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감칠맛 나게 쓰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그네들의 인생 또한 감칠맛나게 사는 경우가 많다.

이 아침 이 책 이 글 이 문장들을
만난게 표식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이 표식들을 따라서
아무튼 걸어볼까한다.

그러니까 내 안에는 여러 글감이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주르륵 늘어서 있는데, 문제는 일반적인 마트료시카의 아홉 번 째쯤에 해당할 아주 작은 인형이 내 마트료시카 인형의 몸체에 해당한다는 데에 있었다. 왜 나는 항상 마트료시카의 작은 인형들, 너무 작아져서 공예가도 어쩔 도리 없이 삐뚤뺴뚤 눈 코 입을 겨우 욱여 넣다시피 찍어 넣는 바람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걸 인형의 얼굴이라도 말해도 좋을지 난감한 기분이 드는 것들에만 매력을 느끼는가. 10.p

리베카 솔닛도 말했다.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야 한다고. 걷는 것은 일하는 것과 일하지 않는 것, 존재하는 것과 뭔가를 해내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라고.

헵타포드는 지구인들에게 "offer weapon"이라고 했다. 영화 속에서는 이 ‘무기라는 단어의 해석을 두고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혼란과 갈등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 순간 나에게 있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분명했다. 98.p

앞으로도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사람들 때문에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냉채족발과 반주를 놓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날 이후 지금까지 8년간 단 한 번도 부산에 여행갈 기회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때 먹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 149.p

누군가에게 술은 제2의 따옴표다.평소에 따옴표 안에 차마 넣지 못한 말들을 넣을 수 있는 따옴표. 누군가에게는 술로만 열리는 마음과 말들이 따로 있다.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뾰족한 연필심은 뚝 부러져 나가거나 깨어지지만, 뭉툭한 연필심은 끄떡없듯이, 같이 뭉툭해졌을 때에서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말들이 있다. 16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