많은 섬을 뭉터기로 가리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웬만한 사람은 아시다시피, 그건 영국諸島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이다. 영어로 번역하면서설마 영국지도를 본 적도 없는 지는 모르겠으나, 저런 상식을 모르고 번역을 하는 사람의 영어실력이 어떤 한 것인지를 다음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These romantic medievalists may moreover have strengthened Tolstoy's natural anti-intellectualism and anti-liberalism, and his deeply sceptical and pessimistic view of the strength of non-rational motives in human hehaviour, which at once dominated human beings and deceive them about themselves  -  in short that innate conservatism of outlook which very early made Tolstoy deeply suspect to the radical Russian intelligentsia of 1850s and 1860s, and led them to think of him uneasily as being after all acount, an officer and a reactionary, not one of themselves, not genuinely enlightened or revolt at all, despite his boldest protests against the political system, his heterodocxies, his destructive nihilism.

 

[게다가 낭만적 중세주의자인 슬라브파는 톨스토이의 천성적 反주지주의와 反자유주의적 성향을 더 부추기고, 인간의 행태에서 비합리적인 동기가 차지하는 부분에 대한 깊은 회의와 비관적인 생각을 고착화시킨 듯하다. 비합리적은 동기가 인간을 지배하는 동시에 인간을 자기기만에 빠지게 만든다고 톨스토이는 생각했던 것이다. 요컨대 1850년대와 1860년대 러시아의 급진적 인텔리아치아에게 일찍부터 의심을 품었던 톨스토이의 선천적 보수주의적 성향도 슬라브파의 영향으로 더둑 깊어졌다. 따라서 톨스토이가 러시아 정치체계를 대담하게 비판하고 이단적 면모와 파괴적 허무주의를 보였지만 러시아 인텔리겐치아는 그를 결국엔 백작이고 장교인 보주주의자로 생각하며 그들의 일원, 즉 진정으로 계몽되어 저항하는 지식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번역했다.

 

이렇게 긴 영문과 번역문을 일부러 타자친 이유는 원문과 번역문이 완전히 다른 내용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원문을 보지 말고, 번역문만 보면서, 설계도를 그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데, 그것은 영어의 原구조를 얼마나 허술하게 이해하고 있는 가를 반증하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상식 부재가 誤譯을 하고서도 과감하게 아무런 생각없이 편집자나 번역자나 그냥 뜻없는 한국말만 쓰고만다. 이런류의 글을 2번 읽고서 이해가 안가면, 대개 자신의 머리를 탓하기 보다는 오역이라고 생각하는게 현실적일 것이다.

 

강주헌씨는 which를 가리키며 'which에서 분명히 끊어 읽어야 한다'라고 하고 끊어번역하면서, which를 그 앞의 많은 명사중에서 non-rational motives를 단 하나 수식해 비합리적인 동기가라고 번역하고 있다. 난 이 글을 읽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P.152에 보면,

[쉼표에서 쉬는 것이나, 마침표에서 쉬는 것이나 무엇이 다를까? 나는 이 문장을 세부분으로 나눠 번역했다]라고 나와있다. 쉼표와 마침표가 강씨에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런 문장도 있을 수 있으니, 예외적인 경우를 인정한다치더라도, which가 받는 명사를 왜 저걸로 본 것일까. 상식적인 선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갔다. 차라리 바로 앞의 human behavour라고 했으면, 실수할 수도 있겠지라고 여기겠지만... 그러나, 이건 엄연히 실력이란 것을 독자는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80%의 한국서적이 이렇게 번역되고 있다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편집자들이 이런 오류를 잡아낼 수준이 안되는 건은 당연지사다. 이 글은 잡지에도 실렸던 글인데, 버젓히 다시 책으로도 나오지 않는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여기서는 which가 문제가 아니라, 이 단락 전체의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이해해야 한다. 정리하면, romatic medievalists가 Tostoy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는데, 그 사상은 which이하 human beings에게 영향력을 주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 이하는 in short로 연결되면서 앞에 있던 내용을 부연설명해주는 것이다. 즉, -앞뒤가 병치되는 구조다.

 

그런데, 강씨는 어떻게 번역을 했는가. which를 non-rational motives로 받고, 그리고 -이하의 문장은 2문장으로 나누고 '따라서' 인과관계적 번역을 함으로써, 마치 저자가 줄표를 사용한 이유를 망각하게 만들었고, 앞의 내용이 이유가 되고 뒷문장이 결과가 되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하는 그저 앞문장의 부연일뿐이다. (한국어 문장을 그냥 읽어보아도 논리적으로 틀린 문장이다.)

 

문장을 나누려고 했다면, -줄표를 중심으로 나눴어야 한다. 줄표뒤에선 앞의 문장을 서술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따라서'라는 원문에도 없는 말을 써서 혼란을 더더욱 가중시키고 있는데, 그의 허술한 번역관은 자신의 말로 입증된다.

 

P.152

[여기에서 '...but..."과 'But...'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체적 차이를 가질까? 또 '...and...' 'And....'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내가 과문에서 그런지 몰라도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라고 적고 있다.

 

and와 but의 위치가 변화하는데도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한 주관적 견해는 추진력을 얻어, therefore에 상당할 '따라서'라는 말을 집어넣고도 문장의 인과나 역접의 향방이 만들어 내는 결과에 대해선 도체 생각이 없는 듯하다.

 

P.154 'they stand in front...'이하 문장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으나, 시간이 아까워서 그만 적기로 하겠다. 이 사람의 책엔 오역이 100개 어려운 책일 경우엔 대략 300개에서 400개는 무난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터무니없는 비방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출판번역이라고 해서 나온 책에도 말도 안되는 오역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쓰레기같은 책들이 도서관과 서점에 가득한 현실을 일반인들은 깨달아야 하고, 멍청한 출판사 사장들은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길 바랄 뿐이다. 한국은 누구 말대로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誤譯王國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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