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다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무겁게만 느껴졌던 출근길 발걸음 또한 가벼워졌다

역시나 오늘도 집 안은 고요했다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주방에 그가 서 있었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오늘따라 그의 얼굴에 미세한 웃음기가 묻어나 있었다

그의 입에서 직접 먹고 싶은 메뉴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다 찍었으면 먹어도 되는 건가?

앞으로도 간섭하면 안 되겠네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더 안 좋으면 안 되니까

원래 간섭 잘 안한다고 들었어요

이미 출근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일어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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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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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굉장히 바쁘던 참이었어요

내 단호한 한마디에 좀 당황했는지 잠시 동안 그는 말이 없었다

무척이나 재수가 없으시네요

달짝지근했던 시간을 방해 받아서였을까

지금 당장 오라 해놓고 뚝 끊잖아

녀석이 죽을 상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아주 못되게 굴어야지

이 회사는 계약직한테만 반말을 찍찍 해도 된다는 규칙이라도 있는 건가요

굳이 존대를 받으셔야겠다니 존대하죠

기분 상했다면 정중히 사과 드릴 마음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으로서 야간 한번은 쉽게 넘겨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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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직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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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을 속으로 꾹 삼켰다.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아침은 안 먹어도 저녁은 잘 먹던데?

밥도 안 먹이고 일 시키는 악덕 집주인 만들지 말고 앉아서 같이 먹지?

어차피 여기서 일하는 동안은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할 텐데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데 저만 속으로 끙끙거리며 피해 다니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었다.

그는 상대방의 말투를 막히게 하는 재주가 있는 듯했다

못 먹는데 음식은 어떻게 만들었어?

간도 안 보고 만든 음식치고는 요리에 꽤 소질이 있나 보네

원래 회사에서는 야근하면 차비도 따로 챙겨주고 그런다던데

회사나 여기나 비슷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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