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듣는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114
정은 지음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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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16회 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서, 아마 주인공 '정수지'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청각장애인으로서 느끼는 상황 묘사가 사실적이다. 물론 '작가의 말' 부분을 읽어 보면 '허구'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자전적 소설은 아닌 것도 같고.

표지는 주인공 수지와 같은 학교 친구인 한민과 그의 눈이 되어주는 맹인 안내견 마르첼로가 나란히 '산책을 듣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꼭지인 '침묵을 듣는 시간'에서 수지, 한민 두 청년이 개발한 사업 아이템 명칭이 바로 <산책을 듣는 시간>이다. 산책 신청자가 눈을 감은 한민을 안내하면서 산책을 하고 보고 느낀 것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라고.


 

총 179면 분량의 청소년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4년째 수정 중이라는 작가의 부연이 없었더라도 이 원고는 내용만 보더라도 한 글자 한 글자 얼마나 정성들여 썼는지 느낄 수 있다. 퇴고를 4년이나 한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늘 글쓰기하면서 퇴고에 덜 정성을 들이는 나로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고 새삼 퇴고의 중요성을 새기게 되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빠는 없었고, 자유로우신 영혼의 할머니와 자녀의 양육보다 자아실현이 중요한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으로 알고 있었다가. 고등학교 때 인공와우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수술 담당 의사로부터 "10개월 무렵에 독감에 걸려서 입원한 적이 있고, 농인으로 확진받은 것은 24개월 무렵이라고 나오는데요. 맞지요?"라는 그간 왜 자기에게 가족들이 장애있음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행복한 분위기를 연출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동시에 엄마 마저 자기를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하는데...

"내가 원망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대처가 아니라 원망받을까 봐 평생에 걸쳐 해 온 거짓말이다. 언제나 진실이 낫다. 설령 그것이 아픈 진실이라도." (본문 p.67 참조)라고 하며, 진실이 미덕임을 강조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영화 속 음향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꿈으로 실현하기 위해 유학길에 오른 엄마와 마지막 남은 자신의 보호자 역할을 할 고모마저 자신을 혼자 남겨두고 출국하자, 철저하게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다. 이제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친구 한민뿐이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바로 그 흔한 속담인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까지 "타인을 혹은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다가가는 것. 그렇게 한 걸음 다가서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마법처럼 일어나게 됩니다. 저는 그 마법을 믿습니다. 마법의 힘으로 다양성이 포용되고, 존종받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연대의 힘'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성인이지만 청소년의 시선과 입을 빌어 전해 준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함께'의 가치를 믿는 사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 책 제목처럼, 책 속 두 주인공 수지와 한민이 되어 두 눈을 감고 다른 감각을 이용해서 자연의 소리, 사물의 소리,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단순히 현상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본 서평은 사계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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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와 정원사 - 어느 괴짜 예술가의 치유하는 정원 그리고 인생 이야기
마크 헤이머 지음, 황재준 옮김 / 산현글방(산현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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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에세이다. 그간 전형적인 스타일의 에세이를 주로 읽었던 내게 이 책은 총 309면의 분량임에도 그 두 배쯤 되는 서사처럼 느껴져 평소 같으면 하루 반나절이면 다 읽었을 책을 무려 일주일이나 붙들고 있었다. 책날개에서 이미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평소와는 달리 본문부터 읽기 시작했던 탓이다.

 

책날개에서 화가이자 작가, 정원사인 '마크 헤이머'가 쓴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이어진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정원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치유력에 관한 지혜 넘치는 회고록"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의 저자 자신일지 모를 소년을 '봄비', 아버지에 대해서는 '미친개'라 표현하고 있고, 현재의 자신을 '정원사'로 설정하여 독자로 하여금 소설로 착각하게 만든다.

1인칭 시점의 전형적 에세이 형식을 탈피하여 자칫 '정원사의 일기'로 전락하는 것을 막았다.

