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도대체 언제 카드 지갑이 그의 집에 떨어진 걸까

기억이 날 리가 있나

그의 집에 나서는 순간까지 서럽게 펑펑 우느라 정신이라곤 하나도 없었는데

이전에 내가 했던 말은 그새 다 잊었습니까?

한마디도 안 잊고 다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딱 그만큼 불편해 죽을 맛이었다

원나잇을 한 남자와 그 남자의 동생 사이에 끼어있는 상황이라니

이보다 불편한 자리가 또 있을까

타인을 괴롭히는 걸 즐기는 악취미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도망치는 그녀를 그냥 놔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도록 둘 순 없지

짓궂은 생각을 하며 그가 피식거렸다

불순했던 의도와는 달리 그는 깔끔하게 뒤로 물러났다

상사와의 약속을 이렇게 어기다니...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이해할 수 없는 흥미만 돋았다

예정에 없던 대면 보고를 지시한 건 그답지 않게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대놓고 자신을 피하겠다?

조금 생각하면 가학적이기도 했다

앞으로 그에게 허락된 여유는 30분 정도에 불과했다

잔잔했던 마음에 거센 물살이 일기 시작했다

자꾸만 입술 끝이 간지러웠다

보고는 식사하면서 받는 걸로 하죠

이번에도 지극히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황당한 시선 뒤로 유쾌한 웃음이 이어졌다

한참을 웃어놓곤 뒤늦게 배려하는 척하는 말이 고작 그랬다

이왕 배려해줄 거 조금 더 예쁘게 말해 줄 수 없나

그가 퍽 얄미웠지만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문득 아침에 봤던 그가 떠올랐다

이게 끝인가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간결했다

왜, 쓴소리 안 들으니까 이상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한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7년 동안 나한테 많이 배우지 않았나?

이상한 건 흠 잡을 데 없는 네 보고서가 아니라 나지

이미 충분하기 인지하고 있는 진행 상황에 대해 굳이 보고하라고 지시한 나.

무슨 말을 들은 걸까

그의 말이 통 해석되지를 않는다

그날 일은, 여전히 기억이 안 나?

그가 그날의 일을 다시 물어 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간절하게 기도하면 그 소리가 하늘에 닿는다고 하잖아요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

서로를 배려하느라 소심하게 고백을 했을 것이다

제가 고지식하게 보였었나 봐요

전 그가 굉장히 이성적이고 냉정한 성격인 줄 알았어요

혹시 둘이 사귀는 데 반대했다는 친구가 그 분?

좁고 좁은 세상이라니까

셋이서 저녁을 먹고 술이나 한잔할 줄 알았던 자리가 대대적인 모임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저 남자 어때?

홍익인간의 뜻으로 살아가는 나를 칭찬해주고 싶은 날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싶어하는 법이지

오늘 느낀 감상?

알고 있었던 게 몰랐던 것처럼 툭 튀어 오를 때도 있잖아

그는 그녀의 집에서 주말을 보냈다

아파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주택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우리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거울을 보는 건 어때?

꼭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 같지 않아?

이런 사진이라면 하루에 두 번은 봐야지

널 좋아하게 된 후로 가끔 그때가 생각났어

언젠간 머리를 빗겨줘 봐야지, 그렇게 생각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았으면 이제 이거 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뭐가 이렇게 기운이 없어?

기척 다 내면서 왔는데 뭘 그렇게 놀라?

오늘은 다른 의미로 그녀를 발끈하게 했다

근데 너 우리 집엔 언제 왔었어?

지극히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어조였다

사고 회로가 단박에 정지된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안 걸까?

설마.. 다 알고 있는 거야?

너 우리 집에 온 적 없다고?

넌 내 집에 온 적 없고, 나도 네 카드지갑엔 손 댄 적 없었는데

설명이 좀 필요한 것 같지 않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징징대는 거 제일 싫어하는 거 알지?

그래서 홧김에 술 좀 마셨어

분명 혼자 마셨는데 마시다 보니까 그 녀석이 내 앞에 있더라

아무튼 간에 같이 마셨어

눈 뜨니까 모텔이었다는 얘기는 하지 말자

내가 술 마시고 진상 부린 거야

때마침 그때 건조가 끝난 거야?

이미 건조된 건 5분만 더 돌려도 따뜻해진다는 거

그 인간이 보편적이지는 않아

마음을 울리는 섹스가 있더라

내가 깜박 넘어가려는 타이밍이었는데 말이지

너 발 사이즈 몇이야?

235mm면 대한민국 여자 평균 발 사이즈야

그런데 뭐? 전족?

그 남자가 너 많이 좋아하는 거야

언제 헤어져도 상처받지 않는 연애

언제 다시 시작해도 두렵지 않은 연애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시간이 이르긴 하지만 한잔 마셔요

그는 모든 게 능숙했다

여럿이 만나면 난 너무 좋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