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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 - 아픈 만큼 단단해지고 있기에 당신의 모든 날은 헛되지 않다
김신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총 168면 분량의 이 책은 웬만한 독서력을 지닌 사람들의 경우,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면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포켓북 사이즈의 에세이이다.
각 장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춰 총 4장으로 구성한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 일기처럼 소소하게 기록한 감정의 씨줄과 날줄이 알알이 박혀 있다.
게다가 면지에는 시인의 이름도 아닐 듯한 독특한 친필 사인이 된 채 도착한 책은 나에게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어지는 서문에서 작가가 지독한 가난과 가정 불화, 그로 인한 방황과 급기야 고등학교 때 얻은 마음의 병으로 오랫동안 심리상담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다 힘들게 전문대 졸업 이후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했으나 코로나로 그마저도 힘들어 많이 지쳐 있었다고. 그러나 직업상담사 관련 업종에 취업하여 월급으로 온라인 쇼핑몰 때 대출받았던 대출금을 2년 반만에 상환하며 취업 전 이미 진단받았던 병도 완치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있어 독자인 나도 덩달아 작가의 고통이 경감된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졌다. 다시 부모님의 이혼 소식을 전할 땐 마음이 무거웠다. 나도 종종 배우자와의 격한 대립이 들 때마다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저자의 아픔을 읽고 나니 아이가 받을 상처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장- 봄,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계절'에서는 우울할 땐 식물을 키워보라는 조언이 눈에 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꽃과 식물은 우리에게 기분이나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집의 공기정화를 원하신다면 식물을 키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볼 때마다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계절이 변하면서 여전히 잘 자라고 있는 식물을 보며 뿌듯해질 것입니다. 사랑처럼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얻게 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본문 p.49)라고.
'2장-여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을 알차게 보내다'편에서는, 주변의 힘든 사람에게 진심어린 한 마디를 건네보라고 조언한다. "'힘들었겠다, 불안했구나, 속상했겠다, 서운했구나.'와 같이 진심 어린 마음을 가지고 한 마디 건네는 것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한다면 집중해서 들어줬으면 합니다. 할 수 있다면 공감도 해주고 위로를 건네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리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본문 p.103)라고.
내가 작년에 읽었던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란 책에서도, "자살로 사별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고인과 사별한 가족, 친지나 친구의 곁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듯, 힘들 때는 가까운 사람의 진심어린 위로가 위로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3장-가을,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편에서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 연애하셨는지.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되었고, 결혼한 지금은 행복한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것인지. 지금은 후회가 없는지."(본문 p.125-126)라고 독자에게 묻는다. 마침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고 후회되는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참 구구절절 나의 연애와 결혼생활을 적어 작가에게 답장을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4장-겨울, 가끔 넘어질 때도 다시 일어나 단단해지는 성장의 시간'편에서는,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시기가 있고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시기가 있고 성숙해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마음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야 보세요."(본문 p.153)라고 조언한다.
그렇다.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평범축에도 들지 못하는 비루한 깜냥의 사람이다. K방송사의 프로그램 <동행>도 울고 갈 지난한 가난과의 분투, 유치원은 다닌 적도 없는 우리 남매. 초중고교생 시절엔 그 흔한 학원 한 번 다닐 수 없었고, 대학도 소위 지잡대(지방의 이름없는 잡스런 대학)를 나와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덜컥 이 정글과 같은 세상에 내던져졌다.
그럼에도 내 코가 석자인 주제에 철없는 이상주의자였던 나는 인권변호사가 되어 보겠다고 호기롭게 신림동 고시촌 원룸에 틀어박혀 하루 열 시간 이상 책에 고개를 쳐박고 수험서와 씨름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후의 결혼, 육아로 이어진 삶의 순간들도 나에겐 순탄치 않았고,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그러나 꿋꿋하게 약처방 대신 독서와 글쓰기로 치유의 시간들을 가졌다. 지금은 아이의 사춘기, 남편의 오춘기, 나의 갱년기의 터널을 함께 지나고 있다.
어두운 감정도 애써 지우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보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신의 어두운 감정들을 좋은 사람과 나누고 위로도 받으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짧지만 저자의 아팠던 청춘 이야기를 들으며, 나와 아픔의 정도를 비교해 보시라. 어쩌면 여러분의 아픔은 어쩌면 그리 큰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니 힘내자. 모든 계절이 당신을 만들 수 있도록.
본 서평은 김신일 작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