저자는 개미나 민달팽이 같은 생물과 꽃, 나무 같은 식물을 통해 인간 사회의 여러 현상이나 인간의 감정을 빗대어 설명한다. 개미 군집을 통해 권력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난세(亂世)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력은 이성적이고 이해력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대부분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의 사정에 무감각하며, 억압과 착취를 통해서 획득되고 유지된다. 조용하고 더 희소하고 더 위엄 있는 약간 성격이 다른 권력도 있지만, 그런 권력은 대개 잘 드러나지 않고 잔인한 소음 속에 숨어 있으며 조용함과 평온함으로 가득차 있다. 소년은 그런 성격의 권력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실제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고, 본인의 몸속에서 그것을 직접 느낀다. 하지만 아직 권력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본문 pp.138-139

또한 아버지에게 '쓰잘머리 없는 똥 덩어리'라는 언어 폭력을 당한 후 느낀 분노와 슬픔과 고독을 탁상 위의 과꽃, 미나리아재비, 보라색 붓꽃이 꽂힌 화병을 보며, 꽃이 시드는 것을 삶의 덧없음에 비유한다. "우리가 모든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란 가치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이다. 내 머릿속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이명이 새들의 노래에 비해 더 자연스럽거나 덜 자연스럽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내가 그것에 부여하는 것 이상의 가치는 지니고 있지 않다."라고.(본문 p.213 참조)


 

 

이어서 저자는 "모든 것에는 결점이 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주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돌연변이와 기이함은 무언가를 실제로 생겨나게 하거나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완벽함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마음속에만 있는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우주에 직선은 없고, 심지어 행성들도 완전한 구형은 아니며, 중력과 시간도 장소에 따라 바뀌고 움직인다. 만약 무언가가 잘 작동한다면 흠결 있고 불완전한 채로 작동한 것이다."(본문 pp.214-215 참조)라고 자신의 결점을 지적한 아버지에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듯,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풀어놓는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사춘기 청소년 아들을 양육중인 나도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었다는 정도의 막말을 아이에게 수시로 해대곤 했는데, 이렇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넘어 인간의 불완전한 속성까지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도 외동이라 그런지 쉽게 상처 받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데 그런 아이에게 친구이자 세상 유일하게 기댈 존재인 부모가 자신의 쓸모를 부정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으니 그 상처가 오죽했을까. 앞으로는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자가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당한 가정폭력의 시련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었을까' 라는 억지스런 생각도 들었다. 인생에서 어느 정도의 결핍은 인간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나는 어렸을 때의 지독한 가난이 일찍 철들게 했고, 우리 아이가 소위 사춘기의 특권인 양 반항하는 언행 따위는 감히 흉내도 한 번 못내 봤다. 사춘기는 내게 사치였다. 어떻게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된 직장을 잡아야' 했다. 물론 인생은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 주지 않았고, 돌고 돌아 이렇게 서평 글쓰기로 시작하여 브런치 작가로서 열심히 활동중이다. 그럼에도 부모라는 지위를 권력처럼 아이에게 군림하기 위해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되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굳이 인격 말살 수준의 비하 발언으로 상처를 입혀가며 극복하길 바라는 것은 독재자들의 사상과 다를 바 없으니.

지금도 말과 행동으로 상처 주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나 그로 인해 고통받은 자들은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표지에서부터 숲을 느낄 수 있고, 특히 저자의 어린 시절을 짐작케하는 뒤표지 집 앞 구석에서 책을 보는 소년을 보면서 내 아이를 떠올려 보시라. 아버지한테 온갖 비난 등 가정 폭력으로 상처입은 영혼이 정원의 개미들과 민달팽이, 쥐며느리, 딱정벌레를 보며 분노와 슬픔을 삭이는 아이, 혼자 정원에서 책을 보는 아이, 안쓰럽지 않은가. '누구에게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을 꼭 기억하자! 세상에 맞아도 싼 사람은 없다.

본 서평은 산현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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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김나리 지음 / 책나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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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SNS에서 진행했던 책나물출판사의 표지선정 이벤트에 참여해 내가 투표한 표지디자인으로 출간된 책이라 더욱 반갑다.

검은색 바탕에 앞 표지에는 흰색 점액에 빠진 알록달록한 제목 글자들이 박혀 있고, 책등에는 알록달록 글자가 그대로 쓰여 있고, 뒤표지에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의 곡선이 자유롭게 그려져 있다.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 알록달록 무지개색의 의미를 알겠지만, 처음에는 전혀 모른채 무작정 읽었다. 눈치빠른 독자들은 이 부분만 읽어도 이 책의 성향을 눈치챘으리라.

