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와 타아는
결국 동전의 양면이다.
타아는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므로.

자아自我에 대한 인식은 타아他我와의 
대립에서 탄생하고 또 분명해진다.
 ‘조선‘에 대한 인식은 
‘왜‘와의 대립에서 
탄생하고 또 분명해진 것이다. 
한국인의 민족적 자아는 그러니
그 대립의 자리에 있던 ‘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아와 대립하는 타아가 ‘왜‘가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 프랑스 등이었다면
 ‘조선‘이라는 자아는 다르게 
인식되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그때 한국인의 자아는 
왜에 의해 뒤죽박죽 엉켜버렸다.
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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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감칠맛 나게 쓰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그네들의 인생 또한 감칠맛나게 사는 경우가 많다.

이 아침 이 책 이 글 이 문장들을
만난게 표식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이 표식들을 따라서
아무튼 걸어볼까한다.

그러니까 내 안에는 여러 글감이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주르륵 늘어서 있는데, 문제는 일반적인 마트료시카의 아홉 번 째쯤에 해당할 아주 작은 인형이 내 마트료시카 인형의 몸체에 해당한다는 데에 있었다. 왜 나는 항상 마트료시카의 작은 인형들, 너무 작아져서 공예가도 어쩔 도리 없이 삐뚤뺴뚤 눈 코 입을 겨우 욱여 넣다시피 찍어 넣는 바람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걸 인형의 얼굴이라도 말해도 좋을지 난감한 기분이 드는 것들에만 매력을 느끼는가. 10.p

리베카 솔닛도 말했다.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야 한다고. 걷는 것은 일하는 것과 일하지 않는 것, 존재하는 것과 뭔가를 해내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라고.

헵타포드는 지구인들에게 "offer weapon"이라고 했다. 영화 속에서는 이 ‘무기라는 단어의 해석을 두고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혼란과 갈등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 순간 나에게 있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분명했다. 98.p

앞으로도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사람들 때문에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냉채족발과 반주를 놓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날 이후 지금까지 8년간 단 한 번도 부산에 여행갈 기회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때 먹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 149.p

누군가에게 술은 제2의 따옴표다.평소에 따옴표 안에 차마 넣지 못한 말들을 넣을 수 있는 따옴표. 누군가에게는 술로만 열리는 마음과 말들이 따로 있다.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뾰족한 연필심은 뚝 부러져 나가거나 깨어지지만, 뭉툭한 연필심은 끄떡없듯이, 같이 뭉툭해졌을 때에서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말들이 있다.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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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에 간식까지
챙겨먹듯이
시 한 그릇도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그것의 바깥
그것의 바깥에서 항상 바람이 분다 한다
종려나무 숲에 안개 자욱하고 그 너머에 바다가 장엄한 바다가 펼쳐진다 한다
그것의 바깥은
들개의 울음소리로 기록된 어두운 문명이라 한다
거기서 인간의 말을 잃어버린 이야기꾼은
자신의 오랜 침묵을 자책하지 않는다 한다
최초의 시간과 악수를 나눈 이래
영원은 손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팔을 갖게 됐다 한다
우리는 매일 밤 습하고 비린 안쪽에 웅크리고
꼽추의 무리처럼 달려오는 미래를 맞이해야 하나니
시간이여 너의 가장 빠른 화살 하나를 건네다오 그것으로
저 바깥의 허공에 똬리 튼 미지의 한가운데를 적중시키리니
안족이 아닌 바깥에관해서라면
우리는 한 치의 오류도 없는 명사수
혹은 예언자
그것의 바깥에서
내일의 가장 음험한 꽃들이 지천으로
지천으로 피어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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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써라
그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때로 우리는 지나치게 과민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말하지만,
글을 쓰고 있다면 당신은 작가다. 

두 주먹을 움켜쥐고 앉아서 
작가가 되길 바라고 있으면 
절망에 빠지기 십상이고, 
초콜릿이나 와인 생각만 간절해질 것이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멋진 에세이 
나의 천직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천직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능력껏 쓸 수 있는 글의 가치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니까. 
내가 아는 것은 그저 글쓰기가 
나의 천직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을 평가하지 마라. 
그저 자신의 천직에 따라 글을 써라.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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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회복하고 싶나요
무엇을 회복하고 싶지 않나요

어떤 사람에겐 나무가 꼭 필요해, 
잘 살기 위해서,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그 소리를 듣는 일이, 어떤 사람에게 
남의 행복이, 또 남의 고통이 필요해, 
어떤 가치 없고 무고한 타인의 죽음이 
필요하고, 흔들리는 나무 밑에서 
그런 비극을 떠올리며 어쨌든 좀 슬픈 것 
같은 순간이 필요해.
‘어떤 사람은 그냥 걷다가도 죽는다. 
사랑하다 죽고, 사랑을 나누다가 
기쁨이 넘쳐서 죽고, 산에서 죽고, 
바다를 건너다 죽는대, 어떤 사람에게 
행복이 필요해, 꼭 나무를 보듯 불행이 
필요하고, 어쨌든 이떤 믿음, 소망, 관용, 
이런저런 이야기가 필요해.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자신, 옆 사람, 
어떤 사람, 그것도 아니면 크든 작든 사람을 닮은 그 무엇의 기쁨과 슬픔이,
우리에겐 우리와 비슷한 형상에 대한 
사랑이 필요해, 어떤 나쁜 마음이라도 
잘 살기 위해서, 조각난 팔과 다리, 
터지고 일그러진 얼굴에 대한 말이
꼭 필요해.

문학동네시인선 086
김상혁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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