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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사토 신 지음, 돌리 그림, 오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앞표지부터 등장하는 제목과 어쩜 그리도 잘 어울리는 주인공 '적당씨'의 외모라니...
목소리와 억양조차 짐작될만큼 적나라한 그림이다.
반쯤 뜬 눈과 흔히 서양사람들의 손짓과 닮은 양 어깨 옆으로 뻗은 손의 제스처, 그리고 치아가 다 보일만큼 한껏 벌리고 웃지만 웃는 게 아닐 냉소적인 입모양까지...
정말 한 눈에 적당씨의 성격과 인물상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뒷표지에 등장하는 책 속 일부 대목을 발췌해두고 있는데...
내용을 보기 전부터 이미 책 속 주제가 드러나 있는 것이다.
'적당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면서, 속지를 지나면 면지에서부터 알람시계를 등장시켜줌으로써 늦잠과 관련된 일화가 소개될 거라는 암시를 준다.
그리고 시작되는 첫 장면. 침대 위에 누운 적당씨는 울리는 자명종을 대충 보며 지각했음을 알아채지만...
이내 자기 위안 멘트를 내뱉는다. "뭐 어때!"라며...
과연, 예상했던 대로 주인공인 적당씨는 긍정을 넘어 관조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삐뚤빼뚤 맨 넥타이를 두고도 그저 목에 매어져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고, 이왕 늦은 김에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하고, 배고파하는 애완견 해피에게도 고양이밥을 줘 놓고도 그저 "뭐 어때!"라는 한마디로 무마한다.
그리고는 작가는 뒷표지에서 이미 선보였던 내용과 그림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이 부분에서 정말 나는 온몸에 '찌릿'한 느낌이 났다.
내가 그동안 살아 온 삶의 방식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충'이라고 생각한 대신 "느림의 미학"이라는 둥, "너무 계획대로만 살면 인간미가 없다"는 식의 말로 둘러대며 위안을 삼곤 했던 것이다.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에 마침, '이제는 한번 바꿀 때가 됐다' 는 계시를 주는 것 같은 한 편의 그림책.
그림책이지만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