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학책을 읽는 것보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어릴 적 사람이 우주안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에 대한 개념을 깨우친 영화다.


2.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인간 중심이긴 하나 영화에서 끝임없이 제시하는 주제는 과연 만물의 권력자가 인간인가? 이 우주에 인간만이 살고 있는가? 인간은 우주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3.

 외계인들이 지구에 드나들게 되면서 그것을 관리하는 기관이 생겨나고, 덕분에 외계인들은 변장을 통해 지구인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살아간다. 그것들은 모르는 인간들은 이 우주에 인간이라는 종족 하나만 있다고 살아간다. 그게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니까. 집단이 개인보다 더 강하다는 건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4.

 구분은 있느나 그것을 이유로 탄압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서양인들이 대항해를 통해 원주민들을 발견했을 때는 오히려 환대주었던 그들을 노예로 이용하고, 90%이상 죽였던 참혹한 역사도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는 같은 인종임에도 진짜인지도 모르는 예수를 죽였다는 신화 하나만으로 유태인들에게 가혹한 생체 실험을 반복했다. 다른 존재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본능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탄압받고, 죽어나갔는가?


5.

 물론 이 영화에선 그런 무거운 주제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진 않는다. 오히려 코미디 영화 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나도 일일히 영화에 의미 부여하면서 보고 싶진 않다.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리뷰란 자연스럽게 느낀 바를 써내려 가면 된다.


6.

 내가 돈 받고 글 쓰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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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중독 - 뇌를 자극하는 맛의 역습! 더 이상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
박용우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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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영만 만화 식객, 도시의 수도승편에 나오는 보디빌더가 말하길, 몸을 만들려면 영양학적 지식도 공부해야 한다고, 보디 빌더들은 박사 학위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적 있다. 내가 남들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비교적 건강에 신경쓰고, 나름 지식을 쌓아가는 사람은 맞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쉽게 비만의 메커니즘이 정리되어 있는 혜성과도 같은 책이다.


2.

 국내 최고의 비만 전문의인 저자가 말하길 음식 중독의 원인은 우리의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어떤 특정 음식을 먹으면 자극되는 쾌미에 있다고 한다. 식욕 자체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 전혀 부끄러워 할 게 없다. 다만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3.

 쾌미를 일으키는 삼대장은 소금, 지방, 설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약 이것들이 첨가된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정서가 완화되는 기분을 맞볼 수 있다. 하지만 효과는 그 때뿐 오히려 보상 작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더 쾌미있는 음식을 원하게 된다. 이렇게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고 음식 중독에 걸리는 것이다.


4.

 빵을 예로 들어보자. 정제 탄수화물인 밀가루로 만든 빵은 쾌미의 최상위권이라 할 수 있다. 지방은 물론 밀가루 반죽에 설탕, 소금이 첨가되고, 먹기 쉽게 화식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빵을 먹고, 먹고 또 먹고 싶어진다. 생각해보라 양파나 대파를 또 먹고 싶다는 욕구는 없지 않은가?


5.

 식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너무 지나치면 음식 중독이 된다. 그리고 저자는 음식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 그 메커니즘과 쾌미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역학 관계를 소름끼치도록 정밀하고, 도표와 단원마다 정리를 하여 쉽게 설명했다.


6.

 오늘도 밀가루와 설탕을 입에 달고사는 사람들에게, 먹고 나서 반드시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식욕은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식욕은 더 강해지거나 같을 수 있지만 절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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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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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용은 대충 이렇다. 저자인 미치 앨봄이 학창 시절 철학과 교수였던 모리와 함께 화요일 마다 삶과 죽음에 관해 서로 대화하는 이야기. 그래서 명언같은 게 자주 나오는 데 이것들을 대놓고 B급 자기계발서에서나 나오는 내용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다.


2.

 왜냐하면 모리 교수야 말로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죽음에 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는 루게릭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 신경 세포가 서서히 사라지는 이 병은 아직까지 원인도 치료 방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병이다. 생각해보라.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인다. 팔만이라도 된다면 자기 위로라도 하지 내 몸을 내 맘으로 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최악일 것만 같다.


3.

 하지만 가만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며, 멍을 때리거나 사색을 하는데, 남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가르침 한 두개는 나오지 않겠나.


4.

