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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ㅣ 알마 인코그니타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평점 :
계절에 딱 맞는 소설을 읽었다.
봄이 온 것 같은데 아직도 공기는 스산하고
하지만 겨울이 지나간 것은 확실하니까
더 이상 춥지는 않다고 믿게 되는 그런 계절.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는
내가 읽은 최초의 대만소설(중국소설)이다.
일본문학의 오랜 득세에 비해
대만문학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하긴 그렇게 따뜻한 땅에
좋은 작가가 없을리가 있나 싶다.
작가 [우밍이]는 우리나라 작가 [한강]과 함께
2018 맨부커상 인터네셔널 부문에 올랐다고 한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는
'중화상창'이라는 지금은 없어진 상가에서
사람들이 나고 살아가고 죽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 수록된 10개의 이야기는 옴니버스 식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중에
'중화상창'이라는 배경과 '마법사'의 등장을
공통분모로 가진다.
영화와 여행을 통해 내가 느낀 대만은
평범한 삶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을 느끼는
소시민적인 모습이었다.
책에서도 이런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읽으면서 어딘가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라는 제목은
4번째로 소개되는 단편으로 여기서 코끼리는
코끼리 인형탈을 쓴 주인공을 말한다.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탈 안에 가려진
주인공만이 일방적으로 보게 되는 세상과
그 짧은 경험이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우밍이]는 덤덤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잘 풀어놓았다.
책을 읽으면서 좋아서 플래그를 붙여두게 되는 부분은
평범한 듯 비범하게 머리를 툭 치는 표현인데
[우밍이]의 문장을 몇 가지 소개해 본다.
1. 원래 세상에는 직접 해봐야만 속았다는 걸 깨닫는 일들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
2. 파울라는 하이힐을 신고 붉은 보도블록 사이의 틈새를 피하며 리드미컬하게 걸었다.
3. 그건 누군가가 당신의 인생에서 무언가를 가져가버려, 그 후에는 윙윙 울리는 전구를 끄고 난 뒤의 어둠과 뒤따라 찾아오는 모든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과 같다.
4. 당신도 알다시피 이 세상에는 열쇠로 열리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열쇠가 만들어지면 언젠가는 그것으로 열 수 있는 무언가를 꼭 만나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마지막으로 수년 전 직접 찍은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사진을 첨부함 :-)


원래 세상에는 직접 해봐야만 속았다는 걸 깨닫는 일들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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