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든
글이든
생이든
삶이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가독성과 시인성을 겸비하고
아름다우며 공공성이 있을 것.

읽는 사람의 감정을 방해해서는 안되며
글자를 문자로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복잡하더라도 거슬리지 않게
물 흐르듯 바람처럼.5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어서
살아지기 보단
이왕이면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것.

이번 생이 이번 삶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고단하고 피곤해도
한걸음씩 꼬닥꼬닥 걸어가야할 오늘이다.

매일같이 공을 들이고
최선을 다해 키워도 결코
자라나지 않는 것,
슬프지만 그런 것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아무리 키워봐야 자라지 않는 것을
놓지 못하는 마음은 빠르게
늘어나는 화분의 개수를 더이상
새지 않음으로써 계속 식물을 들이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다.
어렴풋이 모르는 척
계속 해나가고 싶은 마음.
결국 벽에 부딪혀 멈추게 되더라도
계속 키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
다행히 삶에는
대단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자라나는 것들도 있다.

쉽게 자라는 것들과
아무리 공을 들여도
자라지 않는 것들이 뒤섞인
매일을 살아간다.
이 두 가지는 아무래도
삶이 쥐여주는 사탕과 가루약 같다.

이번 생은 한 번뿐이고 나의 결정들이 모여서
내 삶의 모양이 갖춰질 테다.
그러니 자라나지 않는 것들도
계속해서 키울 것이다.
거대하게 자라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내 삶 속에 나와 함께 존재하면 된다.
물론 달콤한 사탕도 포기하지 않는다.
입속에서 사탕을 열심히 굴리면서
가루약을 조금씩 부려 먹는 삶을 살아가야지.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고단하고 행복한 매일이다. 60~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이은
생각가짐 여유가짐에서 우러난
사색누림 사유누림의 시간들.


이 책을 읽고 ‘가짐‘에 대해 떠올렸다. 
몸가짐과 마음가짐.
이 둘이 만들어 내는 것이 
결국 태도일 것이다.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상대의 행동을 눈여겨보지 않는 사람
결코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태도다. 
인터뷰란 본디 
사이(inter)를 상정하는 행위다. 
만남도, 독서도, 글쓰기도 결국은 
사이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사이를 만들고 그 안에 차곡차곡 
존중과 배려를 담는 
고마운 사람을 떠올린다. 엄지혜다. 
태도는 나에게서 비롯하지만
좋은 태도의 말들은 관계를 향한다. 
마침내 일상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감의 말들
지혜의 밀알들이 된다.

시인 오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랬구나.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오지 않았는데
순간을 사는 주제에
영원을 살거라는 착각만 하느라

한 발은
이미 무덤 속에 있는데

욕망과 욕심만
가득 하였구나.

젊은이는 자기 준비를 해야 하고
늙은이는 그것을 누려야 한다고 
현자들은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천상에서 그들이 
주목하는 가장 큰 결함은
우리의 욕망이 끊임없이 
다시 젊어지는 일이다. 
우리는 늘 살기를 다시 시작한다. 
우리의 공부와 욕망은 때로는 
늙음을 느껴야 할 일이다. 
우리는 한 발은 무덤 속에 있는데도 
욕망과 추구는 출생만 하고 있다. 77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가 아닌 새가
날아다니면서 싸는 똥보다
60억 인간이 매일 같이 먹고 싸대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양의 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상상할 수 없다고 해서

안심하고 이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아침부터 똥이야기는 무척 산뜻하군

보슬똥이 아니라
보슬비 내려 천만다행인 월요일
출근한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과 책 한권의 여유도
좋습니다.

이 세계에서 많은 곤란과 좌절을 겪으면서 삶에 지치고 병들어버린 인간은 세계를 추악하기 그지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이 부딪히는 온갖 곤경을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으면서 그것에 감사하는 건강한 인간에게는 이 세계가 아름다운 곳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어느 날 쇼펜하우어가 친구와 함께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아가다가 똥을 쌌고, 그 똥은 마침 친구가 어제 새로 맞춰 입은 양복에 떨어졌습니다. 새똥으로 얼룩진 그 친구의 양복을 보면서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 봐. 내가 뭐라고 했나. 이 세계는 생각할 수 있는 세계 중에서 가장 악한 세계라고 하지 않았나?
의기양양한 쇼펜하우의 말에 친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니.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이 세계는 그래도 괜찮은 세계야.
만약 새가 아니라 소가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생각해보게

쇼펜하우어의 친구가 말하듯이 소가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똥을 싸대는 것보다는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세계가 훨씬 좋은 곳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세계가 어떤 곳인가에 관한 문제는 이처럼 관점에 따라서 그리고 그 세계를 사는 우리의 정신상태가 어떠한가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32-3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