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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로봇 노트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56
김종호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6년 7월
평점 :
아마도 남자라면, 지금 아이이건 어른이건 간에 '로봇'이란 말을 듣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일상에서 상용화된 로봇들이 많지만, 여전히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는 미개척분야에 로봇 기술을 접목하고자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얼마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 있었다. 바로 로봇과 인간의 대결,'알파고 vs 이세돌'의 바둑 대국이 바로 그것이다. 다섯 번의 대국의 결과는 이세돌의 참패였다. 제4국은 간신히 이겼으나, 본인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물론 낙담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정작 낙담하고, 좌절한 것은 그 전까지 그닥 바둑에 관심이 없던 대다수의 국민들이다. 마치 로봇에게 인간이 정복당했다는 엄청난 두려움과 상실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사실 나는 남자도 아니고, 로봇에 그닥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 언론에서 "의료용 로봇으로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환자의 보행을 돕는다"거나, "재난 현장에서 인명구조용 로봇이 정확한 매몰지점을 탐색해 구조에 힘썼다"거나 하는 뉴스를 접했을 때 기술발달의 혜택에 고마움을 느끼는 정도다.
그런데, 이번 도서를 읽으며, 어릴 때 이 노트를 만들었을 주인공 '아빠'의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마치 21세기에 이런 시대가 올 것을 미리 예견한 것처럼...
아마 남자들의 뇌구조는 '미래'에 대한 예견이나 대비책을 세우기에 최적화된 것 같다.
아마도 초등학생때 벌써 이런 생각을 했었다면, 또 그 꿈을 계속 꾸면서 노력했었다면, 지금쯤 아빠의 직업이 '로봇 공학자'나 최소한 '엔지니어'쯤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장 기발했던 상상력은 '시간 로봇'이었다. '타임머신'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은 그동안 여러 편이 나왔던 것 같은데, 직접 사람과 닮은 모습의 로봇-실루엣이 살짝 영화<빅 히어로>의 베이맥스와 닮아 있었다.^^-으로 구현하다니...실로 놀랍다. 정말 시간 로봇이 존재한다면, 내가 되돌리고 싶은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제대로 무언가 해보고 싶고, 과거시대로의 여행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나머지 로봇들 중 현재 '잠수 로봇'이나 '우주 탐험 로봇'은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책에 등장하는 모습과는 약간 상이한 느낌이지만 말이다.
아마 작가는 로봇이지만, 우리 인간의 모습과 닮아서 이질감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게 아닌지 감히 추측해본다.
구조 로봇, 건설 로봇, 소방 로봇, 자연보호 로봇은 실생활에 꼭 필요한 로봇이니까 빠른 시일내에 상용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책의 첫장에 등장하는 '전투 로봇'은 정말 신중하게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얼마전 '알파고'관련 신문기사를 접했는데, 카이스트 교수라는 그 분은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에 대해 언급하며,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의 대부분은 '강한 인공지능'이란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터미네이터'와 같은 강한 인공지능은 영원히 개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면지에 등장하는 흑백사진 같은 그림은 아빠의 서재를 엿보고 싶은 호기심 가득한 아들의 마음과, 그런 아들에게 함께 자료를 보며 이야기 나누는 흐뭇한 아빠의 마음이 맞닿아 있어서 훈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