1. 나를 이루어준 세계

부모님의 불화로 할머니댁을 시작으로,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고 수시로 전학을 해야했던 우울한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2. 내가 만난 세계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저자는 과 팀원들이 과제를 자신에게만 의존하는 행태에 참을 수 없어서 학교를 휴학하고 독일로 떠났다. 그후로 16년간 그곳에서 살게될 줄 몰랐단다. 여고 시절 자신의 성정체성이 '레즈비언'임을 알았고, 독일에서 만난 파트너와 결혼까지 했다. 저자 나리씨는 아이를 원했지만 상황히 여의치 않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3. 내가 만들고 싶었던 세계

독일 현지에서 영화를 만들던 저자는 한국에 들어와 미디어 스타트업을 위한 영상프로그램 제작을 시작으로 방송국에서 일했다. 이후 미디어 업체 대표가 된 저자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에 대한 입장을 소셜미디어에 쓴 글은 기사로도 보도됐단다.

4. 내가 만나는 세상Ⅰ

회사 폐업 후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인생 이모작을 위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 지게차 면허증을. 이 부분에서 나는 특히 저자가 멋져 보였다. 그 흔한 승용차 운전도 못하는 내 처지와 비교되어. 또한 저자가 자신 집 근처에서 코로나 영향으로 일용직마저 잃어서 고시원에서 쫓겨난 장기 빈곤 상태였던 52세 여성을 진심으로 도우려했던 사연을 소개한다. 자신의 설득에도 끝내 자신의 보금자리 주변을 떠나지 못했던 중년의 노숙 아주머니는 저자의 우려와 달리 다행히 고시원 화재의 피해자 신세를 면했다.

5. 내가 만나는 세상Ⅱ

독일에서 결혼했던 저자는 파트너와 이혼 절차를 시작했다. 무려 3년 후에야 마침내 이혼에 성공했다고. 한때 부부였던 레즈비언 부부는 서로의 전처가 되었다.



6. 내 세상이 된 사람

새로 만난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했다고 전하는 저자는 가족에게 커밍아웃하지 못한 피앙세의 가족없이 동성혼을 올리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리고 결혼 이후 각자의 취향에 맞게 집도 꾸미고, 일도 하며 도보 10분 거리에 따로 살고 있다고 전한다. 이 부분이 이 책 내용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결혼하고 나서 꼭 한 집에 붙어 살지 않아도 서로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며 근거리에서 따로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무엇보다, 매일같이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것처럼 사랑할 거다."(본문 p.332)라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이 그녀의 현재의 행복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서로를 존중하며 사는 것, 지극히 평범한 통과의례인 이 일이 이 땅의 '퀴어(queer,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 김나리씨는 자신의 삶으로 이야기한다. 저자처럼 자신의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용기있는 사람도 있지만 작가님의 피앙세처럼 원가족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힐 수 없는 퀴어들도 꽤 많은 것이다.

저자는 성소수자이지만 세상 일에 관심도 많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이다. 세상에는 불의에 맞서 정의롭게 싸우기는커녕 눈 앞의 불의에도 두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면서도, 소위 '정상적'이라 우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감히 누가 누굴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치던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처럼, 성소수자도 지구별에 사는 한 구성원이다.특별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이 땅의 성소수자들에게 세상밖으로 나오라고, 용기 내라고 독려하는 듯하다.

우리 삶의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Carpe diem(카르페 디엠)!

본 서평은 책나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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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할 결심 - 단단한 나를 만드는 28가지 멘탈 관리법
박한평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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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NS를 통해 매일 수십만 명의 마음을 글로 위로하고 있는 박한평님이 쓴 자기계발서이다. 이미 <<새벽이 문제야, 항상>>, <<노래를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을 펴낸 바 있다.


 

 

총 네 부분으로 나눠 기술하고 있다. 기-승-전-결의 형태는 아니지만, '나를 제대로 알아서,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관계'속에서의 나를 올바로 규정짓는 연습을 하며, 결국 나를 사랑하라'는 전개로 나아간다. 또한 나처럼 평소 책에 메모하거나 책장을 접는 행위로 책을 훼손하는 일을 극도로 꺼리는 독자들을 배려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으나 본문에 저자가 직접 뽑은 핵심문장에 밑줄과 색을 입혀 눈에 띨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게다가 필사도 필요없도록 소주제 꼭지마다 요약한 내용을 기록해두었다. 읽고 나서도 내용 정리가 힘든 사람이나 발췌독을 하는 독자들을 위한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기획이다.


