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에 간식까지
챙겨먹듯이
시 한 그릇도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그것의 바깥
그것의 바깥에서 항상 바람이 분다 한다
종려나무 숲에 안개 자욱하고 그 너머에 바다가 장엄한 바다가 펼쳐진다 한다
그것의 바깥은
들개의 울음소리로 기록된 어두운 문명이라 한다
거기서 인간의 말을 잃어버린 이야기꾼은
자신의 오랜 침묵을 자책하지 않는다 한다
최초의 시간과 악수를 나눈 이래
영원은 손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팔을 갖게 됐다 한다
우리는 매일 밤 습하고 비린 안쪽에 웅크리고
꼽추의 무리처럼 달려오는 미래를 맞이해야 하나니
시간이여 너의 가장 빠른 화살 하나를 건네다오 그것으로
저 바깥의 허공에 똬리 튼 미지의 한가운데를 적중시키리니
안족이 아닌 바깥에관해서라면
우리는 한 치의 오류도 없는 명사수
혹은 예언자
그것의 바깥에서
내일의 가장 음험한 꽃들이 지천으로
지천으로 피어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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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써라
그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때로 우리는 지나치게 과민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말하지만,
글을 쓰고 있다면 당신은 작가다. 

두 주먹을 움켜쥐고 앉아서 
작가가 되길 바라고 있으면 
절망에 빠지기 십상이고, 
초콜릿이나 와인 생각만 간절해질 것이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멋진 에세이 
나의 천직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천직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능력껏 쓸 수 있는 글의 가치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니까. 
내가 아는 것은 그저 글쓰기가 
나의 천직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을 평가하지 마라. 
그저 자신의 천직에 따라 글을 써라.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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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회복하고 싶나요
무엇을 회복하고 싶지 않나요

어떤 사람에겐 나무가 꼭 필요해, 
잘 살기 위해서,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그 소리를 듣는 일이, 어떤 사람에게 
남의 행복이, 또 남의 고통이 필요해, 
어떤 가치 없고 무고한 타인의 죽음이 
필요하고, 흔들리는 나무 밑에서 
그런 비극을 떠올리며 어쨌든 좀 슬픈 것 
같은 순간이 필요해.
‘어떤 사람은 그냥 걷다가도 죽는다. 
사랑하다 죽고, 사랑을 나누다가 
기쁨이 넘쳐서 죽고, 산에서 죽고, 
바다를 건너다 죽는대, 어떤 사람에게 
행복이 필요해, 꼭 나무를 보듯 불행이 
필요하고, 어쨌든 이떤 믿음, 소망, 관용, 
이런저런 이야기가 필요해.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자신, 옆 사람, 
어떤 사람, 그것도 아니면 크든 작든 사람을 닮은 그 무엇의 기쁨과 슬픔이,
우리에겐 우리와 비슷한 형상에 대한 
사랑이 필요해, 어떤 나쁜 마음이라도 
잘 살기 위해서, 조각난 팔과 다리, 
터지고 일그러진 얼굴에 대한 말이
꼭 필요해.

문학동네시인선 086
김상혁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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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필연으로
필연은 사연으로
사연은 인연이 된다.

나는 쓴다. 쓴다는 것은 자기가 지핀 불에 제 몸을 지지는 일이다. 쓴다는 것은 존재함에 숙명으로 내장된 타성과 피동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발이다.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쓴다는 것에 자발적인 구속, 혹은 하염없는 투신. 쓴다는. 행위는 결국 문체에의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쓴다는 것, 그것은 불가피한 피의 요청이다.어처구니없는 우연이 필연으로 변하는 과정이다.
장석주 <절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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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모여 선
선이 모여 면
면이 모여 공간
공간이 모여 시간
시간이 모여 우주가 된다.

도토리 한 알에서
거대한 숲을 떠올릴 수 있는
자신만의 시야와 시각과 관점을
키우는 것이 공부이다.

성공하느냐 성장하느냐는
오로지 자신이 바라보는 것들에
달려있을 뿐이다.

삶은 계속 될테니깐.

이것을 독학 시스템에 적용해 생각해보면, 
‘지금 바로 무슨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뭔가 대단해‘라고 느끼는 감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지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이 감각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독서를 그 사람의 독특한 지적 전투력에 
얼마나 연결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바로 
이 감각을 느끼는 감도에 크게 좌우된다. 
사냥꾼이 수풀 건너편의 사냥감의 존재를 
알아채는 감각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지적인 행위인 독서에도 
이런 야성적인 감각이필요하다.
브리콜라주가 DIY족을 뜻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DIY족이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만드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것을 의미한다. 
간단한 일이라도 만드는 것이 
서툴러도 상관없이, 누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 자신이 모은 재료로 무엇인가를
완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쩌면 이건 도움이 될지도 몰라‘라는 
감각으로 모아온 도구를 나중에 
여러 가지로 조합하여 커뮤니티에 
도움을 줄 수 있는것처럼
독학 역시 이러한 감각을 가지고 
도구를 모아야 한다. 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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