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 세상이 된 사람
새로 만난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했다고 전하는 저자는 가족에게 커밍아웃하지 못한 피앙세의 가족없이 동성혼을 올리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리고 결혼 이후 각자의 취향에 맞게 집도 꾸미고, 일도 하며 도보 10분 거리에 따로 살고 있다고 전한다. 이 부분이 이 책 내용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결혼하고 나서 꼭 한 집에 붙어 살지 않아도 서로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며 근거리에서 따로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무엇보다, 매일같이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것처럼 사랑할 거다."(본문 p.332)라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이 그녀의 현재의 행복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서로를 존중하며 사는 것, 지극히 평범한 통과의례인 이 일이 이 땅의 '퀴어(queer,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 김나리씨는 자신의 삶으로 이야기한다. 저자처럼 자신의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용기있는 사람도 있지만 작가님의 피앙세처럼 원가족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힐 수 없는 퀴어들도 꽤 많은 것이다.
저자는 성소수자이지만 세상 일에 관심도 많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이다. 세상에는 불의에 맞서 정의롭게 싸우기는커녕 눈 앞의 불의에도 두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면서도, 소위 '정상적'이라 우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감히 누가 누굴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치던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처럼, 성소수자도 지구별에 사는 한 구성원이다.특별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이 땅의 성소수자들에게 세상밖으로 나오라고, 용기 내라고 독려하는 듯하다.
우리 삶의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Carpe diem(카르페 디엠)!
본 서평은 책나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