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어서
살아지기 보단
이왕이면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것.
이번 생이 이번 삶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고단하고 피곤해도
한걸음씩 꼬닥꼬닥 걸어가야할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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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공을 들이고 최선을 다해 키워도 결코 자라나지 않는 것, 슬프지만 그런 것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아무리 키워봐야 자라지 않는 것을 놓지 못하는 마음은 빠르게 늘어나는 화분의 개수를 더이상 새지 않음으로써 계속 식물을 들이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다. 어렴풋이 모르는 척 계속 해나가고 싶은 마음. 결국 벽에 부딪혀 멈추게 되더라도 계속 키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 다행히 삶에는 대단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자라나는 것들도 있다.
쉽게 자라는 것들과 아무리 공을 들여도 자라지 않는 것들이 뒤섞인 매일을 살아간다. 이 두 가지는 아무래도 삶이 쥐여주는 사탕과 가루약 같다.
이번 생은 한 번뿐이고 나의 결정들이 모여서 내 삶의 모양이 갖춰질 테다. 그러니 자라나지 않는 것들도 계속해서 키울 것이다. 거대하게 자라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내 삶 속에 나와 함께 존재하면 된다. 물론 달콤한 사탕도 포기하지 않는다. 입속에서 사탕을 열심히 굴리면서 가루약을 조금씩 부려 먹는 삶을 살아가야지.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고단하고 행복한 매일이다. 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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