 곧 임종이 눈 앞에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모리 교수는 침착했다. 그렇다고 생애 마지막 날을 어떻게 지내고 싶냐고 물으면 모리 교수는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문제 없는 수많은 나날들 중 하나를 원한다고 답했다. 죽음을 아니까 삶이 무서워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학을 공부해볼까 생각중이다.


5.

 크게 보면 여행 갈 때 보기 좋은 명언집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솔직히 거의 까먹었다. 읽는 동안에만 감정이 벅차 흘렀지, 그 명언이 후에 머릿속에 압정 박히듯 떠올리는 일은 없었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니 만큼 재독을 겸할 생각이다.


6.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선 어떤 이의 죽음을 단지 우주의 에너지 변화라고 묘사했다. 그가 싸이코패스라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할 땐 죽음이란 동양에서 묘사하는 촛불의 불이 꺼진다는 이미지가 아닌 그냥 파도는 사라져도 다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모든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는 이미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7.

 임종을 코앞에 둔 많은 이가 죽음에 관해서, 현대인의 삶에 관해서 소설과 에세이를 썼지만 그들이 암만 써봤자 다 추측이다. 너무 믿지 말라는 거다.


8.

 그렇다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제쳐두면 어떻게 실체없는 삶과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를 한다는 소리가 모순같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게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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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련 - 나를 깨치고 인생을 바꿀 삶의 혁명 같은 독서 수련
김병완 지음 / 동아일보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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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필력이 아주 좋은 작가라는 건 인정한다. 한번 펼친 이후에 장작 3시간만에 다 몰아 읽었으니까. 다만 필력이 좋을 뿐이지 작가의 글솜씨와 글 자체의 설득력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서로 연관되지 않은 것을 연관지어서 말하는 것은 필력이라, 다만 필력이 아무리 좋다한들 근거가 탄탄치 않다면 일시적으로 베스트셀러는 되겠으나 스테디셀러는 되기 힘들다. 만인에게 추천하기는 힘드나 독서가 초보들에겐 일시적으로 의지력 충전용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2.
 사실은 이 전에도 한 번 읽은 책이다. 빌려서 읽었었는데, 이번엔 사서 읽었다. 왜냐고? 디자인이 글과 잘 어울리니까. 여자 주연 배우만 나오는 트랜스포머4의 영화포스터가 아니라 정말로 그 내용과 디자인이 충실한 표지다. 소장할 가치가 있다곤 생각한다.

3.
 제목또한 어떠한가? <책수련> 캬~ 이것만큼 책 제목의 명카피가 또 있을까? 짧고 굵다. 오늘도 광고홍보학과 학생이 만나지도 않은 작가에게 한 수 배워간다.

4.
 초반엔 없는 근거를 커버할 정도의 글솜씨에 빠져들었으나 후반에 갈 수록 읽고 싶다는 느낌이 떨어진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너무 과장했다. 읽는 건 읽는 거지. 삶 자체를 바꿔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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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1
억수씨 글.그림 / 거북이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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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만화는 뭐라할까...? 레몬사탕? 짭짜름하는 합성착색료 맛이 있으면서도 레몬의 신맛뿐만 아니라 단맛까지 군침삼키며, 읽는 그런 책? 스토리만 좋으면 그림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림체도 이런 스토리를 돋보여주는데, 한몫 기여하는 별로 눈의 띄지 않는 작품인 것 같다.


2.

 정말로, 아니 진심으로, 이 책때문에 장애인 봉사활동에 가서 연인을 찾을까도 생각해봤다. 정말이지 미친놈이다. 나란놈은.


3.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인 원이가 Ho가 귀가 들리지 않으니 써서 대화를 하는 도중 Ho는 자신은 입으로 말하고 있다는 장면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입을 보며, 대화하는 것은 장애인들보단 우리가 더 뒤떨어진 면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오글거리게 과장해서 말하면 이건 우리가 직면할 여러가지 선택, 문제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해야하나? 그도 그럴 것이 만화에서는 주인공인 원이의 독백체가 거의 대다수고, 거의 원이가 연애문제, 취직, 사내 정치 등으로 수난을 겪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원이가 그 과정을 돌파하는 데에 힘이 되어준 것은 Ho라는 연인이 옆에 있어준 덕일 것이다.


4.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푸념을 들어주는 상대가 아니라 Ho처럼 들리진 않더라도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아니지 싶다. 자신의 푸념은 자신의 내면안에서 풀어서 해치고, 정화해야 될 문제다. 굳이 남에게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


5.

 Ho가 원이한텐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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