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40일간의 남미 일주>중에서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언제나 남미의 나라들은
축구 대진표에서는 피했으면 하는 상대였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동경의 나라들이다.
저 먼 곳까지 일부러 가서
사서 고생을 하고 다시 돌아와서 역시 내 나라,
내 집이 최고!! 라고 떠올리는 건
여행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치가 아닐까 싶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조차도
조심해야하는 코로나의 시대에
머나먼 이국의 풍경과 사진들,
그곳의 삶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격려와 위안을 얻는 아침이다.

하루 밖에 안 됐지만, 멕시코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
‘빠시엔시아‘
인내심이다. 이들은 나의 느리고 말도 안 되는 스페인어를 인내심 있게 들어준다. 우버 기사도, 집주인도, 카페 직원도, 모두 인내심 있게 들어준다.
어쩌면 멕시코에서 인내심은 한 명의 공동체 구성원이 지녀야 할 기본 품성이자,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약속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이 나라 수도에서 가장 번화한 소칼로 광장에 있는 ‘애플매장‘에 들어갔었다.
맨해튼에 있는 애플 매장이라 해도 좋을 만큼, 모던하고 깔끔한 매장이었다. 그 안에서 구멍나고 떨어진 옷을 입은 아이 세 명이 때가 잔뜩 묻은 손으로 새 아이패드를 쥐고, 활짝 웃으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거리의 악사였다. 자신들의 발 옆에 놓인 대 묻고 낡은 기타가 그 사실을 방증했다.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아이패드로 게임을 했고, 매장 안에는 그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그 웃음을 배경으로 직원들은 각자 할 일을 했고, 경비원들은 여전히 밖을 주시하며 다른 어떤 위험 요소를 대비하며 지키는 듯했다.
그 자세와 표정이 너무나 진지해 어쩌면 아이들이 맘 놓고 놀 수 있도록 지키는 듯 했다.
멕시코가 좋아질 것 같다.
직원도, 경비원도, 누구도 내게 단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내게 멕시코가 어떤 곳이라는 것을 조금 가르쳐준 것 같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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