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만 보면 어렸을 적 키웠던 눈이 큰 고양이 생각이 났다
외동딸이라... 이쁨을 아주 많이 받고 자랐겠군
두 눈을 질끈 감고는 앞으로 입술을 쭉 내밀었다
살면서 이렇게 큰 소리로 웃어 본 일도 처음일 것이다
그동안 보아온 그는 감정변화가 그렇게 큰 사람이 아니었다
폭력이 아니면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들
아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묘한 쾌감이 같이 따라왔다
그러나 이성의 끈을 겨우겨우 놓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도리어 자신의 감정이 너무 벅차 감당이 되지 않아 쓰러진 것 같았다
이제야 아까 제정신이 아닐 때 뱉은 말이 후회스러웠다
이제 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그가 어떻게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한때는 사랑일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단 한 번도 이 집에서 맛있게 뭘 먹은 기억이 없었다
누나도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는데 제가 먼저 가야 하나요
목소리만으로도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 가지 않았도 몸이 아픈 것처럼 욱신거렸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지만 집 앞까지 온 사람을 그냥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졸였던 그의 마음에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지금이라도 멈추고 싶으면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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