Part1, 당신도 당신에 대해 모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불안과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자존감'의 성장이 시작된다고 한다.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이 알아듣도록 전달'하는 소통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때로는 나를 지키기 위해 '가면을 쓰는 일'도 필요하니, 가급적 가면을 벗어도 되는 관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한편, 예민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는, "예민한 사람들은 사람의 감정에 기민하게 반응하여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에 능숙한 '섬세한 사람'이며, 깊이 있는 고민과 통찰력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라고 위로한다.

두려움과 열등감으로 타인의 평가에 쉽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당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방향으로 자신의 인생을 이끌기 위한 의사 결정을 스스로 하며, 직접 만들어 낸 결과에 책임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번 장에서 가장 중요한 실천 사항은 '스스로를 존중해야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Part2, 무너진 것은 다시 세우면 됩니다

이번 장에서는,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완벽주의가 주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면, 결과만 추구하는 시선에 과정의 즐거움을 섞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각자의 보폭이 따로 있으므로, 처음부터 너무 많은 성과를 기대하거나 빨리 마무리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꼼꼼하게'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다 보면 조금씩 아무렇지 않아진다. 때로는 '척'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취향을 만들고 구체화하는 과정은 혼자 충분히 소화해야만 단단해지고, 그 단단해진 마음을 통해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Part3,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가까울수록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해서는 그 경계를 침범하지 않도록 신경쓸 것'을 강조한다. 또한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까지 좋아하려고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당신의 매력을 키우고 발산하라고 조언한다.

'사과'가 화두로 등장한 이 시대에, 저자는 진정성 없는 '습관적 사과'를 경계하라고 충고한다. 진정한 사고는 갈등을 봉합하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대화로서 관계 개선을 꾀해야 함을 강조하는 다수의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경청'의 중요성을 이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잘 말하는 것 이상으로 잘 듣는 게 중요하고, 잘 듣는 것 이상으로 관찰하기와 침묵하기가 중요하다."(본문 p.166)라고.

역시 관계 개선과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한 정석은 '거리두기'와 '경청'이다.



Part4, 나를 사랑하는 중입니다.

최선을 다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당신의 세상은 무너지지 않으니, 하루하루 쌓아 올리고 작은 행복을 경험하며,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하라고 권한다. "'인생의 밀도'를 높여가는 것은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니라 바로 지금, '오늘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다."(본문 p.201)고 강조하며.

노력하는 중 자주 주저 앉는 나와 같이 지구력이 부족한 독자들에게, "그만두지 않으면 계속할 수 있다. 계속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더 많이 더 자주 해내게 된다."(본문 p.209)고 독려한다.

지치지 않고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루고 싶은 목표를 잘게 쪼개 매일 해낼 수 있는 단위의 습관으로 만들어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장의 마지막 꼭지이자 책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번아웃'에 관련된 이야기로 저자는 심신이 지친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마무리한다. "당신의 마음이 쉽게 지치고, 번아웃에 빠지고, 작은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기를 바랍니다. 자신에게 쉼을 적절히 부여하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실천부터 하나씩 다시 쌓아 올리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해하고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은 실천하는 힘입니다."(본문 p.231)라고.


이 책은 포켓북 사이즈보다는 살짝 크지만 내 기준으로 한 손에 잡히는 핸드북 사이즈다. 부담스럽지 않은 총 237면에, 매 장마다 그려넣은 삽화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 '쉼'의 역할을 한다.

이미 브런치스토리에서 조회수 30만을 기록했고, 2022년 화제의 신간이었다고 하니, 이미 많은 독자들의 손을 거쳐 갔을 것이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도서임에도 심리에세이와도 같은 '나를 사랑할 결심'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내용도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자신을 절제하고, 인내하며 희생하라'는 다수의 자기계발서의 강한 어조와는 달리 힘들면 잠깐씩 쉬어 가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관계 유지를 위해 감정소모를 하지 말고 자신만의 보폭과 속도로 뚜벅뚜벅 나아가라고 위로한다. 대신 힘들다고 무작정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작은 단위로 쪼개어 성취감을 맛보고, 그 성취감을 기억하며 꾸준하게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이야기지만 번아웃이나 잦은 실패로 지쳐서 다시 일어날 힘을 잃은 독자들이라면 우선 이 책을 읽으며 힘을 내어보시라. 분명 '그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결심이 설 것이다.

