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를
들으려면
거기에 걸맞는
심장을 지녀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그 북소리는

살아가는 동안
귀 기울여야 할
자신의 목소리이다.

그렇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여행을 떠날 이유로는 
이상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간단하면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일도 일반화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먼 곳에서 북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것이 
나로 하여금 서둘러 여행을 떠나게 만든 
유일한 진짜 이유처럼 생각된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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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시간의 본질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흘러가고
사라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나에게 좋은 통찰을 
던져주는 건 고양이들이다. 

고양이는 아주 날쌘 동물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는다. 

햇빛을 쬐거나 공기 중의 먼지를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그것은 큰위로가 된다. 

시간을 들여 가만히 
고양이를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마라톤에 곧잘 
비유하며 지금은 뒤처진 것 같아도 
길게 보면 나중에 앞설 수 있으니 
꾸준히 달리라고 충고한다. 

고양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느릿느릿 앞발로 세수를 하며 
인생은 달리기도
속도 경기도 아님을 일깨워준다. 

그들은 아주 현명하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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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먹고 싶은 날이기도 하다.
엄마가 해준 밥.

아,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 느꼈던 순간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엄마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였어요.
밑도 끝도 없이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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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이르든 늦어도
그 때는 다시 한 번
반드시 온다.

밀물과 썰물의 본질이
바다임을 알고
파도가 지나가도
대양은 변함없음을 알아차리면 된다.

변화 속에서
변함없는 것을
알아차리면 된다.

대개 귀국해서
한 달이나 두 달 쯤
지나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 그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결과가 좋은 것 같다.
그 동안 가라앉아야 할 것은 가라앉고
떠올라야 할 것은 떠오른다.
그리고 떠오른 기억만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나의 굵은 라인이 형성된다.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만 그 이상 오래 내버려 두면
잊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 문제다.
모든 일에는 어디까지나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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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와 고집을
구분할지
구별할지

어떤 잣대와 기준을
들이대기 이전에
자신의 행동을
가능케 하는 조건을
적용해본다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호기심을 갖고 실패에 귀 기울이기는 
사탕발림에만 귀 기울이거나 
단순히 반응을 듣고 마는 일이 아니다. 

이는 진짜 호기심을 갖고서 ‘왜‘ 어떤 
것이 잘 안 되는지, 왜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는지 더깊이 파보는 행위다.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무언가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이유까지 계속 물어본다면 
더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언제 포기해야 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호기심을 갖고
실패에 귀 기울이기는 사업가를 비롯한 
룬샷의 수호자들이 가장 괴로워하며 
물어 오는 그 질문에 
내가 제시하는 답변이기도 하다. 

이 질문은 꼭 밤늦은 시간에 
술이 몇 잔 들어간 뒤에야 등장하곤 한다.

일상적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가 잦아들고 
실존의 문제로 대화가 옮겨 갈 즈음
수년간 쌓인 피로가 몸에서 서서히 
빠져나갈 즈음 말이다.

과연 끈기와 고집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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