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김나리 지음 / 책나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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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SNS에서 진행했던 책나물출판사의 표지선정 이벤트에 참여해 내가 투표한 표지디자인으로 출간된 책이라 더욱 반갑다.

검은색 바탕에 앞 표지에는 흰색 점액에 빠진 알록달록한 제목 글자들이 박혀 있고, 책등에는 알록달록 글자가 그대로 쓰여 있고, 뒤표지에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의 곡선이 자유롭게 그려져 있다.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 알록달록 무지개색의 의미를 알겠지만, 처음에는 전혀 모른채 무작정 읽었다. 눈치빠른 독자들은 이 부분만 읽어도 이 책의 성향을 눈치챘으리라.

1. 나를 이루어준 세계

부모님의 불화로 할머니댁을 시작으로,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고 수시로 전학을 해야했던 우울한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2. 내가 만난 세계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저자는 과 팀원들이 과제를 자신에게만 의존하는 행태에 참을 수 없어서 학교를 휴학하고 독일로 떠났다. 그후로 16년간 그곳에서 살게될 줄 몰랐단다. 여고 시절 자신의 성정체성이 '레즈비언'임을 알았고, 독일에서 만난 파트너와 결혼까지 했다. 저자 나리씨는 아이를 원했지만 상황히 여의치 않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3. 내가 만들고 싶었던 세계

독일 현지에서 영화를 만들던 저자는 한국에 들어와 미디어 스타트업을 위한 영상프로그램 제작을 시작으로 방송국에서 일했다. 이후 미디어 업체 대표가 된 저자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에 대한 입장을 소셜미디어에 쓴 글은 기사로도 보도됐단다.

4. 내가 만나는 세상Ⅰ

회사 폐업 후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인생 이모작을 위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 지게차 면허증을. 이 부분에서 나는 특히 저자가 멋져 보였다. 그 흔한 승용차 운전도 못하는 내 처지와 비교되어. 또한 저자가 자신 집 근처에서 코로나 영향으로 일용직마저 잃어서 고시원에서 쫓겨난 장기 빈곤 상태였던 52세 여성을 진심으로 도우려했던 사연을 소개한다. 자신의 설득에도 끝내 자신의 보금자리 주변을 떠나지 못했던 중년의 노숙 아주머니는 저자의 우려와 달리 다행히 고시원 화재의 피해자 신세를 면했다.

5. 내가 만나는 세상Ⅱ

독일에서 결혼했던 저자는 파트너와 이혼 절차를 시작했다. 무려 3년 후에야 마침내 이혼에 성공했다고. 한때 부부였던 레즈비언 부부는 서로의 전처가 되었다.



6. 내 세상이 된 사람

새로 만난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했다고 전하는 저자는 가족에게 커밍아웃하지 못한 피앙세의 가족없이 동성혼을 올리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리고 결혼 이후 각자의 취향에 맞게 집도 꾸미고, 일도 하며 도보 10분 거리에 따로 살고 있다고 전한다. 이 부분이 이 책 내용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결혼하고 나서 꼭 한 집에 붙어 살지 않아도 서로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며 근거리에서 따로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무엇보다, 매일같이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것처럼 사랑할 거다."(본문 p.332)라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이 그녀의 현재의 행복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서로를 존중하며 사는 것, 지극히 평범한 통과의례인 이 일이 이 땅의 '퀴어(queer,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 김나리씨는 자신의 삶으로 이야기한다. 저자처럼 자신의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용기있는 사람도 있지만 작가님의 피앙세처럼 원가족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힐 수 없는 퀴어들도 꽤 많은 것이다.

저자는 성소수자이지만 세상 일에 관심도 많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이다. 세상에는 불의에 맞서 정의롭게 싸우기는커녕 눈 앞의 불의에도 두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면서도, 소위 '정상적'이라 우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감히 누가 누굴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치던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처럼, 성소수자도 지구별에 사는 한 구성원이다.특별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이 땅의 성소수자들에게 세상밖으로 나오라고, 용기 내라고 독려하는 듯하다.

우리 삶의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Carpe diem(카르페 디엠)!

본 서평은 책나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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