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가축과
매정한 거래를 하는데 익숙하다.
그런데 고양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수천년 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인간을 위해 무언가를 하도록
진화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인간은 고양이를 사랑한다.
밥 주고 똥 치워주는 것은 기본으로
온갖 간식을 때에 맞춰 올려드리며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지질 수 있도록
고양이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예쁘고 똑똑하기까지한 고양이들은
인간을 고르고 가축화를 선택하는 것이
편하게 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인 것을
애시당초 간파한 것이다.
옮긴이의 글을 보면
고양이는 말 못하는 짐승이 아니라
우리가 그 말을 못 알아들을 뿐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단지 눈깜빡임 한 번으로,
귀를 세웠다가 눕혔다가 하는 동작으로,
간드러지는 울음소리로,
때로는 '옛다, 선심!' 하듯
인간의 몸에 머리통을 스윽 하고 비비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