본 서평은 상상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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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 - 아픈 만큼 단단해지고 있기에 당신의 모든 날은 헛되지 않다
김신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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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68면 분량의 이 책은 웬만한 독서력을 지닌 사람들의 경우,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면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포켓북 사이즈의 에세이이다.

각 장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춰 총 4장으로 구성한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 일기처럼 소소하게 기록한 감정의 씨줄과 날줄이 알알이 박혀 있다.

게다가 면지에는 시인의 이름도 아닐 듯한 독특한 친필 사인이 된 채 도착한 책은 나에게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어지는 서문에서 작가가 지독한 가난과 가정 불화, 그로 인한 방황과 급기야 고등학교 때 얻은 마음의 병으로 오랫동안 심리상담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다 힘들게 전문대 졸업 이후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했으나 코로나로 그마저도 힘들어 많이 지쳐 있었다고. 그러나 직업상담사 관련 업종에 취업하여 월급으로 온라인 쇼핑몰 때 대출받았던 대출금을 2년 반만에 상환하며 취업 전 이미 진단받았던 병도 완치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있어 독자인 나도 덩달아 작가의 고통이 경감된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졌다. 다시 부모님의 이혼 소식을 전할 땐 마음이 무거웠다. 나도 종종 배우자와의 격한 대립이 들 때마다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저자의 아픔을 읽고 나니 아이가 받을 상처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장- 봄,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계절'에서는 우울할 땐 식물을 키워보라는 조언이 눈에 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꽃과 식물은 우리에게 기분이나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집의 공기정화를 원하신다면 식물을 키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볼 때마다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계절이 변하면서 여전히 잘 자라고 있는 식물을 보며 뿌듯해질 것입니다. 사랑처럼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얻게 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본문 p.49)라고.

'2장-여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을 알차게 보내다'편에서는, 주변의 힘든 사람에게 진심어린 한 마디를 건네보라고 조언한다. "'힘들었겠다, 불안했구나, 속상했겠다, 서운했구나.'와 같이 진심 어린 마음을 가지고 한 마디 건네는 것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한다면 집중해서 들어줬으면 합니다. 할 수 있다면 공감도 해주고 위로를 건네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리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본문 p.103)라고.

내가 작년에 읽었던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란 책에서도, "자살로 사별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고인과 사별한 가족, 친지나 친구의 곁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듯, 힘들 때는 가까운 사람의 진심어린 위로가 위로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3장-가을,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편에서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 연애하셨는지.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되었고, 결혼한 지금은 행복한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것인지. 지금은 후회가 없는지."(본문 p.125-126)라고 독자에게 묻는다. 마침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고 후회되는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참 구구절절 나의 연애와 결혼생활을 적어 작가에게 답장을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4장-겨울, 가끔 넘어질 때도 다시 일어나 단단해지는 성장의 시간'편에서는,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시기가 있고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시기가 있고 성숙해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마음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야 보세요."(본문 p.153)라고 조언한다.

그렇다.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평범축에도 들지 못하는 비루한 깜냥의 사람이다. K방송사의 프로그램 <동행>도 울고 갈 지난한 가난과의 분투, 유치원은 다닌 적도 없는 우리 남매. 초중고교생 시절엔 그 흔한 학원 한 번 다닐 수 없었고, 대학도 소위 지잡대(지방의 이름없는 잡스런 대학)를 나와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덜컥 이 정글과 같은 세상에 내던져졌다.

그럼에도 내 코가 석자인 주제에 철없는 이상주의자였던 나는 인권변호사가 되어 보겠다고 호기롭게 신림동 고시촌 원룸에 틀어박혀 하루 열 시간 이상 책에 고개를 쳐박고 수험서와 씨름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후의 결혼, 육아로 이어진 삶의 순간들도 나에겐 순탄치 않았고,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그러나 꿋꿋하게 약처방 대신 독서와 글쓰기로 치유의 시간들을 가졌다. 지금은 아이의 사춘기, 남편의 오춘기, 나의 갱년기의 터널을 함께 지나고 있다. 

어두운 감정도 애써 지우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보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신의 어두운 감정들을 좋은 사람과 나누고 위로도 받으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짧지만 저자의 아팠던 청춘 이야기를 들으며, 나와 아픔의 정도를 비교해 보시라. 어쩌면 여러분의 아픔은 어쩌면 그리 큰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니 힘내자. 모든 계절이 당신을 만들 수 있도록.

본 서평은 김신일 작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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